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 가치가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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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가 있은 후 달러 가치는 급락세를 보였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4일(현지시간) 0.78% 하락한 75.88을 기록했다. 2010년 들어와 최저치다.
다른 국가들의 통화 가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 이후 유로화 가치는 상승세를 보이며 9개월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달러/유로 환율은 5일 달러당 1.4214유로를 기록하며 1.4유로선을 넘어선 상태다. 신흥국들의 통화 가치 역시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태국 바트화는 5일 1달러당 29.68바트까지 떨어지며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5일 1달러당 8910.0루피아로 떨어지며 3년 5개월여 만에 통화 가치가 최고치를 기록했다(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뉴욕 외환시장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는 달러에 대해 2% 올랐고, 폴란드 즐로티화는 6개월 최고, 콜롬비아 페소화는 10주 최고로 각각 치솟았다(<이데일리>, 2010.11.5).
고조되는 각국의 불만 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에 따라 여타 국가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브라질은 미국의 양적 완화에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시아빈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 위원은 연준의 2차 양적 완화 조치는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고 평가하며 자본 통제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쿠이 티안카이 중국 외교부 차관은 많은 나라들이 자국 경제에 끼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이 이번 양적 완화 조치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웰베르 바랄 브라질 통산산업개발부 차관은 미국의 양적 완화는 주변 국가들을 빈곤하게 만드는 정책이라고 평가하며 보복 조치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귀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 역시 달러를 뿌리는 것은 아무데도 쓸 데가 없다며 미국의 수출 경쟁력만 높이는 정책이라고 비난했고,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를 강력히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국은 미국의 2차 양적 완화 조치로 달러 자금의 신흥국 시장 유입이 예상됨에 따라 이웃국가들과 공동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콘 차티카와닛 태국 재무장관은 중앙은행 총재가 이웃 중앙은행 총재들과 관련 논의를 했다며 투기자금의 아시아 유입을 막는 데 필요할 경우 공동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이상 <이데일리> 참조).
라이너 브뤼델 독일 경제장관은 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와 관련해 글로벌 자산 가격을 상승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가 이번으로 끝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월가에서는 벌써부터 3차 양적 완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2차 양적 완화를 통해 경제가 뚜렷하게 좋아지지 않는다면 미국은 3차, 4차 국채 매입에 나설 수밖에 없다. 6000억 달러 규모의 이번 양적 완화 조치로는 10%에 달하고 있는 미국 실업률을 끌어내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폴 볼커 미국 대통령 경제회복위원회 위원장은 이번의 추가 양적 완화 조치에 대해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2차 양적 완화가 경기 부양에 실패하면 3차, 4차 양적 완화가 잇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 완화 정책을 펴려고 하는 미국과 자국 통화를 방어하려는 신흥국들의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미국 경제가 확연한 회복세로 돌아서지 않는 한 환율 전쟁이 쉽사리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한 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에 대응한 방어전선도 형성되고 있다. 단기 투기자본이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에 미리 대응해 버블을 방지하고 물가 상승 압력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2일 호주 중앙은행(RBA)은 기준금리를 7개월 만에 4.5%에서 4.75%로 0.25%포인트 올렸고, 인도 중앙은행(RBI)도 기준금리인 재할인금리를 6%에서 6.25%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여타 신흥국들도 자본 규제를 고려 중이다. 미국의 경기 부양에 대해 긴축 정책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 캐나다 G20 회의에서도 확인된 바 있지만 '경기 부양, 출구 전략' 공조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원화 강세 흐름과 물가 부담 한국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우선 다른 신흥국들의 통화와 마찬가지로 원화는 여전히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추가 양적 완화 발표가 있기 전 3일 1달러당 1110.20원을 기록하던 원화는 양적 완화 발표 이후 강세를 지속해 5일 원/달러 환율은 1107.30원으로 하락했다. 1100원선 아래로 떨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1100원 선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한국 경제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10월 들어 1200원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하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추가 양적 완화 조치가 가시화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한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