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교육청이 올해 초 시행하려고 하다 전교조 등 교육계의 큰 반발을 불러왔던 '하이스쿨 칼리지'가 '고교 교육력 제고 심화과정'으로 이름만 바꿔 그대로 시행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전임 김상만 울산교육감은 특목고가 아닌 일반계 고교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만 따로 모아 대학 수준의 심화과정을 가르치는 프로그램, '하이스쿨 칼리지'를 추진키로 했었다. 그러나 전교조 등 지역교육계에서는 "특목고, 일반계고로 서열화 된 마당에 다시 우등반이라는 서열화를 진행시킨다는 것은 위화감 조성과 사교육 증대 등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특히 이번 6·2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복만 교육감은 선거기간 중 기자회견 등을 통해 "울산교육청이 교육감 치적 쌓기를 위해 전국 최초라는 타이틀을 단 무수한 정책을 남발해 왔다"며 "이제 성적이 보통이거나 낮은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담긴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하이스쿨칼리지를 반대했었다.
그는 또 "(교육청이)최우수 학생 위주 교육에만 치중해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위화감을 안겨주고 있다"며 "서울대 합격 73명에서 79명으로 증가된 것을 울산교육 성과의 전부인양 홍보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때문에 김복만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하이스쿨 칼리지'가 도입되지 않을 것이라 예측됐다.
하지만 21일 울산시교육청이 발표한 '고교 교육력 제고 심화과정'은 이름과 추진 주체가 울산시교육청에서 울산강북교육지원청으로 바뀌었을 뿐, 내용과 대상 학교 모두 하이스쿨칼리지와 같은 것이다.
성적우수자, 선발경쟁 통해 102명 선발
울산시교육청은 21일 오후 7시 시교육청에서 학생, 학부모, 대상학교 학교장, 담당 강사, 심화과정 담당자 등 1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교 교육력 제고를 위한 심화과정 개강식'을 열 예정이다.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23일 개강하는 제1기 심화과정은 울산 중구 성신고와 남구 제일고, 동구 방어진고 등 지역별 3개 거점학교에서 첫 수업을 한 후 내년 1월 26일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자는 울산지역 34개 전체 일반고 학생 중 성적우수자, 선발경쟁 등의 과정을 통해 102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이 기간 동안 고급수학, 심화영어 등 2과목에서 64시간의 수업을 받는데, 매주 토요일과 방학 중 수요일에 3개 고교에 모여 과학고 등 특목고에서 사용하는 전문교과서와 자체 제작한 보조 교재 등을 활용해 대수, 기하학, 복소수, 극좌표, 미분법, 적분법, 확률과 통계 등의 고급수학을 배운다.
또 심화영어는 자율형 사립고인 청운고와 울산외고 등에서 사용하는 전문교과서와 자체 제작한 보조교재를 활용해 고등~대학 수준의 학습자를 위해 고안한 내용을 배운다고 울산교육청은 밝혔다.
"하이스쿨 칼리지가 이름만 바뀐 것 아니냐"는 질문에 울산강북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는 심화과정 추진에 대해 "교과부에서 전국 12개 지역교육청 74개 학교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지역교육청 기능개편 시범사업에 선정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울산은 올해 6월 선정됐고, 만일 선정되지 않았으면 하이스쿨칼리지가 진행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기초과정과 선택과정도 있지만 기초과정은 학생들의 신청이 저조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10.21 14:32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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