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얼얼', 머리가 '어질', 가슴이 '쿵쾅'

[현장] 시위 진압용 음향대포 직접 체험해봤더니...'안전성 의문'만 더 키워

등록 2010.10.02 10:17수정 2010.10.0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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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시위대 해산용으로 사용하려는 지향성음향장비(일명 '음향대포')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기동본부에서 열린 지향성음향장비 시연회에서 이중구 경찰청 경비과장이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찰이 시위대 해산용으로 사용하려는 지향성음향장비(일명 '음향대포')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기동본부에서 열린 지향성음향장비 시연회에서 이중구 경찰청 경비과장이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유성호

"일단 들어보면 아십니다."  

이중구 서울지방경찰청 경비과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1일 오후. 이곳은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앞. 50여명의 기자들이 지름 91cm의 동그란 스피커를 100m 앞에 두고 섰다.

경찰이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새로 도입하려는 시위진압용 '지향성 음향장비(LRAD·Long Range Acoustic Device)', 이른바 '음향대포'의 '위력'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서다. 스피커에서 음향이 '발사'되기 전, 이중구 경비과장은 "희망하시는 분들만 들어보고, 몸 약한 사람은 듣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

음향대포 발사하자 '삐, 삐, 삐' 소리가 직선으로 귀에 꽂혀

"130dB 쏩니다."

먼저 일반 스피커와 지향성 음향장비의 비교를 위해, 경찰이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스피커에서 시위해산 방송이 나왔다.

"집회에 참가하신 여러분, 질서유지선을 넘지 마십시오…" 소리가 전체적으로 넓게 퍼졌다. 다음으로는 음향대포에서 같은 내용의 방송이 나왔다. "질서유지선은 여러분의 집회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하였습니다…" 같은 크기의 소리였지만, '지향성 음향장비'는 마치 귓전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일반 스피커는 소리가 좌우 주변으로 넓게 퍼지는 반면, 지향성 음향장비는 전방 15도 내외로 모아진 소리를 보내 그 범위 안에서만 주로 들릴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다음으로 시위해산 경보음이 방송되었다.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삐, 삐, 삐' 소리가 나는 장난감 총을 마치 귓속에 대고 쏘는 것처럼, 소리가 귀에 직선으로 꽂혔다. 130dB, 140dB 까지는 여기저기서 "어우" 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그래도 견딜 만했다. 그런데 최대치인 150dB의 경보음이 나오자 기자들의 손은 자연스럽게 귀로 향했다.


보다 생생한 장면을 화면에 담게 위해 100m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촬영을 진행하는 사진·방송 카메라 기자들의 귀에는 경찰청에서 준비한 연두색 귀마개가 꽂혀 있었다. 휴지로 귀를 막은 기자들도 있었다.

앞서 이중구 경비과장은 "듣기 싫은 소리를 들으면 해산하는 게 상식"이라며 "모든 시위대를 해산시킬 수는 없겠지만 (음향대포를 통해) 시위대의 폭력이나 흥분을 자제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물대포가 시위대의 폭력성에 대한 저지 효과가 없었던 거에 비해 훨씬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지난 9월 28일 입법예고한 '경찰 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에서 지향성 음향장비를 진압 장비에 추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음향대포 한 대 당 가격은 8000만원.

불과 5분 들었는데 "어지럽다, 현기증 느껴져" 고통 호소

 경찰이 시위대 해산용으로 사용하려는 지향성음향장비(일명 '음향대포')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기동본부에서 열린 지향성음향장비 시연회에서 소음도를 취재하던 취재기자들이 귀를 막으며 괴로워하고 있다.
경찰이 시위대 해산용으로 사용하려는 지향성음향장비(일명 '음향대포')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기동본부에서 열린 지향성음향장비 시연회에서 소음도를 취재하던 취재기자들이 귀를 막으며 괴로워하고 있다.유성호

자리를 앞으로 옮겨 64m 거리에서 '음향대포' 체험이 이어졌다. 3초~5초 사이의 짧은 시연이었지만 점점 귀가 먹먹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시연회에서는 체감음압도 함께 측정되었는데, 음향대포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질수록 체감음압이 몇 dB인지 기자들에게 전하는 이중구 경비과장의 점점 목소리가 높아졌다. 64m 거리에서 150dB의 경보음을 보냈을 때 체감음압은 112dB. 록 콘서트장의 첫 번째 열 소음(110dB)보다 높다.  

