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좀 빼주세요? 여기는 산 정상인데요"

대전 지역 교사 산악 동아리 '참메' 회원과 함께 한 '주흘산' 산행

등록 2010.09.26 21:32수정 2010.09.2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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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주흘산 문경새재 주흘산으로 향하는 길목

주흘산 문경새재 주흘산으로 향하는 길목 ⓒ 박병춘


대전 지역 교사들로 구성된 산악 동아리 '참메' 회원들이 지난 25일에 제12차 정기 산행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산행지는 경북 문경에 있는 주흘산입니다. 14명 회원들이 대전에서 문경새재 주차장까지 1시간 30분을 달렸습니다.


a 주흘산 한 발 한 발 아름다운 동행

주흘산 한 발 한 발 아름다운 동행 ⓒ 박병춘


a 주흘산 여궁 폭포에서 망중한

주흘산 여궁 폭포에서 망중한 ⓒ 박병춘


a 주흘산 권성환(좌), 성광진(우) 회원이 여궁 폭포 앞에서 환하에 웃고 있다.

주흘산 권성환(좌), 성광진(우) 회원이 여궁 폭포 앞에서 환하에 웃고 있다. ⓒ 박병춘


문경새재 제1관문을 지나 주흘산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긴 오르막길이라 조금 힘들었습니다. 골짜기마다 계곡물이 살갑게 흐릅니다. 그 살가움이 발걸음을 가볍게 합니다. 긴 연휴에 나태함을 씻고 풀어진 근육에 자극을 줍니다. 능선을 타려면 한참을 걸어야 합니다.

a 주흘산 "김치~~" 참메 회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주흘산 "김치~~" 참메 회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 박병춘


a 주흘산 이번 산행은 제1관문을 지나 혜국사, 주흘산 정상, 영봉 정상, 하늘재, 부봉 6개, 동화원, 제2관문을 거쳐 약 8시간 가량 진행됐다.

주흘산 이번 산행은 제1관문을 지나 혜국사, 주흘산 정상, 영봉 정상, 하늘재, 부봉 6개, 동화원, 제2관문을 거쳐 약 8시간 가량 진행됐다. ⓒ 박병춘


거친 호흡에 무거운 다리지만 밀고 당기는 동료들이 있어 순조롭습니다. 다래나무 군락지에서 다래 맛을 봅니다. 달짝지근한 맛에 고려가요 청산별곡을 떠올립니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고 싶습니다.

a 주흘산 주흘산에는 아름드리 대형 소나무들이 많다.

주흘산 주흘산에는 아름드리 대형 소나무들이 많다. ⓒ 박병춘


a 주흘산 멀리 문경읍내가 보인다.

주흘산 멀리 문경읍내가 보인다. ⓒ 박병춘


주흘산 정상은 마당 깊은 사대부 집이 아니라 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작은 시골집 같습니다. 넓지 않은 마당 여기저기에 점심 밥상이 차려집니다. 우리 일행도 제각각 준비해온 음식을 꺼냅니다. 그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습니다. 그냥 꿀맛입니다.

잠시 후 "방 좀 빼 주세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밥을 먹으려면 앉을 공간이 필요한데 어서 먹고 자리를 비워달라는 농담이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서둘러 일어나 방을 빼 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오고가는 인사말도 정겹습니다.

a 주흘산 영봉 정상에서

주흘산 영봉 정상에서 ⓒ 박병춘


주흘산 정상을 지나 더 높은 영봉에 오릅니다. 영봉에서 하늘재를 지나 동화원을 거쳐 제1관문까지 4시간여를 걸어야 합니다. "바위가 많으니 긴장하라!"는 신동길 대장의 준엄한 명령에 "음주는 하산 후!"라는 권성환 부대장의 지시로 준비했던 술이 배낭에서 잠을 잡니다. 등반할 때 술이 생명수라는 말은 통하지 않습니다.


a 주흘산 참메 동아리, 화이팅~!

주흘산 참메 동아리, 화이팅~! ⓒ 박병춘


a 주흘산 나무 뿌리가 밧줄 대용이다. 깜찍한 웃음을 짓고 있는 이성제 회원

주흘산 나무 뿌리가 밧줄 대용이다. 깜찍한 웃음을 짓고 있는 이성제 회원 ⓒ 박병춘


a 주흘산 산 사나이 박종근 회원의 함박 웃음

주흘산 산 사나이 박종근 회원의 함박 웃음 ⓒ 박병춘


워낙 바위산이라 밧줄에 의지한 곳만 스무 군데는 될 듯합니다. 14명 중 홍일점인 이현숙 회원도 거침없이 밧줄을 잘 탑니다. 모든 일정이 순조롭기만 합니다. 쉬는 지점마다 회원들이 배낭을 엽니다. 물, 빵, 사과, 포도, 족발, 초콜릿 등 마음까지 담은 음식들로 에너지를 충전합니다.

a 주흘산 "아, 바로 이 맛이야!" 오늘의 홍일점 이현숙 회원

주흘산 "아, 바로 이 맛이야!" 오늘의 홍일점 이현숙 회원 ⓒ 박병춘


a 주흘산 하산 후 문경새재 제2관문을 거닐며

주흘산 하산 후 문경새재 제2관문을 거닐며 ⓒ 박병춘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동화원에 도착합니다. 다시 산 아닌 땅 위에서 산다는 일에 젖어야 합니다. 영락없이 유행가 가락이 들려옵니다. 제2관문을 지나 제1관문까지 아주 완만한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고운 흙길이라선지 맨발로 걷는 분들도 많습니다. 길 따라 연이어 낙락장송들이 반겨줍니다.


주흘산 정상 가는 길엔 적송을 포함하여 아름드리 조선 소나무들이 웅장하게 서 있습니다. 보고 또 봐도 선비일 수밖에 없는 소나무를 보며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되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산은 버리고 싶은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게 해줍니다. 산은 내게 현재에 충실라고 말합니다.

a 주흘산 양털 구름이 하늘을 수놓고 있다.

주흘산 양털 구름이 하늘을 수놓고 있다. ⓒ 박병춘


a 양털 구름 우리네 일상도 저 구름처럼 부드럽게!

양털 구름 우리네 일상도 저 구름처럼 부드럽게! ⓒ 박병춘


하산 후 문경새재 주차장에서 하늘을 보았습니다. 살면서 가장 아름다운 양털 구름을 보았습니다. 주흘산은 긴 연휴에 나태한 몸을 추스르게 하더니, 하늘에 펼쳐진 양털 구름은 더 보드랍게 세상살이하라고 조언합니다. 기분 좋은 가을입니다.
#주흘산 #참메 #문경새재 #양털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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