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0.11.02 13:50수정 2010.11.02 13:50
전남 해남군 산이면 대진리. 대진리 마을주민들은 갑작스러운 배추 가격 파동으로 대량 수입된 중국산 배추 때문에 가을배추 이후 출하되는 월동배추 시장 상황에 오히려 걱정이 태산이다.
전국 배추 생산 3대지역 중 한 곳인 해남은 1~3월에 출시되는 월동배추의 경우 전국 생산량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과 기상이변 등으로, 9~10월 배추 생산지인 강원도와 충북 괴산 지역 등에서 물량 수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배추 가격 폭등 현상이 발생했다.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대량의 중국산 배추를 수입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해남 지역 배추 농가에게 크나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배추가격 폭등, 정확한 수급 파악 늦은 정부의 무능력 탓
지난 10월 29일 월동배추 재배지역으로 유명한 해남군 산이면 대진리를 찾았다. 이장을 맡고 있는 김영동(54)씨는 "농민들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정확한 수급 파악과 관측을 통한 빠른 대처가 필수"라며 "이번 배추파동 뒤에는 일반 상인들보다 더 늦은 무사안일하고 허술하기 그지없는 정부의 부실대책이 한 몫을 했다. 급기야 중국산 대량수입으로 또 다른 배추파동까지 우려된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김 이장은 "지금 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팔리는 배추는 10~12월에 출하되는 김장배추(가을배추)다. 배추 수량이 맞지 않아 현재 가격이 올랐을지 모르지만 배추 같은 채소 경우는 5% 내외 생산 증감으로도 가격이 폭등하고 폭락한다"며 "무분별하게 중국산 배추를 들이는 바람에 출하를 기다리는 월동배추 농가들은 거래 발길마저 끊겨 가격이 폭락할까 봐 걱정이 태산"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김 이장은 김장배추(가을배추)와 월동배추의 차이점에 대해 둘 다 큰 차이는 없으나 김장배추는 추위에 약해 수분이 모자라 덜 맛있다며, 월동배추는 추위에 강해 3월까지 출시되고 수분이 훨씬 풍부해 깊은 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전국 월동배추 생산량 80%, 해남엔 근심만 가득
현재 배추가격에 대해 물었더니, "지금 배추농가에서 미리 돈을 많이 받은 곳은 아마 거의 없을 거다. 유통업체 사람들도 돈을 벌기 위해 그런 걸 어쩔 수 있겠느냐?"라며 "농촌 현장을 헤아리는 정부당국의 농정에 근본 문제가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월동배추 가격에 대해 김 이장은 "현재 김장배추는 포기당 1000~1200원을 받고 있다"며 "작년에는 월동배추를 포기당 300원에 판매했지만, 올해는 500원을 받아야만 물가 상승에 맞추어 본전이라도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밖에서 배추가 비싸면 뭐해, 난 본전만이라도 받았음 쓰겄는디"
배추밭에서 만난 올해 74세의 임정화 할머니는 "할아버지랑 둘이서 3500평의 배추농사를 짓는데, 매년 손해를 보지 않은 적이 없다"며 "올해는 본전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 할머니는 "작년 이맘 때쯤이면 유통업자들도 왔다갔다 했는데, 올해는 소식이 없다"며 "좀 더 기다려봐야겠다"고 푸념했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배추농사에 대한 보조는 없느냐고 묻자 "그런 거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다"며 오히려 나락(벼) 문제까지 들어 농촌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50년간 농사를 지었다는 임 할머니는 배추가격을 걱정하면서도 병충해 없이 배추 속이 꽉 차서 사람들이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배추농가에 대한 정부당국의 정확한 수급파악과 함께 월동배추 농가의 걱정을 덜 수 있는 대책들이 시급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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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춧값 폭등? 난 본전이라도 받았음 쓰겄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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