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어 중국 가서 아파트 사고 가게 차릴 겁니다"

여수YMCA, 제7회 외국인 노동자 한가위 공동체 행사 개최

등록 2010.09.24 16:00수정 2010.09.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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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중추절을 맞아 여수YMCA주최로 '2010년 제7회 외국인 노동자 한가위 공동체 행사가 23일 화양면 이천에서 열렸다.

중추절을 맞아 여수YMCA주최로 '2010년 제7회 외국인 노동자 한가위 공동체 행사가 23일 화양면 이천에서 열렸다. ⓒ 심명남


한가위(9월 22일)가 지났지만 휘영청 뜬 보름달을 보면서 가족의 정(情)을 더욱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다.

여수에 있는 외국인 선원 노동자들과 우리나라로 시집와서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사는 외국인 신부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이 한가위(仲秋節)에 느끼는 외로움은 더 크다고 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동양인들에게 명절이 주는 가장 큰 의미는 '가족의 소중함'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머나먼 타향에서 고국을 바라보며 맞는 명절이 어찌 힘든 노동에 비할 수 있으랴!


예전부터 전라도 땅 동부육군에는 이런 말이 오갔다. 순천에 가면 인물자랑 말고, 고흥에 가선 힘자랑 말고 보성(벌교)에 가면 주먹자랑 하지 말라. 여수 역시 수산물이 풍부했던 탓에 여수 가면 돈자랑 하지 말라했다.

풍성했던 수산물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수산업에 종사했고 손에서 돈이 마를 날이 없었다. 하지만 불법어선의 무분별한 포획으로 여수를 대표하는 수산물은 급격히 줄었고, 이곳에 종사했던 어민들은 하나 둘 바다를 떠났다.

이후 십수 년간 정부의 강력한 불법어선 단속에 따라 수산 자원들이 되살아나는 추세다. 많은 사람들이 바다를 떠난 지금,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 500여명의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곳에서 묵묵히 그 역할을 대신하며 일하고 있다.

a  코리안 드림의 꿈을 안고 여수시 신월동 용해수산에서 외국인 선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영부(32 지린성 단동거주)씨. 그의 꿈은 한국에서 돈을 많이 벌어 고향으로 돌아가 아파트를 사고 가게를 차리는 것이다

코리안 드림의 꿈을 안고 여수시 신월동 용해수산에서 외국인 선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영부(32 지린성 단동거주)씨. 그의 꿈은 한국에서 돈을 많이 벌어 고향으로 돌아가 아파트를 사고 가게를 차리는 것이다 ⓒ 심명남


여수시 신월동 용해수산에서 외국인 선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영부(32·지린성 단동거주)씨의 꿈은 한국에서 돈을 많이 벌어 고향으로 돌아가 아파트를 사고 가게를 차리는 것이다.

3년간 선원비자(EOB 비자)로 이곳에 온 지 11개월째를 맞는 그는 중국 단둥에서 대만과 중국을 오가는 낚싯배 선원으로 일하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이곳까지 왔다. 한씨는 중국에서 낚싯배를 타면서 약 30만 원을 받았는데 한국에서는 중국의 약 3배를 더 받는다고 전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어머니가 가장 보고 싶어요. 두분의 형님들은 자주 전화통화를 하고 있어요. 제가 하는 일은 멸치공장에서 멸치를 선별하고 포장하는 거예요. 오전 5시부터 일어나 오후 7~8시까지 일하는데 바쁠 때는 잠잘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그 점이 가장 힘들어요. 한달에 80만 원 받는데 부지런히 모아 중국에 가서 아파트를 사고 가게를 차릴 겁니다."

a  안강망 선원으로 일하고 있는 최홍량(33 우측에서 첫번째)씨와 그의 동료들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병어와 삼치를 잡는다.

안강망 선원으로 일하고 있는 최홍량(33 우측에서 첫번째)씨와 그의 동료들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병어와 삼치를 잡는다. ⓒ 심명남


대양수산에서 안강망 선원으로 일하고 있는 최홍량(33)씨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배에서 저녁에는 고기를 잡고, 낮에는 잡은 고기를 선별해 정리하다 보니 잠잘 시간이 부족해요. 병어와 삼치를 잡는 안강막은 바다에서 10일 일하고, 5일은 육지에서 보내는데 바다에서는 생명과 직결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언어폭력이 심해요. 하지만 일을 잘하면 친구들의 배를 벌기 때문에 메리트가 있죠."

