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흥겹지만, 이렇게 사람이 없어서야..."

제51회 한국민속예술축제, 강원도 '양양 상여소리' 대상 수상

등록 2010.10.12 16:31수정 2010.10.1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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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을 받은 강원도 양양 입암 상여소리 입장 모습
대상을 받은 강원도 양양 입암 상여소리 입장 모습이승철

지난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충남 공주시 금강변에 있는 고마나루 야외무대에서 열렸던 '제51회 한국민속예술축제'가 막을 내렸다. 11일 폐막식에서는 강원도 대표민속으로 출전한 '양양 입암 상여소리'가 대상을 받았다.

앞서 8일과 9일 열렸던 '제17회 청소년민속예술제'에 이어 열린 이번 행사는 "두둥! 우리소리 얼씨구! 우리 춤"이라는 부제처럼, 전국 시도를 대표한 18개 팀과 이북 5도 대표 등 총 23개 팀 1500여명이 참가하여 신명나는 우리가락과 우리 춤을 열연했다.


문화관광부와 충남 공주시가 주최한 이번 행사 개막식에는 축제 관계자들과 함께 안희정 충남지사가 축사를 했다. 안 지사는 참가팀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서울대표는 마들농요네요, 그런데 서울에 지금도 농사짓는 곳이 있습니까?" 하고 격려하는 등 축사를 대신하여 참가자들과 시민들의 많은 웃음과 박수를 받았다.

대단위 각종 행사와 썰렁하게 적은 관중

 축사하는 안희정 충청남도  지사
축사하는 안희정 충청남도 지사이승철


축제는 개막식 식전행사로 행사장 근처 금강 강변도로를 모든 참가팀들이 행진하는 것으로 축제 분위기를 띄우려 했다. 그러나 짙은 안개와 한산한 거리는 행진하는 참가자들만의 행사로 그칠 수밖에 없는 풍경이었다.

 개막식에 참가한 각 지역의 대표 공연자들
개막식에 참가한 각 지역의 대표 공연자들이승철

 열연중인 대전 산내공주말디딜방아뱅이, 여성들의 속바지 엉덩이 부분이
빨간 물감으로 물들어 있어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열연중인 대전 산내공주말디딜방아뱅이, 여성들의 속바지 엉덩이 부분이 빨간 물감으로 물들어 있어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이승철

개막식에 이어 벌어진 공연은 각 지방을 대표하는 매우 독특한 민속들을 아름답고 멋진 가락과 춤사위, 그리고 전통의식과 풍속들을 아주 잘 표현해 주었다.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을 막론하고 출전한 참가자들은 50대 이상 70대~80대까지 나이든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많은 연습과 자신들이 속한 지역 민속에 대한 애틋한 열정으로 시종 뜨겁고, 흥겹고, 멋진 공연을 펼쳐주었다.


공연 내용은 대부분 우리 전통 농경사회의 이런저런 풍습과 농사에 얽힌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은 참가 종목이 농악놀이가 아니어도 거의 대부분 공연에서 빠지지 않은 것이 장구와 꽹과리 징, 북, 소고들의 연주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민속축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강원도 대표 '양양 수동골 상여소리'에서는 풍물소리가 빠져 있어 다소 무거운 분위기였다. 옛날에는 우리나라 어느 지방에서나 있었던 상여소리가 요즘은 거의 사라져버린 상태에서 재현된 '양양 상여소리'는 그래서 더욱 빛이 났던 것이다. 그러나 공연장은 몇 백석 되지 않는 그리 많지 않은 객석을 꽉꽉 채우지 못하고 빈 자리가 많이 눈에 띄어 오히려 썰렁한 느낌이었다.


"공연 참가자들보다도 구경하는 사람들이 너무 적어 썰렁하고 김빠지는 모습이네요."

어느 공연 참가자의 푸념이 실감나게 다가오는 것은 전국규모의 행사장 치곤 너무 관객이 적은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사장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고 친절했다.

 밤막걸리를 참가자들과 구경 나온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6일 째 하고 있는 공주영상대 1학년 여학생들
밤막걸리를 참가자들과 구경 나온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6일 째 하고 있는 공주영상대 1학년 여학생들이승철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76세 할아버지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76세 할아버지이승철

"오늘 6일째 봉사활동 하고 있어요. 공연하는 모습도 재미있고, 또 관람객들과 공연하신 분들에게 맛있는 술을 대접해 드리는 것이 너무 좋아요."

공연장 앞쪽 길가에 마련된 부스에서 공주특산 '밤 막걸리'를 무료로 나누어 주어 마시게 하고 있는 여학생 세 명은 공주 영상대학 1학년생들이었다.

"하루에 평균 열통씩 소비하고 있어요, 우리 공주 밤막걸리 이렇게 노오랗게 빛깔도 곱고 참 맛있지요?"

종이컵에 조롱박으로 밤막걸리를 퍼담아 주며 곱게 웃는 이들의 모습에서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과 애향심을 읽을 수 있었다.

자원봉사하는 주민들의 아름다운 모습과 행사를 보는 또 다른 시각

"저유? 나이는 왜유? 아직 젊어유."

나이 들어 보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커다란 자루를 들고 다니며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보고 연세가 어떻게 되시느냐고 물으니 멋쩍어하며 되묻는 말이다. 노인들은 올해 76세와 74세였다. 76세인 할아버지는 11일 현재 7일째 행사장 주변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늙은이가 이런 봉사라도 할 수 있어서 고맙지유. 우리 고장에서 하는 행사잖여유?"

노인들은 공주에서 잊혀져가고 있는 민속행사를 하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어느 곳에서나 역시 아름다운 모습은 젊은 대학생이나 노인 가릴 것 없이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사람들이었다.

토요일(10일) 공연행사가 끝난 후 행사장 일대와 주변을 돌아보았다. 고마나루 일대는 박물관과 한옥마을, 그리고 농산물 판매장과 '세계대백제전'등 각종 행사가 열리고 있는 주무대였다. 그리고 금강 강변둔치도 영화제와 음식축제, 노래자랑 등 각종 행사가 열리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너무 한산하고 썰렁한 모습이었다.

 썰렁한 관중석
썰렁한 관중석이승철

 금강 물위에 띄운 부교위에 세워져 있는 옛 백제시절의 행렬상
금강 물위에 띄운 부교위에 세워져 있는 옛 백제시절의 행렬상이승철

"요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 너무 이벤트형 행사에만 치중하는 느낌입니다. 이곳 공주만 해도 이 정도 시설과 행사를 하려면 엄청난 예산이 들어갔을 텐데 과소비 하는 것 아닙니까? 요즘 어려운 사람들도 많은데 예산을 아껴 그런데 좀 썼으면 좋지 않았을까요? 한 마디로 낭비입니다. 낭비!"

주말을 맞아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의 말이다. 금강 물 위에 띄워놓은 부교와, 커다랗게 만들어 놓은 백제시절의 말과 장군상을 앞세운 왕의 행렬 모습이 환하게 불이 밝혀진 풍경이 황홀한 장관이었다.

그러나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벌어진 각종 축제의 현장은 주민들의 낮은 관심과 외지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 않아 썰렁한 모습이었다. 더구나 너무 비대한 행사장 규모와 각종시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돌아보지 않는 인기몰이 이벤트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제51회 한국민속예술축제 #공주 고마나루 #양양 상여소리 #이승철 #자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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