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신동아>는 "소설 <강남몽>의 4장은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를 차용했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창비-동아일보사
지난 6월 출간돼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린 소설가 황석영씨의 <강남몽>이 표절 의혹에 휘말렸다.
최근 발간된 월간 <신동아> 11월호는 "<강남몽> 4장 '개와 늑대의 시간'의 상당 부분이 조성식 <신동아> 기자가 쓴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의 내용을 빼다 박았다"며 사실상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 강남 형성사를 다룬 소설 <강남몽>(2010년, 창비)의 4장 '개와 늑대의 시간'에는 조직폭력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조성식 기자의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2009년, 동아일보사)는 김태촌·조양은씨 등을 인터뷰해 조직폭력배의 세계를 파헤친 책이다.
소설 <강남몽>을 펴낸 창비의 한 관계자는 "이미 공개된 여러 자료를 섭렵해 50년의 역사를 소설로 쓴 것"이라며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는) 작가가 참고한 여러 자료 중 하나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작가도 그동안 <강남몽>이 다큐소설이라는 점을 밝혀왔다"고 강조한 뒤, "학술논문도 아닌데 참고한 자료를 일일이 밝혀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표절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작가와 연락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주먹들의 증언이 <강남몽>의 서사를 형성한다" <신동아>는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가 서사한 에피소드의 상당수가 <강남몽>의 상황을 닮았다"며 "주먹들의 증언과 비슷한 내용이 <강남몽>의 서사를 형성한다"고 밝혔다.
대구 출신 주먹인 조창조씨는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에서 자신의 싸움의 기술을 이렇게 설명했다.
"운동선수마다 약점이 있어요. 나는 여러 가지 운동을 했기 때문에 그 약점을 다 간파하고 그것을 공략하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한마디로 꾀를 부린 거죠. 권투한 친구들과도 많이 붙었는데, 한 번도 진 적이 없어요. 권투하는 놈은 유도로, 유도하는 놈은 씨름으로 무너뜨렸지요. 실전에서 가장 덕본 건 씨름입니다."(298쪽)
조창조씨의 이러한 증언은 고스란히 소설 <강남몽>에 옮겨져 있다.
"그는 여러 가지 운동을 했기 때문에 각 부분의 약점을 잘 알고 있어서 가령 상대방이 권투하는 자세로 나오면 유도식으로, 유도하는 놈은 씨름이나 태권도로 공략했다."(265쪽)조창조씨의 '직접서술'이 3인칭의 간접서술로 바뀌었을 뿐 표현도 내용도 거의 비슷하다. '표절'로 의심받을 만한 사례는 더 있다.
"조씨는 운동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다. 초등학생 때 육상을 했고, 중·고등학생 때는 권투와 씨름, 유도를 배웠다. 도장에도 다녔지만 혼자 집에서 연습을 많이 했다. 고1 때는 태권도를 연마했다."(<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 297쪽)"그 역시 고등학교 시절부터 싸움으로 또래들 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십대 때부터 권투와 씨름, 유도를 배웠고 태권도를 배우기도 했는데 몇 년을 단련한 것은 아니고 반년에 몇 개월씩 알짜 기술만을 연습했다."(<강남몽>, 265쪽)"'동생'은 '후배'로, '싸우니'는 '싸우게 되니'로 바뀌었다"또한 <신동아>는 OB파와 김태촌씨의 다툼, 화해 등에 관한 일화도 의심받을 만한 대목으로 꼽았다.
"김씨는 자신이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동안 OB파에 난자당한 친구 이석○씨의 복수를 한다는 명분으로 이동재씨의 사무실을 급습했으나 실패했다. 김씨에 따르면, OB파와의 전쟁은 이동재씨가 이석○씨를 찌른 동생들을 김씨측에 보내 야구방망이로 맞게 함으로써 종결됐다. 얼마 후 김씨는 화해의 표시로 건달 단합 체육대회를 구상했고, 이씨도 적극 찬성했다. 그해 6월 한강 둔치에서 열린 제1회 새마을체육대회가 그것이다. 이 행사에는 유지광씨를 비롯한 주먹계 원로들과 송태준 박종석 정학모씨 등 호남주먹계의 선배 다수가 참석했다. 또한 구속된 조양은씨를 대신해 양은이파를 이끌던 백영○씨도 동생들을 거느리고 동참했다. 백씨에게 행사에 참여하게 된 사정을 묻자, 김태촌씨의 얘기와는 달리 자신이 먼저 제안해 성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생들끼리 자꾸 싸우니 얼굴이라도 익히자'는 뜻에서 마련했다는 것이다."(<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 156-157쪽)"강은촌은 이대권을 칼로 찌른 놈들과 박광현의 영업부장을 때린 자들을 보내어 응징을 받게 하면 없던 일로 하겠다고 통보했다. 강은촌이 부하들이 그들을 야구방망이로 죽지 않을 만큼 두들겨 팬 뒤에 말썽은 종결됐다. 강은촌은 그맘때부터 현실에 눈뜨기 시작하고 이를테면 철이 들었다. 건달들의 친목을 도모하자며 그가 제안하여 새마을축구대회를 열었는데, 자유당 시절부터 늙은 선배들과 범호남파의 일세대 상경파 주먹들이 거의가 다 왔고, 구속된 양태파의 대리인 김현수도 동생들을 이끌고 참여했다. 후배들이 서로를 몰라서 자꾸 싸우게 되니 얼굴이라도 익히자는 취지였다고 그들은 말했다."(<강남몽>, 318-319쪽)<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에서 백영○씨가 증언했다는 "'동생들끼리 자꾸 싸우니 얼굴이라도 익히자'는 뜻에서 마련했다는 것이다"라는 대목과, <강남몽>이 서술한 "후배들이 서로를 몰라서 자꾸 싸우게 되니 얼굴이라도 익히자는 취지였다고 그들은 말했다"라는 대목은 거의 같은 문장이다.
<신동아>는 "'동생'은 '후배'로, '싸우니'는 '싸우게 되니'로 바뀌었고 '서로를 몰라서'가 추가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사례를 한 건 더 제시했다.
"정씨 형제는 그 일이 전낙원씨의 영향력과 관련된 것으로 믿고 있다. 덕일씨에 따르면 당시 안기부 기조실장이던 엄삼탁씨가 '당신들이 살 길은 전낙원씨와 화해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는 것."(<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 193-194쪽)"안기부 기조실장 엄상택은 전씨 형제에게 '당신들이 살 길은 원 회장과 협조하는 것뿐'이라고 귀띔을 해주었다."(<강남몽>, 3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