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마천산업단지 내 한 주물업체. 한 근로자가 마스크를 쓰고 자전거를 타고 있다.
심규상
하지만 인천 주물공장 등 현장을 견학하고 온 주민들은 "환경오염방지시설을 아무리 한다하더라도 중금속이 배출되는 주물단지는 농업으로 먹고 사는 청정지역에 들어설 수 없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주변환경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신소재 산업'이라는 예산군 및 시업시행자 측과 '믿지 못하겠다'는 주민들. 사실 확인을 위해 지난 27일 현장취재에 나섰다.
27일 오후. 진해마천산업단지에 들어선 일행들이 코를 틀어막았다. 진해마천산업단지(경남진해시 남양동 일원)는 인천주물산업단지, 경북 고령군의 다산주물산업단지와 함께 한국 3대 주물공단 중 하나다. 역한 냄새에 인상마저 구겨졌다. 눈도 따가웠다. 한 주물업체에 들어서자 냄새는 더 심해졌다. 공장 외곽을 오가는 직원들도 하나같이 방진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공장 안 상황은 더 심했다. 실내먼지가 숨 쉬기가 싫어질 만큼 탁했다. 곳곳에 겹겹이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옆 사람과 얘기를 나눌 수 없는 만큼 소음이 심했다.
이날 함께 공단을 찾은 조찬형씨는 "얼굴이 따갑고 속이 메스꺼워 더 이상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씨는 충남 당진 면천에 사는 주민으로, 면천은 당진 합덕, 순성 등과 함께 예산주물단지 입주예정지역과 불과 1~2km 떨어져 있다. 때문에 당진 면천 주민과 예산 고덕면 주민 10명이 이날 현장 견학에 동행했다.
진해마천일반산업단지 관계자는 "이 공장은 입주한 지 20년 가까이 지나 시설이 노후됐기 때문에 소음과 분진, 악취 등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추진 중인 밀양하남산업단지로 이전할 경우 강화된 대기환경보전법을 적용, 최신설비를 갖추게 돼 모든 문제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일행은 이번에는 강화된 환경기준에 맞춰 최신설비를 갖춘 단지 내 다른 업체를 찾았다.
업계관계자는 "수년 전 최신설비를 갖춰 분진이나 냄새가 전혀 없다"며 "우리 시설은 세계 수준의 시설로 일본의 주물공장에서도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세계수준의 시설'이라는 업계 관계자의 소개가 일행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현장은 앞서 둘러본 업체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지만 작업장 곳곳에 먼지가 쌓여 있었고, 냄새 또한 여전했다. 동행한 예산에 사는 정환중 주물공단 반대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이게 세계수준의 시설이라면 더 볼 것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뿌연 먼지로 꽉 차 숨쉬기조차 힘든 작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