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1900선 돌파, 무슨 일이 있었나?

[경제위기 2년 뒤] G20 공조 흔들, 환율 전쟁 시작...경제 살아날 수 있을까

등록 2010.10.07 15:01수정 2010.10.0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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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식시장이 드디어 1900선을 뚫었다. 2009년 9월 15일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이후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여파로 침체를 겪었던 한국경제가 되살아나는 듯 보인다. 지난 2년간 경제에, 좀 더 정확하게 우리가 먹고 사는 일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국민세금 13조 달러 투입, 1인당 6억원 보너스 지급

 

a  달러를 세고 있는 모습

달러를 세고 있는 모습 ⓒ 권우성

달러를 세고 있는 모습 ⓒ 권우성

먼저 막대한 규모의 구제금융이 투입됐다. 미국의 경제통신사인 블룸버그 추산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손실이 약 1500억 달러였던 데 비해 이로 인해 촉발된 금융위기에 미 정부와 중앙은행은 이것의 약 100배인 13조 2000억 달러를 금융가에 쏟아 붓는 것으로 대응했다. 파산직전의 골드만삭스는 194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고, AIG는 2008년에는 850억, 위기가 계속되자 1000억 달러에 가까운 돈을 추가 지원받았다. 경제위기의 책임자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는 정치권의 발언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실제로 금융,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와 처벌은 수포로 돌아갔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4월 골드만삭스를 사기혐의로 기소했다가 지난 7월 15일 5억 5000만 달러(약 6600억원)의 벌금을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골드만삭스는 투자자들에게는 CDO(부채 담보부 증권)상품의 가치가 상승하면 이익을 보는 상품을 판매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가치가 하락하는 데 배팅해 10억달러의 이익과 1500만 달러의 수수료를 챙겼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개혁을 기대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증권거래위원회 내부감찰관 데이비드 코츠는 9월 22일 미 상원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SEC의 골드만삭스 제소시기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SEC가 폰지사기에 대한 감독실패 책임을 묻는 보고서를 제출하였는데, SEC는 이 보고서가 주목받지 못하도록 골드만삭스를 기소했다는 내용이다. 2009년 골드만삭스는 사상최대의 수익을 올렸고, 직원 1인당 한화 6억원에 해당하는 보너스를 지급했다. 참고로 2008년 헤지펀드 운용자 중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제임스 사이먼스는 28억 달러를 벌었는데, 한화로 하루100억원씩 벌어들인 금액이다.

 

주식시장 호황, 그러나 쉽지 않아 보이는 경기회복

 

경기회복의 방식 역시 위기 이전의 모습과 닮아있다. 한국의 금융통화위원회는 9월 9일 기준금리를 또 다시 동결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DTI(총부채상환비율)규제를 2011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철폐하면서 서민들의 빚을 통해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대책을 내놓았다. 낮은 금리로 더 많은 돈을 빌려줘서 부동산경기를 살리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한국은행이 박자를 맞춘 모습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 당시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은행장은, 초저금리 정책으로 자산시장의 거품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었다. "연방준비은행의 역할은 파티가 시작되자마자 칵테일 잔을 치우는 것"이라는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 주니어 전 연방준비은행 행장의 교훈을 음미할 겨를도 없이 또 다시 같은 방식의 경기부양책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 주식시장의 호황 역시 투자처를 찾는 외국자본과 시장에 풀린 유동성 자금이 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장을 피해 주식으로 몰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다우지수와 일본 닛케이지수의 경우 최저점을 찍었던 2009년 3월 이후 1년 반 만에 각각 64%, 34%씩 올랐다. 한국에서는 파생상품의 거래가 상반기에만 3경 7488조가 거래됐다.

 

그러나 이러한 주식시장의 호황과는 달리, 각국의 경기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미국과 중국, 일본의 환율전쟁이 그 증거다. 환율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첨예하다는 것은 수출 이외에는 딱히 대안이 보이지 않는 일본과 중국, 달러강세를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는 미국의 절박함을 보여준다.

