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의원이 2일 오후 김해 상동면 낙동강사업 준설 대상지를 찾아 굴착기를 동원해 불법 매립된 폐기물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은 낙동강사업 9공구 지역으로, 구덩이 아래에 시커먼 흙이 보인다.
윤성효
불과 2m도 파 내려가지 않았는데 시커먼 흙이 나왔다. 그 속에는 콘크리트와 아스콘 덩어리, 침목, 하수관 파이프 조각, 비닐, 철근 등이 나왔고 냄새도 났다.
2일 오후 경남 김해 상동면 소재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8~9공구 준설 예정지에서 대규모 폐기물이 매립된 사실이 확인되었다. 경상남도 '낙동강사업 특별위원회'가 주민 제보에 근거해 지난 9월 30일 폐기물 매립 사실을 공개했고,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사천)이 이날 굴착기를 통해 파보았더니 매립되었던 폐기물이 드러난 것이다.
이곳은 부산시민의 식수를 공급하는 매리취수장에서 2km, 물금취수장에서 6km 상류에 있다. 이곳은 그동안 사유지였는데, 정부가 4대강사업을 시작하면서 지난해 국가하천 구역으로 편입시킨 것이다. 낙동강특위는 대규모 폐기물 매립 사실을 밝힌 뒤, 시추·발굴할 예정이었으나 하천점용허가를 얻지 못해 시료채취를 못 했다.
이날 굴착기를 동원한 발굴은 강기갑 의원이 현장조사를 벌이면서 가능해졌다. 민주당 중앙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도 현장조사를 벌였다. 이곳은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고 있는데 아직 준설작업이 시작되지 않았다. 최근 문화재 시굴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폐기물이 드러났는데, 곳곳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이날 강 의원의 현장조사에는 국토해양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김정훈 하천국장과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이율범 환경관리국장 등이 참여했다. 또 4대강사업저지 낙동강지키기 경남·부산본부와 김해상동매리주민대책위, 석영철 경남도의원 등이 참여했다.
이곳에는 450만t 규모의 건설·산업·오염 폐기물이 불법 매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낙동강사업 8~9공구는 3.4km 구간이다. 주민들은 3m 깊이로 폐기물을 묻고 그 위에 1~2m 정도 '복토'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낙동강특위는 "1990~2000년대 초 부산지하철공사와 제2 롯데월드 공사현장의 대규모 매립토 등의 불법 폐기물이 매립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현장조사(발굴)는 낙동강사업 9공구와 8공구에서 각각 1지점씩 이루어졌다. 9공구 조사지점은 산딸기 재배지였는데, 지금은 농사를 짓지 않아 풀로 뒤덮여 있었다. 굴착기를 2m 가량 파 내려갔더니 시커먼 흙이 나왔다.
8공구 조사지점은 낙동강 샛강이 바로 옆에 보이는 곳으로 1.7m 가량 파 내려가니 시커먼 흙과 함께 온갖 건설폐기물들이 나왔다. 민주당 중앙당 정책위 관계자는 시료를 채취해 갔다. 민주당은 이날 현장에서 나온 폐기물의 성분을 분석하는 과정을 거친 뒤 국정감사 때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