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이명화
영시암(2:30)을 지나 편편한 흙길 이어지고, 산책길 걷는 듯 호젓한 숲길에 강이 함께 흘러 피곤함을 덜었다. 그러나 걷고 또 걷고 걸어도 길이 어디까지인지 가늠되지 않았다. 드디어 백담사 탐방안내소 앞이다. 오후 3시 35분. 백담사탐방안내소에서 다시 걸어 내려가다 보니 백담사가 보인다. 다리가 길고 긴 길에 지친 나머지 백담사를 지척에 두고 외면하고 간다. 백담사 셔틀버스가 오르내리는 이 길은 시멘트로 깔아놓아 다리가 더 아프다. 그동안 내려온 하산 길도 엄청난데 3km의 길을 다시 도보로 걸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다리는 아예 무쇠다리가 된 듯 하다.
셔틀버스 중간 주차장에 도착, 어느새 오후 4시 50분이다. 용대리까지 가는 버스에 올랐다. 셔틀버스 중간주차장에서부터 용대리 버스정류장까지 내려가는 버스는 계곡을 끼고 가파른 시멘트 길을 곡예라도 하듯 출렁대며 달려 어지럽다. 아으~ 다시 는 안 와야지 하고 생각했다. 무사히 용대리 주차장에 도착했지만 다리가 아파서 택시를 탔다.
오색은 반대방향에 있다. 전혀 다른 반대편으로 벌어진 길, 지리도 잘 모르는데다가 오색행 버스는 자주 없고 정류장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는 내설악, 우리가 가야할 곳은 남 설악이다. 택시비가 만만찮았지만 몸이 편했다. 택시기사는 설악산 관련 정보들을 꿰고 있어서 거의 가이드 수준이다. 가을 단풍 때 오면 어디서 산행하는 것이 좋겠느냐 물었더니 아예 오지 말라고 한다. 가을 지나 봄철에나 오란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사람구경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계령 고갯길을 넘어가는 길에서 택시는 춤추듯 비틀대며 출렁거린다. 길은 급경사에 한껏 꺾고 또 가다 꺾으면서 계속 내려가지만 위로 올려다보면 길이 꼭대기에 있다. 높고도 높은 고갯길이다. 오색에 도착하자 오후 5시 35분이다. 오색에 있다는 오색약수터, 그냥 갈 수 없어 잠시 들었다가 콩꽃마을 순두부촌으로 갔다. '시골 이모 순두부집'에서 순두부전골을 먹었다. 인심도 좋아 음식이 푸짐하고 맛나다. 많은 사람들이 늦게까지 식당에 북적거렸다.
나가는 말
오늘도 길에서 길로 이어졌다. 어제는 등산, 오늘은 하산. 어제는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는 시조가 절로 읊어지며 오르고 또 오르는 높은 길 걸었다면, 오늘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길고 긴 하산 길이었다. 그 길에서 만난 것들이 있다.
중청대피소에서 소청봉으로 이어진 길을 지나 신라선덕여왕 12년에 자장율사가 지었다는 봉정암을 만나고, 수렴동대피소 위 옥녀봉에서 봉정암에 이르는 능선인 용아장성 능선을 올려다보며 말문이 막혔고 동남쪽 골짜기 수렴동계곡, 쌍룡폭포, 백담계곡...길에서 길로 이어진 하산 길에서였다. 그 길은 멀고도 멀었다. 길에서 길로 이어진 먼 길 걸으며 계곡과 함께 벗했다. 만남은 오르는 길에서도 내려가는 길에서도 있었다.
[여행수첩]
1. 일시: 2010.9.23(목)
2. 산행시간: 8시간 15분/안개-오후에 차차 맑음
3. 진행: 중청대피소(8:20)-소청봉(8:40, 1,550m)-소청대피소(9:00)-봉정암(9:50)-사자바위(10:05)-쌍룡폭포-탁족-수렴동대피소(1:25)-점심식사 후 출발(2:05)-오세암 갈림길9삼거리 2:25)-영시암(2:30)-백담탐방안내소(3:35)-백담사(4:00)-중간 주차장(4:35)
4. 특징
대청봉-백담사:12.9km
대청봉-소청대피소:안개로 조망 못함/중청대피소에서 안개로 일출 못 봄
사자바위 밑(계곡길)-백담사: 계곡길. 폭포. 소. 용아장성 능선 보면서 산행함
봉정암: 식수 풍부함
백담사 중간주차장-용대리: 셔틀버스 1,000원
백담사-백담사 중간주차장:3km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