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액이 40조 원에 이르고 영업이익이 4조 80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 중 삼성반도체가 3조 1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평범한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돈이지만,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지, 삼성전자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분기별로 수조 원의 이익을 내는 삼성, 그리고 엄청난 보너스 지급으로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 삼성, 그러나 실제로 삼성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9일 성균관대학교에서 반도체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의 간담회가 열렸다. 성균관대학교 사회과학학회 무빙, 사회대학생회, 노동문제연구소, '전태일열사 40주기 실천단' 대학생사람연대, G20반대 대학생운동본부, 20대 대안학교 비타악티바 소속 대학생들이 함께 모여 준비했다.
2010년 3월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 박지연씨의 나이는 23세, 2007년 역시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 황유미씨의 나이도 23세였다. 이들 대학생들은 자기 또래의 20대 여성들이 왜 글로벌 기업 삼성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이 날 행사는 당초 예정된 강의실에서 개최되지 못했다. 학교 측에서 강의실 사용을 불허한 것. 이 날 행사를 준비한 성균관대학교 학생 김대현씨는 이에 대해 학교 측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허사였다.
"학생지원처 과장이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강의실 사용이 어렵다고 했다. 윗사람들도 간담회 홍보물을 다 본 상태라서 허가하기 곤란한 입장이라고 이야기했다."
성균관대학교는 현재 삼성재단이다. 이들 학생들은 할 수 없이 장소를 변경하여 조그마한 단과대학 학생회실에서 행사를 개최했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60여 명의 학생들은 반올림 활동가 장안석씨의 얼굴을 진지하게 쳐다봤다.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방진복은 노동자들이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입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머리카락, 각질 등이 반도체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입는 옷입니다."
방진복과 마스크, 면소재의 장갑을 껴도 유해물질이 옷을 뚫고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해물질이 기체 상태로 코와 입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한다. 또 가스가 유출되거나 방사선 물질이 유출될 때 통상경보장치가 발동되지만,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서 작업을 계속한다고 한다. 물론 위험물질에 대한 안전교육도 없다.
삼성 측은 암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오퍼레이터(라인에서 일하는 생산직 노동자)를 제외하고 엔지니어에게만 지급한 '환경수첩'에는 위험물질 옆에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적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달 28일에는 2009년 10월 삼성전자가 의뢰하여 서울대보건대학원이 작성한 보고서가 공개돼 큰 파문을 일으켰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노출평가부문 자문보고서'라는 이름의 이 보고서에는 모두 46건의 가스누출 사고가 있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반도체 공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에어샤워를 하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통로가 매우 길기 때문에 화장실을 한 번 갔다 오려면 20분이 넘게 걸립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4시간 이상 화장실조차 갈 수 없습니다."
지난 5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의 국정감사에서 이미경(민주당) 의원은 전자·전기·에스디아이 등 삼성의 전자제품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중 96명이 백혈병 등 희귀질환을 앓고 있고, 32명이 숨졌는데, 단 한 명도 산재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삼성이 유가족들에게 산재신청을 취소하고 반올림과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수억의 위로금을 제시한 것이 드러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피해자들의 제보전화가 걸려오면, 귀신 같이 삼성이 먼저 접촉해서 돈으로 매수하려고 한다. 도청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장안석씨의 말이다. 그러나 간담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절망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간담회가 끝나고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학생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정들이 뭐가 있는지 알려달라!' '다른 노동자들과 연대하려는 움직임은 없나?'와 같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중심으로 질문했기 때문이다.
반올림은 현재, 12일 산업디자인 박람회에서 플래시몹을 진행할 예정이고, 19일에는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엄마가 대학가라고 했는데 끝가지 우겨서 이 회사 왔는데 지금 퇴사하면 엄마한테 미안해서 퇴사 못하겠다. ㅠ_ㅠ 슬픈책이라도 읽고 아주 펑펑 울고 싶다. 나도 친구들처럼 대학에 가고 싶다." (황유미씨의 일기장 중)
자신의 일기장에 다른 친구들처럼 대학에 가고 싶다는 황유미씨의 바람은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에 찾아온 대학생친구들의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2010.10.10 16:18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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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반올림 간담회 불허... 학생들은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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