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동네가 떠들썩... 단합의 장 된 가을운동회

학생·학부모·마을주민·교사가 한데 어우러진 축제의 장

등록 2010.09.30 14:49수정 2010.09.3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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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운동회의 상징 만국기 만국기가 드높은 가을하늘을 수놓고 있다.

운동회의 상징 만국기 만국기가 드높은 가을하늘을 수놓고 있다. ⓒ 김동이


한동안 태풍 곤파스와 잦은 집중호우로 드높은 가을하늘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추석 이후 구름 한 점 없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조금은 쌀쌀한 기온이지만 한낮에는 야외활동하기 좋은 날씨를 보이면서 학교들은 앞다투어 소풍이며 운동회를 개최해 학업에 지친 아이들의 심신을 달래주고 있다. 특히, 교정에서는 구름 한 점 없는 가을하늘을 수놓는 만국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가을운동회가 한창이다.

a 치열한 응원전 청백기를 들고 힘차게 자기팀을 응원하고 있는 응원단의 모습

치열한 응원전 청백기를 들고 힘차게 자기팀을 응원하고 있는 응원단의 모습 ⓒ 김동이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9월의 마지막날인 30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의 시골의 한 조그마한 초등학교. 교정이 응원소리로 가득 메워지고 있다. 비단 응원소리는 아이들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목소리와 잘 어우러져 그야말로 마을의 한마당 잔치 분위기를 연출했다. 운동회 전날 아이들이 맑은 날씨를 바라며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 눈으로 밤을 지세웠을 모습이 눈에 선했다.

운동회는 학생들의 전유물이 아닌 마을 화합의 장

a 아이들의 태권도 시범 절도있는 동작으로 시범을 보이고 있는 학생들.

아이들의 태권도 시범 절도있는 동작으로 시범을 보이고 있는 학생들. ⓒ 김동이


학생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운동회는 언제부터인가 지역유지는 물론 마을 어른들까지 함께 어우러지는 '마을 화합의 장'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이날 시골초등학교 운동회에는 이를 반영하듯 읍장부터 이장 등 지역의 유지를 비롯해 고령의 노인들까지 자리를 함께 해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한바탕 웃음소리와 교정이 떠나가라 외치는 응원소리로 가득 찼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국민체조 음악소리와 바람에 사알짝 흩날리는 백색 횟가루, 운동장을 가로질러 푸른 가을하늘을 수놓은 만국기에 이르기까지 가을운동회는 어린시절 추억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또한, 자신보다 훨씬 큰 대형 청백기를 들고 힘겹게 흔드는 응원전은 운동회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치열했고, 미리 연습한 듯 통일된 동작으로 응원수술을 흔드는 아이들의 모습은 운동회의 재미를 더해주었다.

특히나 7080세대에게는 익숙한 장사꾼들도 이날만큼은 대놓고(?) 학교를 출입할 수 있는 날이어서 그런지 운동장 한쪽 구석에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축제의 한 단상을 장식했다.

본격적인 운동회가 시작되기 전 낯익은 음악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귓전을 울린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국민체조의 경쾌한 음악에 맞춰 모두가 통일된 동작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그늘에 앉아서 지켜보던 어르신들도 예전 기억이 떠오르는지 몸을 일으켜 세워 함께 따라하는 모습도 정겹게 다가온다.

드디어 본격적인 운동회가 시작되고 출발선에서 긴장하고 서 있는 아이들의 귓전에 힘찬 호각소리가 울리자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길지 않은 트랙을 달려 결승선으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1등한 아이는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이한 듯 펄쩍뛰며 기뻐했고, 등수에 들지 못한 아이는 아쉬움에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달리고 던지고 넘어지는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는 사이 아이들이 학업을 하면서 열심히 준비한 무용과 태권도 시범은 열기를 잠시 식힐 수 있는 볼거리다. 비록 서툰 동작으로 때로는 절도있는 동작으로 열심히 준비한 공연을 선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어른들은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내주었다.

어르신들의 어설픈 몸놀림에 교정은 웃음바다가 되고

a 왜 이리 안 들어가는겨 어르신들의 운동회 참여는 승패보다는 운동회를 통한 마을 화합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왜 이리 안 들어가는겨 어르신들의 운동회 참여는 승패보다는 운동회를 통한 마을 화합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 김동이


아이들의 운동회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을 무렵 또 하나의 볼거리가 운동회의 절정을 알린다. 바로 마을 어르신들의 경기다. 아이들의 경기에 비해 박진감은 떨어지지만 청군과 백군으로 나누어 펼쳐지는 어르신들의 경기는 청군의 승패를 좌우할 만큼 긴장감과 재미를 선사해 주었다.

