"'용광로 청년' 동상, 산업현장에서 숨진 이들 위한 추모비로"

누리꾼들 애도 물결... 10일 김씨 유해 일부 수습

등록 2010.09.10 18:09수정 2010.09.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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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시설 미비로 용광로에 추락해 숨진 고 김아무개씨의 빈소
안전시설 미비로 용광로에 추락해 숨진 고 김아무개씨의 빈소당진시대 김민선
전기 용광로에 빠져 30세로 생을 마감한 청년을 기리는 동상을 세우자는 제안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산업현장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2시, 충남 당진군에 있는 환영철강 직원 김아무개(30)씨가 용광로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5m 높이의 용광로 위에서 쇳물을 녹이는 작업을 하던 중 발을 헛디뎌 섭씨 1600도의 쇳물이 흐르는 전기 용광로에 빠진 것이다.

한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은 한 개인의 비극적인 사고로 잊히는 듯했다. 하지만 누리꾼 'alfalfdlfkl'가 댓글 형태로 올린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제목의 시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퍼지며 김씨의 죽음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시에 대한 답시를 올린 누리꾼 '안센'의 '차라리 쇳물 되어'도 넷심을 적시고 있다.

시로 청년의 원혼을 달래려는 누리꾼의 마음은 "추모시처럼 동상을 만들자"는 제안으로 이어졌다. 다음 아고라에 청원을 올린 누리꾼 '돈보다마음'은 "가진 것 없는 청년이 더럽고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며 "온갖 가십거리에 치여 (사고 사실을) 늦게야 알았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며 동상 제작을 제안했다. 하루 전 올라온 청원에 10일 현재 1800여 명이 뜻을 함께하고 있다.

김봉준 조각가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가 제 마음을 움직였다"며 "청년동상의 건립 일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 시대 한국 근대주의의 슬픈 자화상이라 더욱 마음이 간다"며 "'그 쇳물 쓰지 마라, 영혼을 달래야 한다'로 작은 영혼 마중 제의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산업현장에서 숨진 이들을 위한 추모비로 만들자는 제안도 이어졌다. 누리꾼 '신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인이 되신 청년 뿐 아니라 이 땅의 열악한 산업현장에서 숨져간 많은 분들을 위한 추모비를 만드는 게 더 나을 듯하다"고 글을 올렸다.

"동상 만들자" 제안에 1800명 서명... 열악한 작업 현장에 대한 공분으로 이어져 


한 청년의 죽음은 산업현장의 열악한 작업장 환경에 대한 문제제기로도 확산되었다.

"말단하청업체는 발주처에서 현장답사라도 오는 날이면, 한 명씩 사고를 당합니다. 하청업체 간부는 발주사의 임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안전에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불량률 감소와 작업장 청결을 닦달합니다. 그 닦달에 작동 중인 기계에 걸레 들고 들어가서 사고를 당하고... 회장님, 이사님 등 '님'들이 지나갈 때 인사 꼭 하라는 간부의 지시사항을 지키기 위해, 프레스 작동 중에도 회장님 언제 오나 곁눈질에, 귀 쫑끗에 그러다 손이 낍니다. 징크스처럼, 현장 방문일에는 꼭 한 명씩 당해도 당한 사람은 사고 냈다고 잘릴 걱정만 하고 있죠. 하청의 다단계 하부는 소규모로 분해시켜 노조 설립이 불가하고, 최저임금이죠." (다음, 소낙비)


누리꾼 '오렌지쥬디'는 "더러운 작업환경,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업무시간, 거기에 속칭 '노가다'식의 안전도. 이런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있는 것이 현재 각종 중소기업 및 하청업체들의 작업장"이라며 "그의 동상은 이런 일을 (알린) 계기로서 제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숨진 김씨의 유해 일부가 3일 만인 10일 수습됐다.

10일 오후 해당 환영철강 관계자는 "경찰 과학수사팀이 유가족 입회하에 오늘 오전 10시 20분부터 11시 40분경까지 유해의 일부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수습된 유해의 형태에 대해서는 "직접 확인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며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마이뉴스>가 9일 유가족의 말을 빌려 전기용광로 '안전장치 부재'가 사고의 큰 원인이라는 보도한 데 대해 "안전장치를 소홀히 한 것이 아니라 고인이 작업공정상 올라가서는 안 될 곳에 올라가 작업을 한 것"이라며 "망자가 작업안전수칙을 어기고 철판에 올라간 이유를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고인의 유해는 이날 오후 빈소가 마련된 당진장례식장에 안치됐다. 유가족들은 유해일부가 수습됨에 따라 회사 측과 보상 문제 등 협의가 끝나는 대로 장례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다음은 인터넷에 올라온 조시 '그 쇳물 쓰지 마라'와 이에 대한 답시 '차라리 쇳물 되어'의 전문이다.

그 쇳물 쓰지 마라.

광온(狂溫)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 보자. 하게.

차라리 쇳물 되어

나의 뼈 나의 살이여
나의 형제 나의 아들이여

난 구름 사이 작은 햇살도 싫어했거늘
그댄 불덩이를 안고 살았고나

헛디딘 그 발판 다 녹여내고
묶지 못한 안전로프 다 태워라

그대 땀 용광로 녹슬게 하고
그대 피 한반도 물들게 하라

뼈도 가루도 못 찾는다면
차라리 쇳물 되어 미소 짓고 부활하라.
#용광로 청년 #조시 #그 쇳물 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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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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