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방송된 KBS 2TV 퀴즈쇼 <1대100>에 출연한 손지애 세계 주요 20개국(G2O) 정상회의 준비위 대변인의 말이다. 1명의 출연자와 100명의 도전자가 11단계의 문제를 놓고 겨루는 퀴즈쇼에서 그는 3명의 도전자를 남기고 아깝게 탈락했다. 5000만원의 상금을 받지는 못했지만, G20 홍보를 위해 몸을 던지는 손 대변인의 인상만큼은 강렬하게 남겼다.
그러나 대변인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단군 이래 최대 행사'라는 G20의 의미는 국민들에게 크게 각인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G20 회의 유치로 21조 원의 경제효과와 16만여 명의 취업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는 전망에 냉소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그러나 10월 26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손 대변인은 "G20 회의를 전후로 해서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치가 달라질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10월 22~23일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가 합의문 작성이라는 성과를 거둔 것도 자신감을 더했다.
"본회의장이 있었던 힐튼호텔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마지막날 '축하한다', '회의가 너무너무 잘됐다', '정말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스트로스 칸 IMF 총재가 '이날을 코리아데이라고 해야 한다'고 할 정도였다.
솔직히 경주 재무장관회의를 준비하면서 이만큼 좋은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다. 서울정상회의에서는 경주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하니 어떻게 할까 하는 고민이 생긴다."
-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주회의 직후 "환율전쟁이 종식됐다"고 선언한 것은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이 있다.
"환율 논쟁은 계속되겠지만, 환율 전쟁의 분위기는 끝난 것으로 봐야 하지 않나? 윤 장관이 '환율 전쟁'이라는 표현을 굉장히 싫어했는데, (중국과 미국이) 환율 전쟁으로 치닫는 분위기가 많이 꺾인 것은 사실 아닌가? 시장 반응도 그렇고... 환율 문제가 논쟁 차원으로 내려간 것은 큰 성과다. 기자들의 관심도 훨씬 덜하지 않나?"
- 윤 장관이 '환율 전쟁'이라는 표현을 싫어한 것은 코리아 이니셔티브라는 우리만의 의제가 약해질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 장관이 "특정국 환율 얘기를 안 하겠다"고 해서 미국 재무장관이 윤 장관을 공개석상에서 비판하기도 했다.
"환율은 당연히 다뤄야 할 의제인데, 너무나 주목받으니까 마치 이 문제만 논의하는 것으로 아는데, 분명히 여러 가지 세션 중 하나 아닌가? 금융 안전망, 개발 등 차근차근 이뤄놓은 게 있다. 토론토 회의에 비해서는 서울에서 마무리 지을 의제들이 많다. 서울에서 성과가 없다고 할까봐 이런저런 의제들을 풀어놓으려고 했는데, 이런 성과보다는 환율로 모든 이의 관심이 쏠리니 당혹스러운 측면이 있었다."
- 경주 재무장관회의 결과를 두고 외신보도가 국내언론과는 사뭇 다르다. 합의문의 구속력이 없다는 지적 등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다자 간 협의체의 성격상) 합의에 대한 실효성 문제는 언제나 있어 왔다. 어느 기관이 나선다고 해결할 수 있겠나? 다만, 어느 나라가 하나의 문구라도 반대하면 합의문이 나오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다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의 표현으로 최소한의 합의가 나온다."
- 경주회의를 마치고 일본이나 독일 등에선 환율 문제에 대해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실제로 합의문 이행까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G20 참가국마다 이행 수준을 감시할 수 없지만, 합의문 선포까지 했으니 이를 무시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 동료 집단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압력)라는 표현도 있지만, 구두 또는 서면합의를 하면 지킬 수밖에 없다. 자기 체면도 있고, 국내에서 반대여론에 부딪혀도 '이만큼 합의했는데 지켜야 하지 않냐'고 호소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서울회의에선 개발의제 등에서 액션플랜이 나올 것으로 기대"
손 대변인은 이번 서울정상회의를 두고 '비영어권 국가가 최초로 주도하는 G20 회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어와 한국어를 병용하며 회의를 준비하다보니 그만큼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과거 개최국 중 어느 나라에도 없는 'G20 준비위'라는 기구를 만들었다.
손 대변인은 "처음에는 우리나라는 조직 만드는 걸 좋아하는구나, 또 하나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라며 "기획재정부와 외교통상부 등 여러 정부부처에서 파견된 사람들을 보며 이게 과연 효율적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준비위처럼 집중된 조직이 아니었다면 회의 진행이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심지어 내년 G20 개최국인 프랑스도 한국을 벤치마킹할 움직임을 보인다고 한다.
- G20체제가 과연 얼마나 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회의론도 많은데.
"지난 토론토 회의에서 특별한 성과가 안 나오자 G20 무용론이 나온 것 같다. 그러나 G20 이외의 대안도 없지 않나? 유엔이 잘했다면 금융위기가 있었겠나? 192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유엔이 할 수 있는 일도 하지 못하는 일도 있다. 더 작은 규모에서 중국까지 참여할 수 있는 건 G20밖에 없다."
- 이번 서울회의에서 경주의 합의보다 더 진전된 내용이 나올 수 있는 것은?
"개발 의제에서 액션 플랜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안전망도 우리가 해놓은 것을 바탕으로 프랑스도 차기 회의에서 이어나간다고 했기 때문에 구축이 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지분 조정은 이제 큰 문제가 안 된다. G20 참여국 수가 IMF 이사회의 정족수를 넘는다. G20에서 합의가 어느 정도 거의 이뤄졌기 때문에 나머지 문제는 앞으로 있을 이사회 등에서 자동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본다."
- 한국이 G20회의에서 주도해 온 금융안전망과 개발 등 의제(코리아 이니셔티브)가 상대적으로 소외된 느낌도 있다.
"그럴 수 있다. 워낙 그동안 환율 문제에 관심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이젠 환율에 대한 관심도 어느 정도 줄었으니, 이번 서울회의를 계기로 우리가 주도해 온 의제에 대한 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 또 우리도 금융안전망과 개발 의제에 대해 준비를 그동안 많이 해왔다.
특히 개발 의제에선 우리가 G20 이외의 다른 개발국가들의 입장을 전달하고 대변하게 될 것이다. 세계 경제 성장을 위한 이들 국가의 개발 및 협력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갈 것이다."
G20 회의 기간의 테러와 시위를 막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토론토 정상회의 때는 과도한 경호와 경호비용 지출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고, 대변인이 만난 미국 기자들도 반(反)세계화 시위가 어느 정도 규모로 열리는지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 국민들은 G20 회의 내용만큼이나 경호·안전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나도 그게 걱정이다. 이렇게 관심이 집중되는 회의가 열리면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기회가 되기 때문에..."
- 회의장 경호가 지나치다는 의견이 있다.
"나로서도 판단하기 힘든 문제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계가 2001년 9.11 사태 이전과 이후가 워낙 다르니까... 2000년 아셈회의 때와는 다르지 않나? 왜 이렇게 소란이냐는 시각도 있지만 (그런 일을 겪은) 나라들 시각은 다른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렇게 많은 정상들이 한꺼번에 오는데 테러 대응을 약하게 할 수 있을까? 굳이 선택하자면, 조금 지나치더라도 안전하게 치르는 것이 낫다고 본다."
손 대변인은 "회의가 끝나더라도 처음 6개월 동안은 의장국의 영향력이 강하다"며 "G20 회의가 전임 의장국과 현재 의장국, 차기 의장국의 트로이카 체제로 운영되는데, 이걸 잘 유지하면 국가 위상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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