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주노동자. 한국 같은 차별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이주노동자영화제에서 만난 사람, 양운석(72)씨

등록 2010.09.14 19:02수정 2010.09.1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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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이주노동자영화제 개막식이 혜화CGV에서 지난 4일 열렸다.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품으로는 이주민 감독들이 직접 찍은 단편영화 10편을 묶어서 선보였다. 이주노동자영화제는 이주민의 시선으로 한국사회를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a "나도 해외 이주노동자입니다" 지난 4일 이주노동자영화제 개막식을 찾은 양운석(72)씨. 그는 "이주노동자들이 만든 영화를 보며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근무조건이 매우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도 해외이주노동자 생활을 했지만 불합리한 대우를 받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나도 해외 이주노동자입니다" 지난 4일 이주노동자영화제 개막식을 찾은 양운석(72)씨. 그는 "이주노동자들이 만든 영화를 보며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근무조건이 매우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도 해외이주노동자 생활을 했지만 불합리한 대우를 받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 배문희

첫 개막작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해 개막작을 관람하고 나온 양운석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개막식에 참여한 많은 관객 중 양씨를 인터뷰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는 삐다오 감독과 대화시간에 그가 던진 질문 때문이었다.


"저도 멕시코에서 일하고 돌아온 이주노동자입니다. 멕시코는 시간외 근무를 하면 추가임금을 주는데 한국도 그런가요?"

상영관 앞 로비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양씨는 "나도 해외 이주노동자 출신이기에 남 일 같지 않은 마음"이라며 "영화를 보면서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이 매우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는 것 같아 많이 놀랍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또 영화를 보고난 느낌에 대해 "영화의 수준과 작품성을 떠나 진정성이 느껴져서 좋았다"며 "힘겨운 노동환경 속에서도 틈틈이 영화를 찍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양씨는 1967년 당시 베트남에서 4년6개월가량 일했으며 2005년부터 2009년까지 4년간 멕시코에서 이주노동자로 생활한 경험이 있다.

해외에서 이주노동자로 살면서 임금체불이나 언어폭력에 시달리진 않았을까. 하지만 그는 "그런 경험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월남에서 일했을 때가 40년 전인데 그때도 일하는 조건이 불합리하다거나 차별을 받았던 적이 없었어요. 멕시코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멕시코는 근무 시간이 주 45시간을 넘지 않았고, 근무 시간이 넘어갔을 땐 초과된 시간만큼 추가임금을 받았습니다."

미누 씨가 만든 다큐멘터리 <우리도 합법적으로 일하고 싶다>에는 이주노동자들이 하루 18시간씩 주말도 없이 일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에 대해 양씨는 "해외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3번 이상 사업장을 옮길 수 없고, 구직기간을 2개월로 제한하고 있는 현행 고용허가제도는 불합리한 것 같다"며 "새로운 법을 만들든지, 법을 고치든지 해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법체류자가 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해외에서 오랜 기간 이주노동자 생활을 한 경험이 있기에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에게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을 터. 양씨는 "해외에도 한국 이주노동자들이 굉장히 많고 불법체류자 역시 많다"며 "입장을 바꿔 놓고서 해외에서 한국 이주노동자들이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다면 굉장히 슬픈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씨의 바람은 이주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다.

"한국에 사는 이주노동자들이 문화생활을 못 누리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전부터 은퇴를 하고 나면 이주노동자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어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하진 못했지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이주노동자영화제 #이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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