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를 비운 느티나무를 닮고 싶습니다

등록 2010.10.28 14:14수정 2010.10.2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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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날씨가 찹니다.

 

 헤이리 갈대늪
헤이리 갈대늪이안수
헤이리 갈대늪 ⓒ 이안수

 

오늘(28일) 아침에는 정원이 흰 서리로 덮였습니다.

 

 서리
서리이안수
서리 ⓒ 이안수

계절을 모르고 새순을 내었던 쑥도 풀이 죽었고,

 

 쑥
이안수
쑥 ⓒ 이안수

싱싱하던 토끼풀도 칼날 서리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토끼풀
토끼풀이안수
토끼풀 ⓒ 이안수

모티프원 느티나무의 노란 잎은 거반 떨구어 가지의 무게를 이미 줄였습니다.

 

 느티나무
느티나무이안수
느티나무 ⓒ 이안수

흰 자작나무 줄기사이로 보이는 흰 낮달도 차가운 빛을 보냅니다.

 

 낮달
낮달이안수
낮달 ⓒ 이안수

 

막 동산을 넘어온 햇살을 받은 어악새도 흔들어주는 바람이 없으니 몸을 비벼 소리 내지 못합니다.

 

 어악새
어악새이안수
어악새 ⓒ 이안수

 

한껏 붉게 물든 단풍은 바람 한 점 없는 고요 속에서도 잎을 떨어뜨립니다.

 

 단풍나무
단풍나무이안수
단풍나무 ⓒ 이안수

 

가을도 끄트머리를 향해 가는가 봅니다.

 가을
가을이안수
가을 ⓒ 이안수

 

계절을 잊고 새순을 내었다가 서리 칼날에 고개 숙인 가을 새순의 쑥이 되기보다, 스스로 잎을 떨구어 가지를 비운 느티나무를 닮고 싶습니다.

 

 쑥
이안수
쑥 ⓒ 이안수

 느티나무
느티나무이안수
느티나무 ⓒ 이안수

 

내가 아직도 안고 있는 것 중 오늘 전 무엇을 떨어내야할지를 생각해봅니다.

 박
이안수
박 ⓒ 이안수

 

오늘 아침 싸늘한 서리가 내 욕심의 번뇌를 지워주는 것을 보니, 그가 스승인 듯합니다.

 

 가을
가을이안수
가을 ⓒ 이안수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2010.10.28 14:14ⓒ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서리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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