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9일 오전 경기도 분당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해양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권우성
"하도 혼을 내서 정신이 없습니다."
19일 오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의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공사) 국정감사에서 이지송 사장이 털어놓은 말이다.
이날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은 LH공사의 막대한 부채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하라며 이 사장을 다그쳤다. LH공사의 부채는 2009년 말 기준 109조 원으로, 하루 이자 비용만 84억 원에 달한다.
오전 질의 내내 이지송 사장을 향한 의원들의 호통이 이어졌다. 이 사장은 LH공사가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설립 목적을 외면하고 4대강 사업에 참여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했다는 증거 앞에서 해명도 변명도 하지 못했다.
이 사장은 그나마 여야 의원들끼리 LH공사의 부채 책임 공방을 벌이는 사이,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의를 피할 수 있었다.
LH공사, 이젠 4대강 사업까지?이날 국정감사에서는 LH공사가 4대강 사업에 관여한 부분에 대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LH공사 직원 255명이 4대강 사업 보상 업무를 맡고 있는데, 1년 동안 국토부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100억 원으로 LH공사 하루 이자 비용에 불과하다"며 "왜 거절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이 사장은 묵묵부답이었다.
권선택 자유선진당 의원은 "지난해 8월 공고한 토지비축사업지 21곳에 대한 토지보상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는데, 올해 5월에 공고한 대구 사이언스파크에만 800억원의 토지보상이 이뤄졌다"며 "이곳은 4대강 준설토를 받기로 돼 있는 사업이다, 4대강 사업을 위해 보상을 해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강기정 의원은 또한 LH공사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판교신도시에서 고가 주택인 윌든 힐스를 분양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300여 세대의 윌든 힐스는 주택가격만 최대 14억 원에 이르는 초호화 연립주택이다. 지난 6월 청약 접수했지만 현재 110여 세대가 미분양 상태다.
강 의원은 "세계적인 건축가가 설계하는 비용 등을 합쳐 총사업비가 3400억 원에 달하지만, 미분양 등으로 인해 1000억 원 대의 적자가 예상된다"며 "LH공사의 임무는 고가 주택 건설인가, 아니면 서민 주거 환경 개선인가?"라며 이지송 사장에게 따져 물었다.
이에 이 사장은 "의원님 말이 옳다, 서민 주거 환경 개선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강 의원이 "고가 주택 단지 조성이 LH공사에 어울리느냐?"고 다시 묻자, 이 사장은 "2005년 8·31 부동산 대책의 일환"이라며 책임을 참여정부에 떠넘겼다. 강 의원은 "LH공사에 서민 주거 환경 개선에 기여하라고 했더니, 그것은 뒷전이고 고가 주택 짓고 재정적자에 허덕이면서 '어려우니 국민 세금으로 적자를 해소해달라'고 한다"며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LH공사가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 추진한 사업 중 2616곳이 사업승인을 받았으면서도 착공이 지연되고 있는데, 이 사업비 12조 원을 다른 사업에 유용했다"며 "기금 유용이 용이한 LH공사의 회계 관리체계와 만성적 기금 돌려막기 등이 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지송 사장은 LH공사의 빚을 줄이고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민주택기금으로 빌린 돈 18조7천억 원에 대한 출자전환(빚진 돈을 주식으로 전환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기업 부채를 조정해주는 제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그 돈은 서민들의 돈이다, 출자전환한다고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여야, LH공사 부채 책임 공방 "노무현 탓" - "이명박 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