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광우병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할 목적으로 시행된 미국 파견검역관 제도가 사실상 폐지된 것이나 다름없으며, 정부가 촛불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정치적 쇼'를 벌인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파견검역관 제도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으로 촉발된 촛불 정국에 대한 정부의 후속 대책으로 탄생했다.
김우남 민주당 의원은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에 파견됐던 현지 검역관 4명 중 2명은 이미 국내로 복귀했고 나머지 2명 중 1명은 올해 10월 복귀할 예정"이라며 "미국 파견검역관 제도는 사실상 폐지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주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 파견됐던 검역관은 지난해 8월, 주 시카고 총영사관에 파견됐던 검역관은 올해 8월에 국내로 복귀했다. 또 주 휴스턴 총영사관에 파견됐던 검역관도 올 10월 복귀할 예정이다.
다만, 워싱턴에 있는 주미 대사관 소속 파견검역관 1명만이 동물 위생 및 식품안전 등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한다는 명목으로 파견기간을 1년 연장해 2011년 7월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김 의원은 "(주미 대사관 소속 검역관의 파견근무) 연장의 주목적이 현지검역이 아닌 단순 정보수집이란 점에서 미 파견검역관 제도는 사실상 폐지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자적인 현지 도축장 점검 실적 전무"... 1년 전에도 '유명무실' 논란
a
▲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2008년 5월 29일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 합동브리핑센터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새 수입조건을 담은 고시를 발표하고 있다. 정 전 장관은 이때 "우리 검역관을 미국에 파견해 수출 작업장을 점검토록 하고, 체계적 검역을 통해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의 반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며 '미국 파견검역관 제도' 도입을 밝혔다. ⓒ 남소연
▲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2008년 5월 29일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 합동브리핑센터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새 수입조건을 담은 고시를 발표하고 있다. 정 전 장관은 이때 "우리 검역관을 미국에 파견해 수출 작업장을 점검토록 하고, 체계적 검역을 통해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의 반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며 '미국 파견검역관 제도' 도입을 밝혔다.
ⓒ 남소연 |
|
미국 파견검역관 제도는 1년 전에도 '유명무실' 논란에 휩싸이며 '혈세 낭비'란 지적을 받았다.
정부는 지난 2008년 5월 미국 파견검역관 제도 도입 당시 "주미 대사관이나 주요 영사관에 파견된 국내 검역관들은 수출 작업장을 대상으로 ▲ 월령 구분 ▲ 도축 시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 제거 등을 점검하는 한편, 미국의 강화된 사료 정책의 추진상황을 점검할 것"이라고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정운천 당시 농수산부 장관도 "우리 검역관을 미국에 파견해 수출 작업장을 점검토록 하고, 체계적 검역을 통해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의 반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며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그러나 정 장관이 말한 이 제도의 취지는 실현되지 못했다. 정부가 2008년 10월 4명의 검역관을 파견했지만 1년이 지난 뒤에도 이들의 현지 도축장 점검 실적이 한 건도 없었던 것.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이날 "이 제도가 실시된 이래 파견검역관들은 단 한 차례도 독자적인 현지검역을 실시하지 않았다"며 "다만 같은 기간 동안 국내점검단이 2차례 미국을 방문해 수출작업장 점검을 할 때 참여한 것이 현지 검역업무의 전부"라고 지적했다. 2009년 국정감사 당시 미국 파견검역관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단 지적을 받은 뒤에도 개선된 점이 전혀 없었단 얘기다.
김 의원은 이어, "국민의 건강권과 검역 주권을 포기한 굴욕적인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보완하기 위해 국민을 상대로 발표한 공개 대책마저 포기하는 정부를 어느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미국 파견검역관과 관련한 대국민 사기극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수산부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김우남 의원이 낸 보도자료 내용을 잘 모른다"며 "내용을 파악해서 오후에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