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대물>
SBS
아들에게 고등어만한 은어를 먹이고 싶다는 바람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는 아줌마 서혜림. 클린정치를 내세우며 오로지 선거공약과 지역민심에만 매달렸던 그녀의 선거승리에 시청자는 기쁘고 또 슬퍼했다. 드라마 속에서라도 우리가 희망하던 클린정치가 승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기뻤고, 반면 그와 정반대인 진흙탕 정치상황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때문에 눈물을 흘린 것이다.
정치 초년생으로 수없이 많은 곡절을 겪어 낼 것으로 예상되는 그녀는 보궐선거로 임기 1년의 국회의원이 된 후, 남해도지사를 거쳐 마침내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 대통령이 된다.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바람 밥 먹고 구름 똥 싸는' 황당 스토리지만 말도 안 되는 아줌마 정치인의 이야기를 미친 척 현실로 믿어 버리고 싶은 시청자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미 작가와 연출자, 원작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계자들이 극구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은 모두 허구이며 현실의 어떤 인물이나 사건과도 무관하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음에도 회가 거듭될수록 현실 속에서 등장인물과 닮은 정치인 찾기 놀이가 신드롬처럼 번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실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스토리이기 때문에 시청자는 오히려 억지로라도 유사한 인물을 찾아 위안 받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 불가능하기 더욱 간절한 소망이 아닐 수 없다.
정치 교과서를 옮겨 적은 것 같은 서혜림의 마지막 선거유세와 토론회 연설을 보며 수많은 시청자들이 눈물 흘렸던 이유도 다르지 않다. 감동을 주지 못하는 우리의 정치현실이 슬프고, 실망만 안겨주는 이 시대 정치인들의 모습이 답답하고,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이 나라가 측은하고 불쌍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드라마가 정치인과 정치판의 모습을 심하게 비하·왜곡하고 있다며 비판하는 소리도 적지 않다. 심지어는 보이지 않는 외압을 가하는 정치인들이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혹시 감추고 싶은 자신들의 치부가 얼핏 드러나는 것 같아 부끄러워 진 건 아닐까. 그렇다면 다행이며 희망도 있겠지만 한갓 드라마 따위에 감동받아 반성하는 정치인이 나오길 바라는 것조차 지나친 욕심이지 싶은 생각이 든다.
반성까지는 몰라도 민심을 먹고 사는 정치인이라면 황당하기만 판타지 드라마 <대물>이 왜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지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드라마의 무엇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고 국민들을 감동시키며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지 고민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판타지 드라마? ...왜 시청자들을 끌어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