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G20, 그리고 인권 침해에 관한 긴급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박OO G20 포스터 그라피티 작업 당사자, 권은비 그라피티 작가, 조광희 변호사,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이정원 이주노동조합 교육선전차장, 박사라 홈리스행동 활동가.
권우성
- 재물손괴 혐의가 적용됐는데, 예상했나?
"그라피티에 적용되는 단골메뉴다."
- 검찰이 문제를 삼은 부분은 무엇인가? "영장실질 심사 때 검사가 인상적이었다. 나의 작품이 왜 처벌 대상인지에 대해 단호하게 설명했다. 정부 측의 논리를 정확하게 대변했다고 본다. 그는 논리적이고 유창한 언변으로 전 국민이 잘 치르기를 갈망하고 있는 G20 행사의 포스터를 훼손한 것은 국가의 품격에 도전하는 일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또 이것은 예술적 행위가 아니라 조직적인 정치 행위이고 그 배후가 의심된다는 말도 했다. 순수 예술이라고 설명하는 내게 '그것은 검찰을 조롱하는 것이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대단한 분이다."
- 혹시 검찰 조사 과정에서 '쥐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고 묻지 않던가?"감히 그러지는 못하더라(웃음). 조서에 나오면 좀 그렇지 않은가."
- 그래도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두고 '쥐'를 그린 것은 아닌가?"국문학을 전공했기에 전통민중예술에서 나오는 언어유희 정신에 익숙하고 개그를 좋아한다. G라는 것에서 자연스레 '쥐'를 떠올린 것이다. 물론 내가 대한민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즉 특정인에 대한 연상에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다. 설령 그런 연상을 했다고 해도 그건 배경에 불과하다."
그는 특히 "그라피티 예술에서 항상 논란이 되고, 나에게도 적용된 재물 손괴 혐의는 사실상 재물을 파괴했을 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면서 "포스터는 정부의 소유라고 할 수 있지만, 내가 그 위에 그린 쥐의 형상은 나에게 저작권이 있기 때문에 경찰이 함부로 손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웃기도 했다.
그는 또 "인터넷 상의 여러 댓글 중에 '뭐, 그 나이에 새벽 한시가 넘어서 그런 작업을 벌이고 있냐'고 조롱하는 것을 가장 뼈아프게 받아들였다"면서 "하지만 이 나이 먹으니까 비로소 이런 예술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은 거대하고 파괴적인 그라피티"그에게 최근 현안과 관련해서 그라피티로 풍자하고 싶은 대상이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장애인 활동가, 외국인 노동자 등 한국 사회 내부에 있는 소수자들을 위한 작품을 하고 싶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민족주의가 강하고, 정상적인 삶에 대한 강박관념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풍자하고 싶다. 기존 관념과 문화를 느슨하게 하는 작업이다. 사실 현 정부를 풍자하는 것은 너무 쉽다. 인터넷에서 많은 누리꾼들이 하고 있고."그에게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을 그라피티 예술로 '승화'시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최근 4대강 사업 공사현장인 낙동강에 가봤는데 거대한 공공미술이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산 중턱을 '바리깡'으로 밀듯이 깎아 자전거도로를 냈던데 자전거를 타고 거길 오를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책상머리에서 그림을 그린 것이다, 4대강 사업 사진홍보용으로 자연을 훼손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대강 사업이야말로 국가가 진행하는 아주 거대하고 파괴적인 그라피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경찰과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그의 예술행위가 우리나라의 국격을 실추시켰다는 논리를 내세우기도 했다. 정부 중요 행사의 포스터를 감히 훼손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
국격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용되는 것이 탐탁지 않다. 메이지 유신 때도 '민도'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는데, 국가의 품격을 논하는 것은 낡은 근대의 유산이다. 거기에 국가가 대체 얼마짜리인가라는 천박한 경제논리가 추가됐다. 오히려 유머와 풍자와 자유정신이 가미된 인격의 크기라는 말을 사용했으면 좋겠다. 이번 일로 나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한 수사기관의 인격은 쫀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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