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빼빼로, 맛 좀 보실래요?

나만의 복불복 빼빼로 3종 세트 제작기

등록 2010.11.09 09:06수정 2010.11.0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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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처음 만든 달달한 빼빼로~^^

처음 만든 달달한 빼빼로~^^ ⓒ 이슬비


며칠 있으면 '빼빼로데이'다. 11월 11일. 연인들끼리 빼빼로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다. 하지만 연인들만 빼빼로를 주고받는 건 아니다. 친구들끼리도 서로 나눠 먹는다.


이번 빼빼로데이에는 뭔가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난 게 나만의 빼빼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나와 동생 예슬이는 직접 빼빼로를 만들기로 하고 마트에서 초콜릿과 스틱을 따로 샀다.

학교에 다녀 온 우리는 빼빼로를 만들기로 하고, 먼저 초콜릿을 잘게 부쉈다. 그 다음 냄비에 물을 약간 부은 뒤 초콜릿을 넣고 끓이는, 중탕을 했다. 하지만 집에 중탕할 그릇이 마땅히 없었다.

그래서 국자에 초콜릿을 올려 가스레인지에 대고 나무젓가락으로 저어 가면서 녹였다. 큰 초콜릿 다섯 개를 끓이기에 국자는 한없이 적었다. 머리를 조금 굴렸더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될 것 같았다.

a  초콜릿을 중탕한 후...

초콜릿을 중탕한 후... ⓒ 이슬비


a  중탕한 초콜릿을 스틱에 바르고 있다.

중탕한 초콜릿을 스틱에 바르고 있다. ⓒ 이슬비


우리는 기특한 생각을 했다는 듯 의기양양했다. 큰 초콜릿 한 개 반 정도를 잘라서 그릇에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한편으로는 계속 국자로 중탕을 열심히 했다. 나와 예슬이는 가스레인지에 초콜릿을 넣어놓았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니 부엌방이 뿌옇게 변해 있었다. 놀라서 전자레인지를 보고 우리는 깜짝 놀랐다. 어머나! 전자레인지에서 연기가 나고 있다. 급히 전자레인지를 열어보니 그릇이 온통 시커멓게 타 있었다.


까맣게 탄 초콜릿을 젓가락으로 눌러보았다. 세상에…. 초콜릿이 푸석푸석 부서지는 것이었다. 정말 비참했다. 후회가 막심했다. 일을 수월하게 하려고 꽤를 부렸는데, 오히려 일을 망친 것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 많은 초콜릿을 일일이 가스레인지에 끓이는 수밖에. 그렇게 해서 초콜릿을 다 끓였다.

이제는 과자(스틱)에 끓인 초콜릿을 바르는 순서다. 우리는 식탁에 호일을 깔고 그 위에서 과자에 초콜릿을 덧발랐다. 처음엔 재미있었다. 직접 빼빼로를 만들어서 친구들한테 준다고 생각하니 가슴 뿌듯하기도 했다.


a  나와 예슬이랑 빼빼로를 만드는 중...

나와 예슬이랑 빼빼로를 만드는 중... ⓒ 이슬비


예슬이와 나는 힘든 줄 모르고 열심히 빼빼로를 만들었다. 그런데 계속 만들다 보니 조금씩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재미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끓여놓은 초콜릿은 많이 남았다. 그때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바로 '복불복 빼빼로'였다. 초콜릿에 소금을 넣어서 친구들을 골탕 먹이는 것이었다. 우리는 초콜릿에 소금을 듬뿍 넣은 빼빼로를 만들었다. 소금으로 범벅된 빼빼로를 친구들에게 주고, 친구들이 그 빼빼로를 먹는다고 생각하니 즐거웠다. 빼빼로 만드는 게 다시 재미있어졌다.

그것도 잠시…. 더 자극적인 빼빼로를 만들고 싶어졌다. 냉장고를 열어보았더니 마요네즈와 케첩이 보였다. 그래!! 이거야. 나는 초콜릿에 소금과 마요네즈, 케첩을 한꺼번에 넣고 섞었다. 한편으로는 이걸 친구들한테 줄려고 생각하니 끅-끅- 웃음이 먼저 나왔다.

a  빼빼로에 소금을 뿌린 모습

빼빼로에 소금을 뿌린 모습 ⓒ 이슬비


이렇게 만든 초콜릿을 다시 과자에 바르니. 정말 아몬드 빼빼로 같았다. 맛이 궁금해서 한번 먹어보니 토할 것 같았다. 정말 먹을 수 없는 빼빼로였다. 이 빼빼로를 '지옥의 빼빼로'라 이름 지었다. 운이 있든 없든 하나씩은 다 넣을 것이다.

우리가 만든 빼빼로는 평범한 빼빼로, 짠 빼빼로, 그리고 지옥의 빼빼로…. 이렇게 3종이 됐다. 이 세 가지 빼빼로를 친구들하고 선생님께 예쁘게 포장해서 줄 생각을 하니 너무 행복하다.

이러면 나쁜 아이가 되는 것이지만…. 이게 빼빼로를 주는 사람의 특권이자 즐거움 아닐까? 이러다가 애들한테 맞을 수도 있을 텐데…. 애들 손맛이 보통이 아닌데…. 그래도 기다려진다. 빼빼로데이가….

a  지옥의 빼빼로(마요네즈, 케첩, 소금이 첨가)에요~!!!

지옥의 빼빼로(마요네즈, 케첩, 소금이 첨가)에요~!!! ⓒ 이슬비

덧붙이는 글 | ☞ 이슬비 기자는 광주동신여자중학교 3학년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슬비 기자는 광주동신여자중학교 3학년입니다.
#빼빼로 #빼빼로데이 #지옥의빼빼로 #초콜릿 #소금뻬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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