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시위대 해산용으로 사용하려는 지향성음향장비(일명 '음향대포')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기동본부에서 열린 지향성음향장비 시연회에서 이중구 경찰청 경비과장이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성호
"일단 들어보면 아십니다."
이중구 서울지방경찰청 경비과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1일 오후. 이곳은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앞. 50여명의 기자들이 지름 91cm의 동그란 스피커를 100m 앞에 두고 섰다.
경찰이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새로 도입하려는 시위진압용 '지향성 음향장비(LRAD·Long Range Acoustic Device)', 이른바 '음향대포'의 '위력'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서다. 스피커에서 음향이 '발사'되기 전, 이중구 경비과장은 "희망하시는 분들만 들어보고, 몸 약한 사람은 듣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
음향대포 발사하자 '삐, 삐, 삐' 소리가 직선으로 귀에 꽂혀"130dB 쏩니다." 먼저 일반 스피커와 지향성 음향장비의 비교를 위해, 경찰이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스피커에서 시위해산 방송이 나왔다.
"집회에 참가하신 여러분, 질서유지선을 넘지 마십시오…" 소리가 전체적으로 넓게 퍼졌다. 다음으로는 음향대포에서 같은 내용의 방송이 나왔다. "질서유지선은 여러분의 집회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하였습니다…" 같은 크기의 소리였지만, '지향성 음향장비'는 마치 귓전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일반 스피커는 소리가 좌우 주변으로 넓게 퍼지는 반면, 지향성 음향장비는 전방 15도 내외로 모아진 소리를 보내 그 범위 안에서만 주로 들릴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다음으로 시위해산 경보음이 방송되었다.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삐, 삐, 삐' 소리가 나는 장난감 총을 마치 귓속에 대고 쏘는 것처럼, 소리가 귀에 직선으로 꽂혔다. 130dB, 140dB 까지는 여기저기서 "어우" 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그래도 견딜 만했다. 그런데 최대치인 150dB의 경보음이 나오자 기자들의 손은 자연스럽게 귀로 향했다.
보다 생생한 장면을 화면에 담게 위해 100m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촬영을 진행하는 사진·방송 카메라 기자들의 귀에는 경찰청에서 준비한 연두색 귀마개가 꽂혀 있었다. 휴지로 귀를 막은 기자들도 있었다.
앞서 이중구 경비과장은 "듣기 싫은 소리를 들으면 해산하는 게 상식"이라며 "모든 시위대를 해산시킬 수는 없겠지만 (음향대포를 통해) 시위대의 폭력이나 흥분을 자제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물대포가 시위대의 폭력성에 대한 저지 효과가 없었던 거에 비해 훨씬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지난 9월 28일 입법예고한 '경찰 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에서 지향성 음향장비를 진압 장비에 추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음향대포 한 대 당 가격은 8000만원.
불과 5분 들었는데 "어지럽다, 현기증 느껴져" 고통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