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말이 짐.
임현철
치자 물로 지은 '치자 밥'의 연한 향이 압권
한정식의 묘미는 육해공을 한꺼번에 즐기는 것. 전복, 참치, 삼치, 문어, 소라, 키조개, 농어, 날치 알, 대하 찜, 궁중 떡 잡채, 십전대보탕, 오리 삼겹살 바비큐, 낙지 등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즐거움은 쾌락이었다.
이러한 음식에는 사과 소스가 곁들어져 상큼함이 더했다. 이는 해산물의 비릿함과 육식의 느끼함을 함께 덜어내기 때문이었다. 먹는 즐거움에 승진의 기쁨까지 얹어진 터라 일행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어났다.
특히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밥이었다. 보통 고기를 배터지게 먹더라도 밥 들어갈 공간은 따로 있는 우리네였다. 다른 게 맛있더라도 밥맛이 없으면 음식 평가에서 제로로 떨어지는 게 관례이기도 했다.
이곳의 치자 물로 지은 '치자 밥'은 연한 향을 품으며 입안을 살살거리다 과식한 배속의 부글거림을 억제했다. 역시 색다름이 음식점을 빛내는 요소였던 게다. 별 다섯 개를 최고로 친다면 별 네 개 반은 주고 싶은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