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표를 통해 독일 강의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헨리히프라이제 박사.
이주연
헨 박사는 수질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도나우 강은 댐을 건설한 이후 수질이 한 등급 내려갔다"며 "댐이 건설되면 물이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오래 고여서 물 온도가 올라가며 이 때문에 조류가 많이 생겨 부식 되고 산소 공급은 더욱 악화된다"고 지적했다. 즉, 댐과 보와 같이 물의 흐름을 막는 건축물이 생기면 수질이 더욱 악화되는 사례가 이미 독일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어 헨 박사는 "유럽에서 댐 건설로 인해 수질이 좋아졌다는 사례는 없다"며 "만일 누가 그렇게 주장한다면 현실을 전혀 모른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댐 규모와 맞먹는 거대한 보를 세우는 '4대강 살리기'를 통해 수질 개선을 이루고, 홍수 피해도 막을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과 정반대의 이야기를 헨 박사가 하고 있는 셈이다.
종합적인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헨 박사는 "대한민국의 4대강 사업은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많이 생길 것이고, 그것은 강 자체 뿐 아니고 강변에 있는 지역도 마찬가지다"라며 "농업 피해가 훨씬 커질 것이고, 대형 홍수가 발생할 것이며 식수 수질의 악화로 국민 건강 피해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헨 박사의 결론은 "4대강 사업을 지금이라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것" 하나였다. 그는 "한국의 4대강 사업은 환경 친화적이지 않으며, 포괄적인 계획도 없이 갑작스럽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후 독립적인 평가 작업에 들어가거나 환경 영향평가나 각종 인허가 과정을 거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헨 박사 "한국에선 한 달 걸린 4대강 논의, 독일에선 10년 걸릴 것" |
헨 박사는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독일로 돌아가 자료를 취합해 종합적인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보고서 발표 이전 대략적인 조사 결과를 공개하기 위해 연 간담회에서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도 마련되었다.
다음은 기자들과 진행한 질의응답 전문이다.
-독일 사례를 들었는데, 독일에서 일어났다고 한국에서도 일어난다고 단정할 수 있나. "나의 의도는 세 가지다. 첫 번째 독일의 현실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가 많이 있는 것 같아서 독일의 사례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두 번째는 이렇게 커다란 대형 사업은 자세하고 포괄적인 조사 평가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함이다. 세 번째는 한국과 독일은 조건은 물론 다르지만 비슷한 점도 많다. 그래서 독일 사례를 기본으로 해서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 주장하는 것이다."
-독일이 강이 망가진 게 댐 때문인 거 같은데, 라인 강에 댐이 얼마나 건설 되었나. "숫자적으로는 20개다. 독일 사람들이 원해서 한 것이 아니고 2차 대전의 승전국인 프랑스가 수력발전으로 이용하겠다고 요구했다."
-하천에 전혀 손대지 말아야 한다는 거냐. "조사를 제대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독일은 평균적으로 10년 동안 준비 기간을 갖는다. 보름동안 조사해서는 절대 할 수 없다. 한국의 사례에서 염려되는 부분이 바로 그거다. 전혀 조사하지 않고 제대로 된 평가과정 없이 한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만일 한다면 10년 후에 결정하고, 그 다음엔 한 쪽에서 시작하고 어떻게 되는지 보고 해야 한다. 모든 강의 모양을 바꾸는 것은 아주 도전적인 결정이다. 한국의 과학자들이 굉장히 훌륭하고 연구소도 있는데 왜 그 지식을 이용하지 않는지 놀랍다.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얼렁뚱땅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유감스럽다."
-독일은 준설을 법으로 막았다고, 모든 하천이 대상인가. "모든 하천에 대해 강 바닥을 일부러 낮추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라인강 하류 구역은 도리어 모래나 자갈을 넣어 강 바닥을 높이고 있다."
-국토해양부 측에선 독일은 지역이 평지라서 비가 왔을 때 보완이 가능한 지역이지만 한국은 75%가 산지라서 물이 빠르게 바다로 빠져나가 보를 세워서 물을 가둬놓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물이 빨리 빠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근데 바로 그 문제 때문에 준설 작업을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면 강 바닥이 매끄럽게 되고 직선화되어서 물이 더 빨리 내려간다. 보가 있던 없던 빨라진다. 한국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지표수보다 지하수다. 지표수가 천천히 흐를 수 있다면 지하수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댐(독일에서는 댐과 보의 구분이 없다. 한국의 보를 댐이라 칭한다)을 건설하면 그 바닥에 점토층이 생겨서 완전히 방수 코팅이 된다. 갇혀있는 지표수가 지하수로 들어가지 못한다. 댐을 건설하면 오히려 쓸 수 있는 지하수가 적어지는 거다. 가뭄이 발생할 때도 지하수층이 튼튼하면 지표수를 받쳐준다. 댐으로 물을 잡아두면 그 안의 고여 있는 물 수질이 떨어지고 지하수 수위가 떨어지니까 결과적으로 좋지 않은 물만 생기고 좋은 물은 다 흘러나가게 된다."
-한국에선 국책사업인데 설계 도면조차 얻기 힘들다. 독일에선 이런 사업 진행할 때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할 자료 제공이 잘 되나. 찬반 갈등 심한 사업 진행할 때 독일 정부 어떻게 추진하나. "4대강 사업 논의의 경우, 한국에서 한 달에 끝났지만 독일에선 10년 쯤 걸릴 것이다. 독일에선 구조상 처음부터 약간이라도 논란이 있는 사업이면 독립적인 인물을 추진 위원장으로 세운다. 투명성을 중요시해서 조사 결과나 결정 근거 내용을 다 사전에 발표한다. 논란이 많은 사업은 시민의 반발이 심하면 결과적으로 안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10년,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인데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이다. 독일 사람은 좋은 결과를 사랑하지만 그것보다 더 사랑하는 건 세금이다. 그래서 쉽게 돈 던지는 일은 안 한다. 독일에서도 가끔 연방 자연보호청에서 감정서를 작성하는데 정치인이 와서 자기 다음 선거를 준비하기 위해서 프로젝트를 빨리 하라고 압력을 준 적이 있다. 그럴 때는 오히려 시간이 더 걸렸다."
-댐을 계획했다가 국가가 논의를 거쳐서 안 하기로 결정 내린 경우 있나. "사례는 많다. 라인강 유역의 한 주에서 1981년, 라인강 상류에 댐 건설을 신청했는데 독일 교통부에서 기각했다. 모두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들어가는 돈에 비해 후유증을 고치기 위한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경제적 효율성이 없기에 기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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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하천 전문가 "홍수 발생·수질 악화될 4대강, 중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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