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개헌, 다음 정권에서 논의해야 순리"

"집권 유지하려는 구차한 발상"... 친이계 '개헌 드라이브'에 제동

등록 2010.10.26 14:11수정 2010.10.2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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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보강 : 26일 오후 4시 30분 ]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권우성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한나라당 친이계의 개헌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었다. 손 대표는 26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개헌 문제는 18대 대선을 치를 주자들이 관련 입장을 분명히 표명한 뒤 다음 정권에서 정리돼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24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G20 정상회의 이후 개헌 관련 당내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히는 등 개헌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는 가운데 제1야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반대를 선언한 것이다.
 
또한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정책연구원장이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민주당 일부 인사와 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한 친이계가 개헌을 협상하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 대표가 처음 밝힌 공식입장이란 점에서도 주목된다.
 
손 대표로선 개헌에 대한 당 대표의 확실한 입장을 밝혀 당내 개헌론자들을 견제하는 한편, 한동안 논란이 일었던 한나라당과의 '빅딜설'이 재점화되는 것을 방지한 셈이다.
 
[개헌] "다음 정권에서 개헌 논의 시작해야" 
 
손 대표는 이날 "앞으로 대선에 나올 후보 내지는 잠재적인 후보들이 개헌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표명하고 그것을 기초로 공약으로 제시한 뒤 다음 정권이 들어설 때 논의를 시작하는 게 순리"라며 "한나라당이 이제 와서 개헌안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온다고 해도 그 자체가 개헌논의를 만들어가기 위한 억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정부·여당의 개헌논의에는 집권당만이 아닌, 현재의 집권세력을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하는 구차한 발상이 있다"며 현재 개헌을 주장하는 이들의 '진정성'을 문제삼았다.
 
손 대표는 "지금 이 시점에서 개헌논의를 제기하는 정치적 환경을 우리는 모두 다 알고 있다"며 "이 상태 그대로 정권을 내주기가 싫다는 얘기다, 국가의 기본질서이기도 한 헌법을 정치적 목적에 의해 편의적으로 개정하겠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공연히 실정을 호도하고 정권연장 술책으로 개헌을 시도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여당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나섰던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손 대표는 "정치적 목적이라 하지만 현직 대통령은 개헌과 상관없지 않느냐"는 반론에 대해 "현직 대통령은 개인이 아니라 정권이고 정치집단"이라며 "그 집단의 이해관계 안에 현직 대통령의 이해관계도 있다"고 일축했다.
 
다만, 손 대표는 차기 정권에서의 개헌 가능성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대통령 중심제·4년 중임제 방향의 개헌에 찬성했다.
 
그는 "현행 헌법인 87년 체제의 기본골격엔 큰 문제가 없다고 보지만 당시 정치적 상황 때문에 도입했던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며 "현재의 헌법과 민주주의 정신만 제대로 가져도 권력집중의 폐해는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아울러, "우리처럼 지엽적인 사안에 대한 정치 풍파가 상당히 고질화된 상태에서 내각제를 도입한다면 정쟁으로 날을 새게 될 것"이라며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권한을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 부처에 준다면 (여권의 개헌론자들이 주장하는)권력 분산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천안함] "왜 문제제기를 하냐고 윽박지르는 게 더 문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권우성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권우성

이외에도 손 대표는 남북관계·4대강 사업·2012년 대선 등 주요 사안에 대한 패널들의 질문에 자신의 견해를 막힘 없이 털어놨다.
 
"야당이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정부의 조사 결과를 불신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의원 개개인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왜 문제제기를 하느냐고 윽박지르는 게 더 문제"라고 일침을 가했다.
 
앞서 국회 국방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김동성 의원이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 의혹을 제기한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국민을 또 다시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라며 비난한 것을 꼬집는 듯한 답변이었다.
 
손 대표는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면 정부는 정부대로 성실히 조사하고 발표했으면 역할이 끝난 것"이라며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 문제제기를 하면 그것을 받아주는 것도 민주주의 국가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한 "민주당이 그런 문제제기를 한다고 해서 국가안보에 소홀히 하다거나 국군에 대한 존경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선 "왕조체제도 아닌데 3대 세습을 하는 것은 정상적인 정치체제가 아니다"면서도 "상대하지 않을 수 없는 실체"라고 말했다. '후계자'로 알려진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남북관계를 놓고 충분히 대화할 수 있단 얘기였다.
 
그는 "남북관계를 서로 대화하고 상대하는 관계로 만들어 북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그 계기를 만드는 것은 같은 동포인 우리 대한민국이다, 그 철학을 분명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영산강 발언, 4대강 사업과 다른 원안 계획 염두에 둔 것"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선 손 대표가 홍역을 치른 바 있는 '영산강 사업'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손 대표는 지난 6일 "MB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과 영산강 살리기 사업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가 다른 야당과 시민사회로부터 강도 높게 비판 받은 바 있다.
 
그는 "4대강 사업의 보 건설과 과도한 준설을 모두 다 반대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영산강 발언은 4대강 사업과 다른 본래의 영산강 개발 계획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손 대표는 또 "이미 50%에 가까운 공정률을 보이는 4대강 사업을 중단시키고 원상회복하자는 게 민주당의 뜻이냐"는 질문에 "이명박 정부가 노리고 있는 것이 '이렇게 됐는데 어떻게 할래' 하는 것"이라며 "진작에 헐어버릴 수 있는데 정부가 국민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이라도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뭐가 꼭 필요한지 따지고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4대강 사업의 대안도 이미 냈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정부가 밝힌 것처럼 물을 맑게 하는 것이 4대강 사업의 목적이라면 상류지천의 오염원을 제거하고 하수처리장을 만드는 게 맞다"며 "실제로 경기지사 때 팔당의 물을 1급수로 만들기 위해 구체적 조사를 했지만 준설을 한다고 물이 맑아지는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권우성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권우성

 

[대선]" 지지율 상승, 크게 일희일비하지 않고 있다"
 
한편, 손 대표는 2012년 대선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자신의 대선출마를 묻는 패널에겐 "2012년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하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고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질문에도 "지금 답변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정책연구원장과의 지지율 경쟁 추이에 대해서도 "올라가다 보면 다시 내려갈 수도 있다"며 "크게 일희일비하지 않고 큰 의미를 부여할 것은 못 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손 대표는 "이광재 강원도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두관 경남지사 등의 6.2 지방선거 당선은 지역적인 구도를 뛰어넘을 정도로 변화에 대한 욕구가 강력해졌다는 것"이라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내가 대표가 된 것도 변화를 이뤄내겠단 당의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 등 '빅3'와 함께 당을 꾸리며 한미FTA·당직 인선 등으로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서로 경쟁하고 다른 의견을 표출하는 것을 억지로 누르고 감출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야당은 경우에 따라 치고받으면서 결론을 내는 그 에너지로 새롭게 일신하고 힘 있게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특히, "지금은 과거 DJ 체제도 아니다, DJ도 아닌 사람이 DJ 행세를 하려고 하면 되겠냐"며 "지금은 백가쟁명 시대"라고 강조했다.
2010.10.26 14:11ⓒ 2010 OhmyNews
#손학규 #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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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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