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창원환경운동연합 신금숙 운영위원
심규상
그를 만난 건 10월 27일 저녁 무렵이었다. 진해마천산업단지(경남진해시 남양동 일원)와 불과 수 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부근 웅동초등학교 근처였다. 그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간간이 주물공단 특유의 악취가 코끝을 자극했다.
신금숙(마산창원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씨. 부산에서 인근 주물산업단지 부근으로 10년 전 이사를 와 정착했다는 그는 주물공단의 첫 기억에 대해 "시궁창 냄새 같은 악취가 방안까지 들어왔고 창문을 닫아도 소용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이들의 아토피가 갈수록 심해졌고 견디다 못해 인근 산동네로 이사했더니 거짓말처럼 아토피가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장의 생산설비가 노후화되고 기업들이 투자를 제대로 못 할 지경이 되면서 각종 공해문제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지역경제에 해가 됐으면 됐지 보탬이 안 된다"고 단언했다.
또 그는 "(주물공단이 이전하는 곳도) 처음엔 문제가 안 될 수 있지만 시설이 노후화되고 시설투자에 한계가 올 즈음이면 지금과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진해마천산업단지는 밀양하남산업단지로 이전을 추진 중이고, 인천서부산업단지 내 일부 주물산업단지는 충남 예산으로 이전을 준비 중이다.
신씨는 "공해문제로 문제가 생기면 다른 곳으로 이주해 주민들과 갈등을 벌이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대규모 주물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식은 절대 안 된다"며 "주물공장을 일본 등 선진 외국처럼 개별적으로 떨어뜨려 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래야만 공해저감대책을 확실하게 마련하게 할 수 있고 주민감시도 수월해진다"며 "공장 한 곳의 오염수치는 기준치를 넘어서지 않지만 개별공장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모이면 그 총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은 아토피에 시달리고, 주민은 쇳가루 분진 때문에 빨래 널지 못하고..." 다음은 그와 나눈 이야기의 주요 요지다.
- 언제부터 이곳에 정착했는가. 처음 왔을 때 주물공장의 모습은?"부산에 살다 이곳에 온 지 약 10년 정도 됐다. 주물공장이 들어선지 약 10년 정도 됐을 때 이사 온 셈이다. 이곳에서 처음 생활을 시작하는데 새벽 조용한 때에 주물공장에서 시궁창 냄새 같은 악취가 방안까지 들어왔다. 창문을 닫아도 소용없었다. 우리 아이들의 경우 아토피가 생기더니 갈수록 심해졌다. 결국 견디다 못해 인근 산동네로 멀리 이사했는데 거짓말처럼 아토피가 사라졌다."
- 다른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하나?"악취 때문에 메스껍고 얼굴이 따갑다고 여러분들이 말한 그대로다. 부산을 오가는 차량들이 여기 주물공단 부근에 들어서면 모두 창문을 닫아버린다. 현장에 가봐서 알겠지만, 악취로 숨을 못 쉴 정도다."
- 공해가 심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기고 있나?"주민들이 받는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아이들은 아토피에 시달리고, 주택과 아파트 주민들은 쇳가루가 섞인 분진 때문에 밖에 빨래를 널지 못하고 살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이사를 와서는 일 년을 못 살고 다른 곳으로 떠나는 일도 많다. 신혼부부가 아이를 못 가져서 이사 가는 경우도 있었다. 오죽했으면 인근 초등학교 양호선생님까지 나서서 싸웠겠는가. 지금 인근 초등학교에는 교실마다 공기청정기를 설치해 가동하고 있다. 주물공단이 들어서는 바람에 농지는 농지대로 없어지고 바다는 바다대로 제멋을 잃었다. 옛 모습이 유지됐다면 이만한 청정지역이 없었을 것이다. 바다를 매립해 공단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제 복원도 불가능하다."
- 주민들이 공단 측과 격렬하게 싸운 것으로 알고 있다. 언제부터 어떻게 싸웠나?"2006년 공해추방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각 통장과 자치위원장 등 16명을 비롯해 회원만 150여 명(주민 약 8000여 명)에 이르렀다. 주민대비 회원수가 적다고 할 수 있지만 주민을 대표하는 통장 등이 모두 참여했다. 처음에는 우선 각종 언론매체에 피해현실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특구청과 진해시청에 탄원서를 내기도 하고 공해배출업소를 찾아내 고발조치 했다."
"공해배출로 주민들하고 문제가 생기니까 버티다 버티다 결국 옮겨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