투호를 하듯 항아리에 막대를 던져 넣는 '백발백중' 경기. 달리고 던지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오랜만에 해 보는 놀이인지라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듯 보인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그어 놓기는 했지만 경기가 치열해질수록 선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고, 승리를 위한 어르신들의 바쁘지만 어설픈 몸놀림은 교정안을 웃음바다로 만들어버렸다.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는 사이 운동장 한쪽 구석에 설치된 청군, 백군의 점수를 알리는 점수판에는 운동회의 종반부를 알리듯 청백군 모두 900점이 넘는 점수가 걸려 있다.

a 운동회의 백미이자 마지막 경기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대표선수가 참가하는 이어달리기는 운동회의 승패를 좌우하는 마지막 경기다.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는 청백군 대표선수들의 모습

운동회의 백미이자 마지막 경기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대표선수가 참가하는 이어달리기는 운동회의 승패를 좌우하는 마지막 경기다.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는 청백군 대표선수들의 모습 ⓒ 김동이


이제 청백군의 운명을 가를 운동회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경기만이 남아있다. 바로 1학년 대표선수로부터 6학년 선수까지 학년별로 펼쳐지는 운동회의 백미인 이어달리기다. 비록 백군이 근소한 차이로 뒤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마지막 경기를 이기면 역전의 여지도 남아 있어 교정에는 일순간 긴장감이 맴돌았다.

드디어 출발을 알리는 신호가 떨어지고 마지막 경기인 탓에 손에 땀을 쥐게 만들 정도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치러졌고, 경기가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응원단의 청백 깃발과 반짝반짝 수술을 흔드는 청백 응원단의 손길은 더욱 빨라졌다.

3학년 선수까지 10여미터를 앞서가던 백군은 4학년 선수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청군에게 따라잡혔고 반바퀴를 남겨 둔 상황에서 결국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하지만, 백군도 포기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두 명의 선수를 남겨 둔 상황에서 고학년 선수들은 젖먹던 힘을 다해 결승선을 향해 달렸고, 마침내 마지막 선수에게 바톤이 이어지자 운동장을 가득 메운 학생들과 학부모, 마을주민들까지 자리에서 일어나 마지막 선수들에게 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나, 결국 결승선 테이프를 먼저 끊은 쪽은 경기 중반 역전을 일군 청군의 몫. 이로써 가을운동회의 우승은 가장 큰 점수가 달린 이어달리기에서 이긴 청군에게도 돌아갔다.

최종스코어 1100대 1000. 운동회 중반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치던 청군과 백군의 우승은 결국 마지막 이어달리기에서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비록 승패가 갈리는 운동회였지만 이날 시골초등학교의 가을운동회는 승패를 떠나 학생과 학부모, 마을 어르신들이 한데 어우러진 한마당 화합의 장이 되었다.

a 나도 왕년에는... 학부모 이어달리기. 급한 마음에 넘어지기도 했지만, 자녀들이 지켜보고 있어서인지 열심히 달리는 모습에 아이들도 응원의 함성을 보냈다.

나도 왕년에는... 학부모 이어달리기. 급한 마음에 넘어지기도 했지만, 자녀들이 지켜보고 있어서인지 열심히 달리는 모습에 아이들도 응원의 함성을 보냈다. ⓒ 김동이


a 학부모들의 훌라후프 경기 유연한 몸놀림으로 훌라후프를 돌리고 있는 학부모들의 모습. 이날 훌라후프 경기의 최종우승자는 앉았다 일어나는 등의 변칙 경기진행을 통해 결정됐다.

학부모들의 훌라후프 경기 유연한 몸놀림으로 훌라후프를 돌리고 있는 학부모들의 모습. 이날 훌라후프 경기의 최종우승자는 앉았다 일어나는 등의 변칙 경기진행을 통해 결정됐다. ⓒ 김동이


a 승패와 상관없이 선물이 주어지고... 학부모의 경기는 승패와 관계없이 참여한 학부모들에게 세수대야와 화장지 등이 선물로 주어졌다.

승패와 상관없이 선물이 주어지고... 학부모의 경기는 승패와 관계없이 참여한 학부모들에게 세수대야와 화장지 등이 선물로 주어졌다. ⓒ 김동이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가을운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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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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