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규스튜디오의 안상규
이안수
안스퀼트의 안성은 퀼트
이 번잡한 세상으로부터 도피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느질이겠다 싶습니다. 한 땀 한 땀 골무 낀 손가락을 움직여서 천을 여미는 그 일은 집중하지 않으면 왼손가락에 빨간 피를 뿜어 올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바느질은 수양일 수 있습니다.
박경리선생님의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홀가분하다'에 바느질이 실려 있습니다.
"눈이 온전했던 시절에는 짜투리시간 특히 잠이 안 오는 밤이면 돋보기 쓰고 바느질을 했다 여행도 별로이고 노는 것에도 무취미 쇼핑도 재미없고 결국 시간 따라 쌓이는 것은 글줄이나 실린 책이다 벼개에 머리 얹고 곰곰이 생각하니 그것 다 바느질이 아니었던가 개미 쳇바퀴 돌듯 한 땀 한 땀 기워 나간 흔적들이 글줄로 남은 게 아니었을까"
이 시를 대하면 삶 자체가 바느질이구나 싶습니다. 수백가지의 천조각들이 가위와 바늘, 실과 골무 그리고 여문 손끝의 솜씨를 만난 결과가 퀼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