이제 음향대포 앞 32m 앞까지 걸어갈 시간. 기자를 포함해 '그래도 아직까지는 견딜 만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몇몇 기자들에게 이중구 경비과장은 "그런데 왜 고통스러워 안 하시죠?"라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체감음압 116dB(140dB로 출력)의 날카로운 소리가 귓전을 때리자, 한 기자가 옆에 있는 기자에게 "어지럽다, 현기증 느껴져"라고 호소하는 소리가 들렸다. 기자들의 얼굴에는 고통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116dB은 사업장에서 허용되는 최대 소음 수준(115dB)을 초과한 음압. 경찰은 "실제로 시위현장에서는 115dB 이하의 경보음만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연이 끝나자 귀가 '먹먹'한 것을 넘어 '얼얼'해졌고 머리는 '어질어질'했다. 가슴도 '쿵쾅쿵쾅' 뛰었다. 100m, 64m, 32m 거리를 통틀어 '음향대포'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시간은 불과 5분도 안 됐는데 말이다. 이런 상태는 한 시간이 넘게 지속됐다.

'안전성' 관련 질문 쏟아지는데, 답변은 '궁색'

 경찰이 시위대 해산용으로 사용하려는 지향성음향장비(일명 '음향대포')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기동본부에서 열린 지향성음향장비 시연회에서 이중구 경찰청 경비과장이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찰이 시위대 해산용으로 사용하려는 지향성음향장비(일명 '음향대포')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기동본부에서 열린 지향성음향장비 시연회에서 이중구 경찰청 경비과장이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유성호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기자들이 가장 궁금해 한 부분은 '안전성'이었다. 시연회에 앞서 진행된 기자설명회에서 이중구 경비과장이 "안전성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셔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지만, '안전성에 대한 걱정'은 시연회 이후 오히려 더 커진 듯 했다.

이날 경찰은 "되도록이면 110dB(체감음압) 이상으로는 지향성 음향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사용기준 역시 세밀하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장비 사용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담 경찰관을 배치하고, 지휘관의 관리·통제 하에 거리에 따라 음압을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음향대포를 3초~5초 이내에서 사용하고 30초 쉬었다가 다시 3초~5초 사용하는 식으로 짧게, 짧게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많은 기자들은 실제 시위 진압 현장에서 이러한 규칙들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지난 촛불시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 속에 시위진압이 급박하게 진행될 경우 경찰의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보통 사람이 120dB~130dB의 소리를 들을 경우 고통을 느끼고, 장시간 청취시 청력이 손상될 수 있다. 160dB은 일시적인 노출만으로도 청력이 영구적으로 잃을 수도 있다. 

음향대포에 대한 제대로 된 안전성 검사가 없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인체에 직접적으로 실험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음향대포'의 안전성은 입증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서울대 뉴미디어 통신연구소에 의뢰해 안전성을 검토했다고 반박했지만, 서울대 측은 기술적 성능검사만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경찰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마루타 실험을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해산하라고 명령했는데 안 들으면 어쩔수 없다?

 경찰이 시위대 해산용으로 사용하려는 지향성음향장비(일명 '음향대포')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기동본부에서 열린 지향성음향장비 시연회에서 소음도를 측정하던 경찰이 귀를 막고 있다.
경찰이 시위대 해산용으로 사용하려는 지향성음향장비(일명 '음향대포')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기동본부에서 열린 지향성음향장비 시연회에서 소음도를 측정하던 경찰이 귀를 막고 있다.유성호

기자들이 거듭해서 '안전성 검사'에 대해 질문하자 이중구 경비과장은 "사람 신체가지고 실험하는 데가 어딨냐"며 반발한 뒤, "노인들이나 몸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대피하라, 해산하라 경고방송을 할 것"이라며 "경고방송하면 비켜주는 게 민주사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해산하라고 명령을 했는데도 일부러 (음향대포) 앞에 있다면 국가는 어쩔 수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기자의 '음향대포 체험기'를 전해들은 김형렬 가톨릭대 산업의학과 교수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 교수는 먼저, 경찰이 '산업보건에 관한 규칙'의 허용범위 인 115dB(체감음압) 이하로 음향대포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115dB은 작업장 소음기준인데 이를 어떻게 일반 환경기준에 적용시킬 수 있느냐"며 반문한 뒤, "작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보호구도 착용하고, 임금을 받으면서 일하기 때문에 시위현장에 나온 사람들과 같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게다가 115dB이면 전기톱을 사용하는 하는 등 소음 수준이 매우 높은 작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김 교수는 "음향대포의 사용이 청력에도 손상을 가져올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건 (음향대포의 소음이) 자율신경계와 호르몬의 변화를 가져와 정신과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매향리 폭격장의 예를 들었다.

김 교수는 "매향리에서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폭격기의 포성은 주민들을 놀라게 하고 불안하게 해 결국 유산과 수명장애 등 삶의 질 파괴로 이어졌다"며 "잠시만 노출되더라도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음향대포에 시민들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은 그 자체로 폭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음향대포 #지향성 음향장비 #장거리 음향장비 #G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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