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의 '토바이어스 울프' 교수는 타블로의 주장이 사실임을 밝혔다.
MBC 화면캡쳐
그러나 타블로의 처지가 되어 생각해 본다면 그의 대응이 안일했던 것도 이해는 간다. 나는 스탠퍼드를 나온 게 맞는데, 왜 그걸 증명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 충분히 들 수 있다. 누구라도 그렇지 않겠는가. 나는 대학교를 나온 게 맞는데, 누군가 사람들에게 "그는 대학교를 나오지 않았다"고 말하고 다닌다면, 졸업증명서를 떼다 주겠는가, 헛소리로 치부하고 말겠는가.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2008년 신정아 학력위조 파문으로 연예계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적지 않은 연예인들의 학력위조 사실이 드러났고 대중들은 충격받았다. 그리고 그 불똥은 타블로에게도 튀어, 그의 학력도 위조가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타블로 측은 학력위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고, 이야기는 쉽게 사그라졌다. 어쩌면, 타블로는 이번 일 역시 그때와 같이 간단하게 마무리 지어질 것이란 생각을 했을 수 있다.
타블로가 잘못한 게 딱 한 가지 있다면, 그건 순진하다는 것이다. 미련할 정도로 순진했다. 그는 이 사회에서 대학 졸업장이 가지는 의미를 잘 몰랐다. 그는 사람들이 스탠퍼드 졸업장을 가진 힙합 가수로 자신을 보고 있음을 몰랐다. 난 그가 그걸 몰랐다고 생각한다. 알았다면, 일을 이렇게 키울 수가 없다. 알고도 그랬다면 그건, 바보다. 그런데 타블로가 바보일 리는 없으니, 몰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강남 엄마 가라사대, "국적은 바꿔도 학적은 못 바꾼다."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배우가 연기만 잘하면 되고, 가수가 노래만 잘 부르면 되지, 대학도 잘 나와야 하나? 물론 그럴 필요 없다. 송강호, 서태지가 명문대 나왔나? 그건 아니다. 그러나 명문대 나와서 연예인하면 덕 보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김태희, 서울대 덕 봤다. 김정훈, 서울대 치대 덕 봤다. 서경석과 이윤석, 서울대와 연세대 나온 덕 봤다. 이건 부인할 수 없다.
최근 가수로 활동 중인 개그우먼 출신 곽현화, 인터넷에 기사 뜰 때마다 주된 타이틀이 무엇이던가. '이대 나온 여자'다. 아역 출신 탤런트 이인혜가 왜 '엄친딸'로 유명한가. 고려대 출신이기 때문이다. "쟤는 연예인인데 공부도 잘했대." 이 말 한마디가 무한한 이미지 상승을 불러온다. 연예인들은 학창시절 끼를 주체 못해 공부는 뒷전일 것이었으리란 일종의 편견을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으므로.
타블로에 대한 우리들의 '열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