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색깔공세' 이상훈 알고보니
노 대통령 삼족 멸해야 발언 주인공

[取중眞담] '봉은사 색깔공세' 이상훈 전 장관이 걱정스런 이유

등록 2010.11.02 21:35수정 2010.11.0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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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봉은사에서 열린 일요법회

지난 24일 봉은사에서 열린 일요법회 ⓒ 이주연

지난 24일 봉은사에서 열린 일요법회 ⓒ 이주연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며 좌파정권을 몰아냈을 땐 우리가 거리로
나올 일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라가 너무 어수선해 이렇게 나왔다." - 2008년 6월 10일 '법질서 수호·FTA 비준 촉구 국민대회'에서 이상훈 전 국방장관

 

'좌파단체들이 봉은사에 본부를 두고 북한과 연계돼 있다'는 취지의 색깔공세를 펴 지난 1일 봉은사로부터 검찰에 고소당한 이상훈 전 국방장관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극단적인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4월 22일 '사학법 폐지 국민운동본부 출범식'에서는 검찰의 박연차 비리 수사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은 삼족을 멸해야 한다"고 극언을 퍼붓는가 하면, 지난해 3월 용산 참사와 관련해서 한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 "용산 사건 같은 일이 미국에서 일어났으면 바로 총기발포를 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극우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또 그는 2008년 4월 3일 열린 '삼성특별검사 종결촉구 국가원로 기자회견'에서는 '국가원로'로서 삼성특검의 조기 종결을 주장하는 청원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보안사 민간인 사찰 사건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나

 

a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검찰소환 조사를 앞둔 4월 30일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앞에서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노 전 대통령 구속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검찰소환 조사를 앞둔 4월 30일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앞에서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노 전 대통령 구속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권우성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검찰소환 조사를 앞둔 4월 30일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앞에서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노 전 대통령 구속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권우성

이 전 장관은 지난 1979년 12·12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과 육군사관학교 동기(11기)생이다. 이런 인연으로 노태우 정부에서 국방장관(88.12~90.10)을 역임했던 그는 90년 10월 4일, 윤석양 이병의 폭로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국군보안사령부(현 국군기무사령부의 전신)의 민간인 사찰 사건에 책임을 지고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장관직에서 물러나 92년 5월부터 한국야구위원회(KBO) 5대 총재를 맡았던 그는 이듬해 9월 이 자리도 내놓아야 했다. 국방장관 재직 당시 군 전력 현대화 사업인 율곡사업과 관련한 비리가 밝혀졌기 때문. 당시 감사원 고발자료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해군의 대잠수함 초계기 구입과 관련, 미국의 록히드 사 제품을 선정해주는 대가로 ㈜대우로부터 1억 2천만 원을, 현대정공으로부터는 한국형 K1전차 본체납품과 관련해 3천만 원을 받은 혐의였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수수)죄로 검찰에 구속·기소된 이 전 장관에게 법원은 93년 10월 13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및 추징금 3천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그의 시련은 길지 않았다. 95년 8월 15일 정부의 광복절 특사로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 됐기 때문이다.

 

이후 이 전 장관은 2000년 4월부터 6년 동안 제29·30대 재향군인회장(아래 향군)을 역임했다. 향군회장을 지내면서 그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놓고 노무현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태극기가 인공기가 되고, 김정일이 통일대통령이 되며,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는 친북 좌익세력들이 벌떼처럼 나타난다. 시청 앞 광장은 인공기로 뒤덮이고 친북·좌경 세력에게 이 나라를 넘겨줄 것이다." - 2004년 10월 4일 국보법폐지 반대국민대회

 

당시 향군은 '인터넷범국민구국협의회'를 결성하고 진보진영을 향해 '인터넷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다. 2004년 11월 11일 향군은 발기선언문에서 "2000년 6·15선언 이후 지난 4년여 동안 이념적 정체성이 크게 훼손돼 현저하게 좌향좌하고 말았다"며 "현재 남한사회에서는 무수히 많은 친북사이트들이 민족공조를 앞세워 대남선동에 광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뒤에도 이 전 장관은 전작권 환수, 서해북방한계선 (NLL) 문제 등이 불거질 때마다 노무현 정부를 비난하는데 이름을 빠뜨리지 않았다.

 

지난 4월 20일 열린 향군 율곡포럼 특별강연에서 그는 "친북 좌파 10년간 우리나라는 많은 면에서 멍들고 상처를 입었다"며 "좌파정권 10년 동안 현금을 비롯해 쌀과 비료 등 전체적으로 북에 퍼다 준 돈이 13조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또 "노무현 정부가 가장 잘못한 세 가지는 첫째, 한미동맹의 상징이자 전쟁억제에 크게 기여하는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케 해 안보의 근간을 뒤흔든 것, 둘째 세종시 문제, 셋째 친북좌파인 이용훈 대법원장을 임명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주권국가로서 전작권 논의할 때" -> "전작권 환수는 북의 대남공작"

 

a  이상훈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황진하 한나라당 의원 등 향군회원들이 지난 4월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주최로 열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및 한,미연합사 해체연기 촉구 특별강연회'에서 "천안함 침몰사건을 통해 불안한 안보상황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미연합사 해체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이상훈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황진하 한나라당 의원 등 향군회원들이 지난 4월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주최로 열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및 한,미연합사 해체연기 촉구 특별강연회'에서 "천안함 침몰사건을 통해 불안한 안보상황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미연합사 해체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 유성호

이상훈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황진하 한나라당 의원 등 향군회원들이 지난 4월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주최로 열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및 한,미연합사 해체연기 촉구 특별강연회'에서 "천안함 침몰사건을 통해 불안한 안보상황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미연합사 해체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 유성호

하지만 이런 이 전 장관의 현실인식은 얼마나 사실에 바탕하고 있을까?

 

원래 작전통제권 문제는 지난 1987년과 1992년 당시 노태우 민정당 대통령 후보와 김영삼 민자당 대통령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그 후 1994년 12월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평시 작전통제권을 돌려받았다.

 

전작권 환수를 '주한미군 철수를 겨냥한 북의 대남공작'이라고 주장하는 그는 국방장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1990년 3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서 이렇게 답변했다.

 

"주한미군의 역할이 주도적 역할에서 지원적 역할로 바뀌고 있는 시점에서 주권국가로서 작전권 문제를 논의할 때가 온 것으로 본다." (국회회의록)

 

또 이 전 장관은 지난 2003년 한·미 양국 간에 용산기지 이전 협상이 벌어질 때 기지 이전이 안보와 경제에 엄청난 부정적 파장이 온다고 주장해서 여야 국회의원 147명으로부터 이전반대 결의안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가 이야기했던 부정적 파장이 지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무리 살펴보아도 알 수가 없다.

 

봉은사를 좌파의 본산이라고 주장하는 이 전 장관의 인식수준이 걱정스러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봉은사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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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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