 

경제위기 2년, 세계경제의 '거대한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문제에 대한 원인과 대안제시도 위기를 만들어낸 방식과 같다. 한가지 변한 것이 있다면 바이러스가 퍼지듯, 위기가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투자은행살리기 = 국가와 서민 죽이기

 

위에서도 서술했듯이, 이번 위기의 주역인 투자은행들은 그대로 살아남았다. 물론 우리는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공적자금은 국민의 세금이었고, 위기는 국가재정위기로 전이됐다. 9월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한구(한나라당) 의원은, 2007년 말 298조였던 국가직접채무가 2009년 말 366조로 22.4%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역시 6월 현재 국가부채가 13조 달러(미국 GDP의 90%수준)에 진입했다.

 

하지만, 국가재정위기를 다르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의 공화당 등 보수진영에서는 건강보험 개혁 등 오바마 정부의 사회주의적 정책들이 국가부채 문제의 주범이라고 공격한다. 한국 역시 2011년도 보건, 복지, 노동 분야의 예산을 6.2% 증가시켰는데, 이는 2006년 이래 최저치다.

 

그러나 재정위기의 중심에 있던 그리스의 반 자본주의 활동가 루도스는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재정위기는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 불거진 세계 금융시스템의 모순에 있는 것으로 그리스의 방만한 재정운용 탓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위기의 비용은 저소득층과 노동자가 아닌 은행가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투자은행 위기- 공적자금제공- 국가재정 부실- 복지축소와 구조조정- 고용과 소비의 악화- 경기침체' 라는 악순환이 현재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경우 2011년도 예산을 책정하면서 2014년까지 현재의 재정적자를 흑자로 전환시키겠다고 밝혔는데, 경제성장에 따른 세수확대와 지출축소를 전제하고 있다. 기존 부자감세정책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출이 줄어든다면 결국 서민들이 고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경기상승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장바구니 물가상승, 고용시장악화, 임금체불 등 서민경제의 모습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성장의 이익은 공유되지 않는 반면 경제위기의 고통은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미 인구통계국이 9월 28일 공개한 '2009 센서스' 통계에 따르면, 부유층 소득은 빈곤층의 14.5배, 극빈층 비율은 6.3%로, 빈부격차가 사상최악으로 조사됐다.

 

공조 흐름 깨진 G20 정상회의, 환율 전쟁 시작

 

 G20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캐나다를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6월 26일 (현지시간) 토론토 숙소호텔에서 오바마 미국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G20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캐나다를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6월 26일 (현지시간) 토론토 숙소호텔에서 오바마 미국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청와대

G20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캐나다를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6월 26일 (현지시간) 토론토 숙소호텔에서 오바마 미국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서울에서 개최되는 G20정상회의는 글로벌경제위기의 책임자이자, 위기 이후 서민들에게 고통을 전가한 장본인들이 모인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대학생사람연대> 16호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4차례에 걸쳐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는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에 대해 아무것도 합의하지 않았다. 이번 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은 엉뚱하게도 글로벌금융안정망 구축과, IMF 개혁 등을 주요의제로 다루면서 규제철폐와 구조조정강제를 통해 위기를 심화시켰던 IMF를 복권시키고자 한다. 글로벌금융안정망은 위기의 예방이 아니라, 위기 이후 더 많은 대출을 해주겠다는 내용으로  핵심을 비껴간 내용이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공조흐름에 균열이 생겼다. 9월 23일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G20정상회의에서 환율문제를 다루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에 미 의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는 다음날인 9월 24일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위안화 절상을 거부하는 중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간사 데이브 캠프의원은 '11월 중국의 환율 정책을 G20의 중요한 의제로 올리는 것'이 위안화 절상을 위해서 첫 번째로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중국은 미국산 닭고기에 반덤핑 관세를, 미국은 중국산 동파이프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면서 본격적인 무역 전쟁이 시작됐다.

 

결국 G20국가들이 선택한, 막대한 재정지출과 저금리를 통한 유동성 공급, 수출중심 위주의 경제성장방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것은 국가 간 공조가 아닌 정치,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또, 국가부채, 가계부채를 높여 금융자본의 이익에는 봉사하고, 국가경제에는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 실제로 현재 한국가계부채는 월급 7년치를 모아야 상환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태다. 이에 다른 방식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투기불로소득에 대한 중과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고용과 복지, 교육과 의료 등에 투자하면서 양적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위기 이후 2년, G20이 아닌 새로운 대안, 지속가능한 대안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사람신문 17호에도 실렸습니다. 

2010.10.07 15:01ⓒ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사람신문 17호에도 실렸습니다. 
#경제위기2년 #주식시장 #1900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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