통역을 하러 행사장을 찾은 채례(25, 전남대에서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씨는 통역을 하다 잠깐 잠깐 그들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이 박하다, 임금을 더 올려 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1970년대 선원법 적용받는 외국인 선원 노동자, 법개정 시급

외국인 노동자들이 열악한 조건에서 장시간 일하고도 임금이 박한 이유에 대해 외국인 근로자 문화센타 상임총무 김남곤(48)씨는 "현재 정부의 노동부 정책의 최저임금은 90만4000원인데 외국인 선원들은 80만 원을 받고 있다"며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선원들이 아직도 노동법 적용을 받지 못하고 1970년대 만들어진 선원법 적용을 받고 있어 현실적인 법개정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선원들이 합법적으로 다쳤을 때 병원에 입원하면 하루 일당이 2만7000원인데 불법으로 도망치다 사고를 당하면 근로복지공단에서 4만3000원을 일당으로 계산해 준다"며 "노동부산하 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투명하게 관리하는데 민간단체에서는 부조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a  행사도중 NGO단체회원들이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불고기를 굽고 있다.

행사도중 NGO단체회원들이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불고기를 굽고 있다. ⓒ 심명남


지난 23일 여수석창교회 수양관(화양면 이천 소재)에서 여수 YMCA가 주최한 '2010년 제7회 외국인 노동자 한가위 공동체 행사'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올해로 7년째를 맞고 있다. 이날 외국인 노동자 추석한마당 행사에는 중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 네팔 등에서 온 외국인 선원노동자와 다문화 가정 등 250여명의 외국인들과 50여명의 지역 NGO단체 회원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여수YMCA 김일주 부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역에 거주해 있는 동안 지역과 연대하고 싶어도 선원노동자 신분밖에 없어 외롭게 명절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여수지역이 국제 시민도시로 나아가 국제 시민의식이 한층 성숙되었으면 좋겠다 싶어 올해로 7년째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며 그 취지를 설명했다.

김일주 부장은 "특히 작년 6회까지는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올해부터는 국제결혼 이주여성 및 가족들도 참여해 범 여수 다문화공동체 첫 번째 행사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지역업체인 LG화학, GS칼텍스, 삼남석유화학, 지구촌 사랑나눔회, 제일한의원, 세계로 약국에서도 물품지원과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한국남자랑 결혼하기를 권하고 싶어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다채로운 추석맞이 다문화마당 공동체 행사가 펼쳐졌다. 문화공연으로 이주여성 문화예술단의 사물놀이와 각국의 전통춤이 인기를 끌었고, 협동 어깨걸이는 각나라를 결속시키는 행사였다. 또 외국인들이 즉석에서 빗은 송편을 먹는 재미는 행사의 맛을 더했다.

a  태국에서 시집온 신부들이 태국의 전통춤인 모자춤을 선보이고 있다.

태국에서 시집온 신부들이 태국의 전통춤인 모자춤을 선보이고 있다. ⓒ 심명남


돌산 금천으로 시집 온 마르진(21·필리핀)씨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데 남편이 참 잘해 준다"며 남편자랑을 늘어 놓았다. 그의 남편 김형오(40)씨는 "시청근무하는 형님이 필리핀에서 결혼한 것을 계기로 아내를 만났다"며 "통영처럼 여수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a  1년간 순천대 교환학생으로 참석한 탄월(21 회계학과)양과 무역학과, 경영학과 친구들이 중국에서 여수엑스포를 많이 알리겠다고 말했다.

1년간 순천대 교환학생으로 참석한 탄월(21 회계학과)양과 무역학과, 경영학과 친구들이 중국에서 여수엑스포를 많이 알리겠다고 말했다. ⓒ 심명남


1년간 순천대 교환학생으로 온 탄월(21·회계학과)씨은 "한국은 경치도 좋고 사람들이 착하고 좋다"며 "제주도와 부산, 서울 등을 다니면서 많은 여행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중국, 필리핀, 한국, 태국선수들이 참가한 미니 축구경기였다. 이날 우승은 태국선수들이 차지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a  베트남에서 시집온 누엔티티엠투이(29 공화동)씨는 베트남 친구들에게도 한국남자랑 결혼하기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시집온 누엔티티엠투이(29 공화동)씨는 베트남 친구들에게도 한국남자랑 결혼하기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 심명남


베트남에서 시집 온 누엔티티엠투이(29·공화동)씨는 "시집온 지 3년 되었는데 신랑과 아이와 함께 사는데 행복하다"며 "공단에 다니는 남편이 베트남에 있는 부모님께 매달 용돈으로 20만 원씩을 보내 드리고 있는데 베트남 친구들에게도 한국남자랑 결혼하기를 권하고 싶다"고 전했다.

a  제일한의원 한정우 원장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침술로 의료봉사를 실시하고 있다.

제일한의원 한정우 원장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침술로 의료봉사를 실시하고 있다. ⓒ 심명남


제일한의원 한정우 원장은 시집 온 외국인 주부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침술로 의료봉사를 실시해 눈길을 끌었다.

한 원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체적으로 음식이 틀리니까 소화장애가 많고, 신경을 많이 쓰는데서 오는 신경성 두통이 흔하다"며 "이들은 주로 고된 육체노동을 많이 하다 보니 근육과 어깨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관리에 소홀하지 말 것"이라고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한가위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가정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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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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