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전 부산 해운대 주상복합 우신골든스위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5시경에도 연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윤성효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37층 고급 아파트 화재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지난 28일 아파트를 지은 건설업체 대표와 아파트 관리소장, 그리고 화재가 발생한 휴게실을 쓰던 청소노동자 3명을 업무상 실화 및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각종 배관을 청소·수리하도록 만든 공간인 4층 '피트층'은 다른 용도로 쓸 수 없다. 우신종합건설 대표 강신택 회장 등 7명은 해운대구 허가 없이 2006년 6월부터 이곳을 재활용 쓰레기 분리 작업을 하는 미화원들의 작업실·화장실·식당·휴게실로 쓰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는 당연하다.
하지만 청소노동자들을 불구속 입건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이번 화재는 4층 피트층 안 남자 탈의실 출입문 바깥 바닥에 있던 전기 콘센트에서 시작됐다. 전기코드 4개를 꽂을 수 있는 콘센트에서 발생한 전기 스파크 때문에 불이 났다고 그들을 입건하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다.
이는 제대로 된 휴게실이 아닌 좁은 공간에선, 어쩔 수 없이 복잡하게 콘센트를 쓸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한 처사다. 피해를 입은 건 입주민뿐만이 아니다. 건물에 있었던 청소노동자들도 화재 당시 큰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청소노동자들의 죄라면, 건물주가 불법으로 만들어준 좁은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한 것뿐이다. 경찰 주장대로라면, 그들은 '이것은 불법 휴게실이니 우리 노동자들은 그냥 휴게실 없이 일할 게요'라고 해야 한다는 말인가.
경찰은 청소노동자들에게 불법으로 만든 휴게공간을 쓰게 한 사용주들의 강제를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아니 읽고 있지 않다. 청소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휴게공간이 아닌 '피트층'을 휴게공간으로 쓰게 한 것은 분명한 강제며, 그 자체가 폭력이다. '폭력'을 써 그 공간을 사용하게 한 것이 아니니, 사용한 노동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은 억지다.
휴게실 보장은 산업안전보건법 규칙에도 명시된 권리지만 현실은 이를 무시한다. '사업주는 근로자들이 신체적 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276조 1항의 이 내용은 지켜지고 있지 않다.
심지어 지난 8월 따뜻한 밥 한끼의 권리 캠페인단이 '서울대 병원 청소노동자들의 휴게공간 마련을 하라'고 서울대 병원에 요구했을 때, 병원 측 한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아닌 규칙상의 조항이니 의무조항이 아니라는 막말을 하기도 했다.
청소노동자의 권리 보장은 아직 허공을 떠돌고
내가 일하고 있는 인권운동사랑방 사회권팀은 올초 새벽부터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이 차가운 도시락을 먹는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적어도 이것만은 바꾸자'라는 마음으로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에 참여했다.
저임금의 청소노동자들이 창고나 옥상, 배관실, 심지어는 화장실에서 쉬고 밥을 먹는 현실을 바꿔보자는 소박한 마음이었다. 캠페인을 하는 도시 한복판이나 출근하는 새벽,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청소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우리의 캠페인을 반가워했다. 그리고 몰상식한 건물주, 사용자들의 처우에 대해 말했다.
언론에 캠페인이 보도되면서 휴게공간을 알아서 개선한 곳도 있었고, 식대를 제공하는 곳도 생겨났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분이었다. 지난 4월말 캠페인을 하다가 여의도에서 만난 한 청소노동자는 자기가 일하는 빌딩에 작년까지는 휴게공간이 있었는데, 올해 없어졌다고 했다. 빌딩 주인은 금싸라기 땅에 청소노동자 휴게공간을 마련하기가 아까웠나 보다. 이런 일이 어디 이곳뿐이겠는가.
사회적 권리의 실현을 위한 제도 마련과 사법 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