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외국인 내세워 서민대출 반대하려 하다니"

"이인규와 사시 동기, 2000년 이후 연락 안 했다"

등록 2010.09.15 17:24수정 2010.09.1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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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민간기업이 대부분이긴 하나, 은행이 망하려고 하면 국민 세금으로 살려왔다. 지난 IMF 당시 다 죽어가는 은행을 국민 세금으로 살려놓으니, 자기네들 연봉잔치나 하고 자기들 BIS(자기자본비율)나 따지면서 서민대출을 거의 안 하지 않았나. 이것은 탐욕이다. 그래서 은행에 사회공헌을 하라는 것이다."

 

15일 서울 여의도의 개인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자신이 이끌고 있는 서민대책특위의 정책대안 중에서 특히 '은행수익 서민대출 전환' 제도에 대해 강한 집념을 드러냈다.

 

이 제도는 각 은행들의 수익 10% 정도를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저리의 신용대출자금으로 전환하도록 은행법을 개정하는 내용이다. 은행들이 실시하고 있는 미소금융이나 햇살론의 저조한 서민대출 실적을 극복할 만한 획기적인 방안이지만, 당장 한나라당 내 반대도 만만치 않아 현실화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유성호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 ⓒ 유성호

홍 최고위원이 이 제도를 언급했던 회의석상에서는 '은행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수익성 악화에 반대할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됐고, 김무성 원내대표는 'OECD 기준 등 세계화에 역행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홍 최고위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대한다' 그런 식의 반대논리를 전개하면, 미국은 오바마 정부 들어 전면적으로 관치금융으로 돌아섰는데 미국은행에는 미국 사람들만 투자하는가, 미국 월가 주식 90% 이상이 외국인 것 아니냐, 미국법을 개정하는데 외국인들이 반발하는 것 봤느냐"며 "맘에 안 들면 주식 팔고 나가면 된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나가면) 일시적으로 주식이 폭락하긴 하겠지만 바로 회복될 것이다. 한국법에 있는 은행법을 고쳐 사회적으로 공헌하도록 하겠다는데 외국투자자를 내세워 반대하려고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최고위원은 여태껏 줄기차게 부르짖어온 '가진 자가 양보하는 세상론'을 다시 꺼내면서 서민특위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내가 '가지지 못한 자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주는 세상'을 10년 이상 주장해왔는데, 최근에 대통령께서도 똑같은 말씀을 하시지 않느냐"며 "그것이 보수가 나아가야 할 길이며, 당당한 보수가 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서민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정책들로 인해 한나라당 지지층을 이루고 있는 '가진 자'들이 이탈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홍 최고위원은 "그 문제로 지지층이 이반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탐욕스런 보수가 되면 보수주의자들은 설 땅이 없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홍 최고위원은 "문제의 본질은 시장을 제한하는 정도가 합리적이고 합헌적인지 여부"라며 "자유시장론으로 서민정책에 반대하고, 일부 당의 간부들이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것은 서민정책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연일 '서민특위 대책을 정책위와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홍 최고위원은 "정책위와 협의한 뒤 정책의원 총회를 통해 당론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최고위원은 "중요 정책은 의원총회에서 결정하는 것이고 정책위와 협력은 해야 하지만, 서민정책을 놓고 정책위와 입씨름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추석연휴 뒤엔 상임위별로 당 소속 의원들과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중요정책에 대해서는 공청회도 연 뒤 의원총회를 열어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인규와는 사시 동기, 2000년 이후 연락 안 했다"

 

홍 최고위원은 '공정사회론'을 정치부문으로 확장, 청와대의 인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당시 내가 가장 비판한 것이 바로 코드 인사와 회전문 인사인데, 이 정부의 인사는 회전문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폐쇄적인 인사정책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자신이 국무위원으로 기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 정부에선 내가 인사청문회에 임해야 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홍 최고위원은 대신 "다음에 내가 직접 정권을 창출하든지,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서 창출하든지 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웃었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노무현 대통령 차명계좌'를 언급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고 자신이 이에 대한 특검 실시를 주장한 것에 대해 홍 최고위원은 "내가 차명계좌가 있다, 없다를 말한 적이 없다"며 "특검을 하면 존재 여부가 바로 드러난다는 그 얘길 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선데이>의 보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현 변호사)이 조현오 경찰청장 발언에 대해 '틀린 것도 아니고 맞는 것도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 '이 변호사와 각별한 관계 아니냐'고 묻자 홍 최고위원은 긍정하면서 "사법고시 동기로, 1999년 내가 미국 워싱턴에 있을 때 (이 변호사가) 워싱턴 주재 법무담당관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 최고위원은 자신의 특검 주장과 이 변호사가 알고 있는 '수사 정보'의 연관성은 부인했다. 홍 최고위원은 "워싱턴에서 돌아온 이후인 2000년부터 이인규 변호사와 서로 연락한 일이 한 번도 없다, (정치인이 검사에게) 연락을 하면 현직에 있는 사람들이 부담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홍준표 #서민특위 #은행 #차명계좌 #회전문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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