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행정4부(성백현 부장판사)는 14일 2008년 일제고사에서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였다는 이유로 해임되었던 서울지역 교사 7명에 대해 '해임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루 전인 13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재판장 윤재윤 법원장)도 비표집학급(성적을 산출하여 보고하지 않는 학급)에서 시험에 참가하지 않고 정상수업을 했다는 이유로 해임 처분이 내려졌던 강원도 소속 교사 4명의 해임이 무효라는 1심 판결을 인정하며 항소를 기각했다.
'15:0' or '6:0' 대한민국 교육당국과 검찰의 굴욕
이에 앞서 지난달 광주지방법원은 일제고사 시험감독을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떠난 전남 고흥과 순천 지역 교사 3명에게 내려진 정직 1개월의 징계에 대해, '지나치게 무거운 징계'라며 이를 무효로 하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작년 12월 서울지법에서 7명과 올해 3월 춘천지법에서 4명 그리고 4월 서울지법에서 다시 1명의 파면 해임이 모두 무효가 되었고, 정직 1월도 무효로 판결한 광주지법 3명을 포함하면 일제고사로 파면 해임 등 중징계를 받았던 15명 모두가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았다.
서울교육청과 강원교육청 역시 법원 판결을 환영하며 즉시 이들 교사를 복직시킬 방침으로 알려졌다. 아직 검찰과 교육청의 대법원 상고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법원이 최소 5차례 이상 일관되게 해임이 무효라는 판결을 하고 있어서 상고 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교사 숫자로는 '15:0'이고, 판결 숫자로는 '6:0'이다. 운동경기로 치면 진작에 콜드게임(called-game)이 선언되어도 아무런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교육당국과 검찰의 굴욕이 아닐 수 없다.
법원은 일관되게 일제고사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선택권을 준 행위를 가지고 파면 해임 등 중징계를 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결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교육당국과 검찰도 자신들의 패배를 인정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교원소청위와 사학법인은 일제고사 교사 또 파면 결정
법원의 이런 일관된 무표 판결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곳이 있다. 바로 교원의 억울한 사정을 풀어주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위원장 엄상현, 이하 교원소청위)와 사학법인이다.
서울고등법원에서 일제고사 거부 교사들의 해임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내려지기 불과 며칠 전인 지난 11일, 교원소청위는 강남의 사학법인인 일주학원 세화여중에서 해고된 김영승 교사에게 파면이 정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교원소청위는 2009년 잇따라 일제고사 거부 교사들에 대해서 해임 결정을 내렸는데 이후 지방법원에 이어 이번 고등법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해임이 무효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쯤되면 위원들이 모두 사과를 하고 사퇴를 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 교원소청위는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반성은 커녕 법원 판결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해임보다 더 높은 파면 결정을 내림으로써 교원숙청위원회라는 비난과 더불어, 교육부의 허수아비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어졌다. 자신들의 잘못된 결정으로 15명에 이르는 교사들이 학교에서 쫓겨나 길거리에서 살아야 했던 것에 대해 조금의 반성도 없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번에 다시 파면 결정을 받은 김영승 교사는 지난 4월에 법원으로부터 파면이 무효라는 결정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비난이 더욱 거셀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김영승 교사는 "소청위의 결정에 승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실 애초 기대도 하지 않았다. 교원소청위의 구성이 그랬고 역사가 그렇지 않았느냐… 이번에도 소청위에 출석을 하였는데 질문 자체가 모두 이미 파면이 결정된 상태에서 나에게 망신을 주고 사상 검증을 하려는 요식행위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법원에 정식으로 행정소송을 재기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사실 교원소청위의 구성과 결정의 편파성은 어제 오늘 지적된 문제가 아니다. 지난 3월 임기의 절반 밖에 채우지 못한 김동옥 전 위원장이 물러나고 이주호 장관의 최측근으로 교육계의 대표적 MB맨으로 일컬어지는 엄상현 교과부 학술정책연구실장이 위원장으로 부임해와 독립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그는 이주호 현 장관과 함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였고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스카우트되어 활동한 적도 있다. 시국선언교사에 대한 해임 등 중징계 결정과 더불어 이번 일제고사 거부 교사 파면 결정은 이런 우려가 현실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교사 2번 파면' 일주학원과 수천억 비자금 태광그룹은 같은 재단
김영승 교사는 2009년 2월 세화여중으로부터 파면을 받았다가 2010년 4월 법원으로부터 파면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세화여중은 법원판결을 거부하면서 항소를 하고 지금도 복직을 시키지 않고 있다가 이것도 모자라 2010년 7월 다시 파면 결정을 했다.
