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들판, 자독 벤 데이비드(Zadok BEN-DAVID)앞뒤 보는 방향에 따라서 흑백/혹은 칼라로 변한다.
김인철
<오늘이라고 하는 내일>, <검은 들판>, <그리고 부산 앞바다(?)>. 도슨트의 설명은 진지하고 의미심장했지만 나는 그런 예술적인 말투와 몸짓에 익숙지 않았다. 애써 귀를 기울여서 들었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를 흘러나올 뿐이었다.
<검은 들판>이라 명명된 작품은 앞뒤 보는 방향에 따라서 흑백과 컬러였다. 흑백은 전쟁후의 참화, 컬러는 아픔과 고통을 극복하고 솟아나는 강한 생명력, 진화 속의 삶을 갈망했다.
도슨트의 설명에 애써 귀를 기울여 봤지만밝은 분위기의 첫 번째 전시실과는 달리 두 번째 전시실은 상당히 어둡고 암울했다. 도슨트는 먼저 비닐모양의 벌레를 꼬아 놓은 듯한 작품 앞에 섰다. 옆에 있던 여자는 질문의 수위나 나와는 차원이 다른 작품 해석력으로 보아 미술학도이거나 아니면 그와 관련된 직업을 갖고 있음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