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 주변의 화사한 단풍산행이 이어지다 보니 단풍의 빛깔을 느끼고 들국화에 코를 대보는 여유가 생겼다.
서부원
아이의 아토피를 이겨내기 위해 시작한 아빠와의 산행. 한 번 두 번 늘어나더니 내친 김에 백두대간을 종주해보자며 부자간에 의기투합했다. 전문 산악인들이야 30여 개 구간으로 나눠 한 달 정도면 너끈하다지만, 아빠도 산행 '초짜'인데다 이제 겨우 아홉 살짜리 아이와 함께 하는 종주인 탓에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아이와 머리를 맞대고 우선 알려진 30여 개 구간을 다시 둘로 쪼개 60일 정도로 완주할 계획을 세웠다. 종주 능선에 대피소가 설치된 곳이 거의 없는 탓에 계획 짜는 게 등반하는 것만큼이나 힘들었다. 1:7만5000의 대축척 지도를 구해다가 구간별로 차량이 접근할 수 있는 도로가 나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하산할 때 마을이 가장 가까운 곳은 어디인지 등을 아이와 함께 꼼꼼하게 체크해야 했다.
목표는 아이가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함께 완주하는 것이다. 이제 2학년이니 4년 남짓 남았다. 4년이면 충분한 듯하지만, 아이젠이 필요한 겨울과 폭염에 집중호우가 지나가는 한여름엔 산에 들 수 없으니 그리 넉넉한 것도 아니다. 거르지 않고 한 달에 한두 번씩은 백두대간과 만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화창했던 지난 주말(23일), 우리 부자는 백두대간 종주의 아홉 번째로 봉화산~무명봉~중치 구간을 걸었다. 행정구역으로 보면 덕유산에서 지리산으로 뻗은 소백산맥 줄기로, 전북 장수와 경남 함양의 경계선 구간이라며 아이가 아빠를 가르친다. 올봄부터 본격적으로 산과 친해져서 그런지, 대견하게도 지도와 나침반이 없어도 동서남북 방향은 물론 서 있는 위치 정도는 쉬이 간파해낸다.
가을 황금빛 억새 장관에 취한 9살짜리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