이미 파면 당해 자기 학교 교사도 아닌데 다시 파면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옛날 왕조시대로 치면 부관참시를 한 것이다. 그런데 교원소청심사위는 이를 정당하다고 세화여중의 손을 들어주는 더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하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에 다시 김 교사를 파면한 세화여중을 운영하는 재단이 바로 일주학원(이사장 이◯애)인데 이 일주학원은 태광그룹(회장 이◯진)이 운영하는 학교이다. 현재 태광그룹은 차명주식 등을 이용해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상속세 등을 포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검찰이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동시에 재계 60위권의 이 재벌그룹이 2대 상속도 모자라 3대 상속을 하는 과정에서 탈세와 편법 의혹도 일고 있다. 그런데 그 태광그룹의 회장이 바로 이 학교의 이사장의 아들이다. 아들인 이 회장도 이사이면서 실질적인 이사장 역할을 하는 있는데, 동명이인이 아니라 동일인물이다.
학교법인의 이름인 '일주'는 이 학교의 설립자인 고(故) 이임룡 전 회장의 호이다. 그리고 이 사학법인이 김 교사를 파면 시점 현재 이사장인 이◯애는 그의 아내(82)이며 실질적인 이사장 역할을 하고 있는 이◯진(48)은 그의 아들이다.
또다른 이사인 이◯동과 유◯기는 태광산업 전무와 상무 출신이며, 감사인 박◯석과 김◯식 역시 태광산업 이사와 감사 출신이다. 나머지 이사는 이 법인이 운영하는 학교의 교장들이다. 이◯애 이사장은 지난 대선에서 열심히 이명박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던 이기택 한나라당 상임고문의 누나이다.
이렇게 철저하게 태광산업이 지배운영하는 상황에서 누가 이 징계에 반대할 수 있겠는가? 이 학교는 실제로 김 교사를 파면하면서 인사위원회와 학교운영위원회 등 학교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되어있는 법정 기구의 민주적 구성과 운영을 주장한 것까지 징계 사유로 삼았다.
법원 판결을 무시하면서 2번씩이나 같은 교사를 파면하고, 그것도 이미 파면하여 자기 학교 교사도 아닌 민간인(?)을 다시 파면하는 학교를 운영하는 사학법인이 3대 상속을 시도하고 수천억원의 비자금 조성으로 인한 횡령과 배임, 탈세혐의를 받고 있는 재벌그룹과 동일 주체라는 사실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교육당국, 사학법인, 교원소청위는 반성하고 법원 결정 따라야
한나라당이라는 정치적 배경과 재계 60위의 재벌이라는 경제적 배경이 사립학교라는 교육기관에서 교사를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볼 수 있다. 이 일주학원은 지난해 세화고가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받고, 올해 세화여고가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받아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같은 법인의 2개 학교가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되었는데 이것도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애초 서울시교육청은 같은 재단의 여러 학교가 동시에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신청할 시에 한 학교만 승인해 준다는 것이 원칙이었다.
법원에서는 일제고사 선택권 부여를 이유로 교사를 파면 해임 등 중징계하는 것이 위법이라는 판결을 한번도 아니고 6번에 걸쳐 내리고 있는데 사학법인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그리고 오히려 억울한 교사의 소청을 해결해 주어야 할 교원소청위는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서 사죄하기는커녕 교원숙청위라는 비판에도 이들 사학법인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정을 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이들에 대한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 이유이다. 법의 사각지대가 되어버린 이들 사학법인과 교원소청위에 대해 다시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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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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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15명 다 '해임 무효'라는데 왜 자꾸 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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