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11일 국회 문방위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남소연
KT(대표 이석채 회장)에서 경쟁사인 SK브로드밴드 고객 정보를 전국적, 조직적으로 불법 수집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쟁사 고객 전화번호 불법 수집한 KT 직원 등 6명 검거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11일 서울, 광주, 울산, 순천 등 전국 5개 지역 23개 아파트에서 경쟁사인 SK브로드밴드 고객 전화번호 1833개를 불법 수집한 KT 직원 등 6명을 주거침입 및 정보통신망 침해 행위, 개인정보 무단수집 행위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대구에서도 KT 직원이 비슷한 행위를 벌이다 적발돼 지난달 벌금 명령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아파트 통신장비실(MDF실)에 들어가 SK브로드밴드 통신 포트에 장애처리용 전화기를 연결해 자신의 휴대폰에 착신이 되도록 전화를 걸어 고객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수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통신사 직원인 경우 아파트단지 관리사무소에 비치된 출입자 명부에 기재만 하면 아무런 제재 없이 MDF실에 출입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하여 영업 목적으로 경쟁사 통신망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상대 고객의 전화번호를 수집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KT 원효지사 고객컨설팅팀 소속인 피의자 이아무개(53)씨는 지난 4월 19일 용산구 한 아파트 통신장비실에 들어가 SK브로드밴드 고객 48세대의 번호를 수집한 뒤 5세대에게 'KT 쿡'(초고속인터넷) 상품을 권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 울산 북구 3개 아파트단지에서 182세대, 광주 북구에서 4개 단지에서 385세대 등 전국 5개 지역 23개소에서 1833세대 고객 번호가 불법 수집됐다.
국회 문방위, 방통위에 진상 조사 및 시정 명령 요구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도 KT 경쟁사 고객 개인 정보 불법 수집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KT는 유선전화시장의 90%에 가까운 점유율을 가진 우리나라 대표 통신 회사로 군소 경쟁사업자를 시장에서 배제하기 위해 부도덕한 방법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아주 나쁘다고 생각한다"면서 방통위에 "철저한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시정명령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난 4월 대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전화번호 불법 수집 행위를 벌이던 KT 직원이 SK브로드밴드 직원에게 발각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결국 지난 9월 18일 대구지방법원은 주거침입죄, 정보통신망 침해행위로 KT에 벌금 1000만 원, KT 직원 2명에 각각 500만 원, 300만 원의 벌금을 약식 명령을 했다.
전국적-조직적 수집 정황 드러나... 경찰 수사 전국 확대 이번에도 SK브로드밴드 기술부서가 불완료호(발신을 하였으나 착신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온 23개 아파트단지의 불완료호 착신 내역을 확인한 결과, 자사 고객 전화번호가 특정 개인용 휴대전화와 KT 지사 등으로 발신된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지방경찰청이 수사에 착수, 지난달 3일부터 이달 2일까지 순차적으로 피의자들을 검거했다.
지난 4월 대구 사건 당시 KT는 직원 개인 차원에서 영업 실적을 채우기 위해 저지른 행위라고 해명했지만 이번에 전국적, 조직적으로 이뤄진 정황이 드러나고 말았다. 이날 경찰 발표에 대해서 KT 홍보팀 관계자는 "직원들이 회선 정비 중 번호 수집을 한 것은 인정하지만 영업 목적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장애처리용 전화기를 MDF 통신포트에 꽂을 경우 그대로 고객의 통화 내용까지 도청할 수 있다"면서 "개통, A/S 신청 등 꼭 필요한 사유가 있는 경우만 MDF실로 입실하여 장애처리용 전화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CCTV 설치 등 실질적인 관리강화 규정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러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전국적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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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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