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산자락에 무리지어 피어난 서양(미국)등골나물
이승철
그리고 다음 순간 고개를 돌리는 것이 아닌가. 역시 초식동물인 사슴은 독성이 있는 풀을 금방 식별했던 것이다. 우리는 몇 번이고 사슴에게 서양등골나물을 내밀어 코앞에서 흔들며 유혹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아저씨! 그걸 왜 자꾸 먹으라고 그래요? 그건 먹는 풀 아니에요. 미국독초거든요."사슴은 왜 자꾸 먹으라고 귀찮게 하느냐는 표정이다. 눈만 끔벅거릴 뿐 전혀 먹고 싶지 않다는 듯 시선도 돌리지 않는다. 한 번 냄새로 확인한 이상 두 번 확인할 필요도 없다는 단호한 태도였다.
"것 봐? 초식동물들은 선천적으로 먹을 수 있는 풀과 독성이 있는 풀을 감별해내는 능력이 있다니까?"조금 전 독이 있는 풀이라면 절대 먹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던 일행이 어깨를 으쓱한다.
30여 년 전에 이 땅에 들어와 생태계를 교란하는 식물로 눈총을 받고 있는 서양(미국) 등골나물. 그러나 이 식물은 아름다운 꽃모양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며 날씨가 서늘해진 요즘도 새하얗게 무리지어 피어나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다.
어디 우리 자연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식물뿐이겠는가? 요즘 우리 사회에서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우리를 유혹하는 것들은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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