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여행
송유미
가을빛이 너무 좋아 지난 14일 무작정 기차를 탔다. 덜컹거리는 차창 안에서 바라보는 산빛이며 들빛도 어느새 홍조를 띠고 있었다. 오랜만에 하는 기차 여행이었다. 달리는 기찻길을 따라 손을 흔드는 철로변의 아름다운 코스모스의 행렬에 물안개처럼 그리움이 피어났다.
나는 어린 시절 철로변에 산 적이 있다. 그 당시 아이들의 놀이 중에 가장 신나는 놀이는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얼른 뛰어가 철로에 귀를 대고 듣는 것이었다. 그 놀이가 어린 나에게는 가장 재미났었던 것이다.
기찻길 옆 아이들 다 어디 갔을까기차가 다니는 철로변의 집들 중엔 우리 동요처럼 오두막이 많았다. 오두막에 사는 철로변의 아이들에게 기찻길은 놀이터에 다름 없었다. 엄마들과 아빠들이 거의 일터로 나가고 나면, 할일 없는 동네 꼬맹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하루에 몇 번 안 지나가는 기차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기차가 지나가면, 반가운 마음에 기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곤 했다.
요즘 같은 가을이면 하늘거리는 철로변 코스모스 밭에서 꽃잎을 따서 소꼽놀이 하거나, 기차가 지나간 철로에 소라 같은 귀를 접고 오래 오래 그 소리를 듣곤 했다. 그때 그 철로를 통해 들려오는 기차 소리는 마치 먼 하늘에서 들려오는 교향악처럼 웅장했고 가슴을 쿵쿵 뛰게 했다.
가끔 길거리에 흩어진 병따개나 못을 주워 와서 철로 위에 가지런히 올려 놓고 기차가 지나가길 몇 시간씩 땡볕에서 기다릴 때도 있었다. 기차가 지나가면 병따개와 못이 납작해지고, 그걸로 친구들이랑 재미나게 놀았던 것이다.
요즘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기찻길은 위험해서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데, 그리 멀지 않는 시간 속에서는 정말 기찻길은, 철로변의 아이들에게는 너무 신나는 놀이터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