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왜 비싼가 했더니...그걸로 골프장 구입?

공권력 깔보는 사립학교...입학장사-횡령-서류폐기-감사거부-허위보고까지

등록 2010.11.11 13:06수정 2010.11.11 14:06
0
원고료로 응원
서울 사립초등학교의 입학장사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서울시교육청은 9일 서울 소재 39개 사립초등학교의 입학 장사 의혹을 감사한 결과, 대부분의 학교에서 비리 혐의가 포착되었다고 밝혔다. 이 중 정도가 심한 11개 사립초교를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학교장 3명에 대해서는 해임을 요구하는 등 관계자 10명에 대해 해당 사학재단에 중징계를 요구키로 했다.

이번 감사에서 입학 부정 관련하여 불법이 지적되지 않은 학교는 단 3개밖에 없었다. 특히 K초교는 1인당 최대 2천만원까지 받아서 6억이 넘는 금액을 받아 챙겼다가 적발되었으며, 8개교는 학생들이 전입학하기도 전에 미리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L초교는 보전 연한이 남은 전입학 관련 자료를 무단으로 폐기해 버려 정확한 규모를 확인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이미 교장 2명이 구속된 H 초교를 포함하면 서울 소재 39개 학교 중 36개가 입학 관련 부정으로 적발되어, 무려 92%의 학교가 부정 입학에 관련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 조사 결과, 이번 부정 입학 관련 학부모 가운데는 판검사나 유명 연예인 등이 다수 포함돼 있는데 이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입학 장사를 하였다고 하니 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런데 더 한심한 것은 사립학교의 부정부패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비단 이 사건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구교육청 K 사학재단 비리 확인 임원 고발

대구시교육청은 9일 최근 교사 채용과 불법 매각 관련 비리의혹이 제기된 K재단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하여, 금품 수수, 유치원 근저당 설정 등에 대해 재단 관계자 2명을 고발하고 검찰에 불법 학교매도 시도에 관해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금전을 대가로 학교의 불법매매를 시도했던 것은 사실이나 실제 매각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교원 채용 관련 금품 수수에 대해서는 수사권이 없어 확인을 못해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한 것이다.

특히 이 학원은 재단 운영권을 둘러싸고 형제자매들 간에 잦은 불화가 생겼고,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재단 소속 유치원을 근저당 설정한 사실도 확인됐다. 학교를 두고 골육상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이 학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또 지난 5일 창원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서승렬 부장판사)는 횡령과 재산국외 도피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마산 대학 L모 총장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L총장은 2007년 6월에 학교 교비를 횡령하여 자신의 사위가 대표로 있는 호주 현지 법인에 무려 47억1천여만원을 보냈다. 이로 인하여 사실상 마산대학이 호주법인에 골프장을 공짜로 사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법원은 결론 내렸다.

이 학교 학생들은 자신들의 등록금 등으로 이루어진 학교 교비가 하루 아침에 해외 골프장 구입으로 날아가 버린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충청대학 이사장, 학교 담보 126억 불법대출로 공매 위기

충북 청원 충청대학에서 학교를 둘러싸고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세상에 알려졌다.

청주지검은 10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횡령·사기, 사립학교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 학교의 이사장 오씨를 구속기소하고, 허위 회계처리와 증거인멸에 가담한 법인사무국장과 대학기획처장도 기소했다. 재개발업자는 도주하여 수배했다.

오모 이사장은 2007년 11월 재개발사업자와 짜고 학교 소유 토지를 재개발하기로 하고 학교 토지를 담보로 사채업자에게 40여억원을 빌렸다. 2008년 1월 똑같은 수법으로 은행에서 법인 명의로 126억원을 대출받아 자기의 사채를 갚았다. 남은 돈으로 16억원 상당의 빌라를 구입하고 자녀 유학비용으로 사용했다. 그러고도 남은 학교 공금 20억원을 가로챘다.

그러다 경기 침체로 재개발사업이 여의치 않자 오 이사장과 재개발사업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는데 이번에도 오씨는 법인사무국장, 대학 기획처장과 짜고 교비 2억원을 횡령해 변호사 선임료로 사용했다. 또 교비 5억원을 추가로 빼돌려 조선소사업과 요트사업에 투자하고, 일부는 건물 임대업 운영비로 썼다고 한다.

그런데 재개발사업과 조선소·요트 사업 등 벌이는 일 마다 모두 실패하면서 결국 학교 소유 240억원 상당의 토지가 공매 처분될 위기에 처했다. 죄 없는 학생과 선량한 학교 관계자들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꼴이 아닐 수 없다.

a  대원외고.

대원외고. ⓒ 권우성


막무가내 '버티기 작전' 돌입한 대원외고 사태

대원외고 이사장 등이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된 것이 지난 4월이다. 법인전입금은 10원도 내지 않으면서 학부모들로부터 무려 21억에 이르는 불법찬조금을 모금하여 이사장과 교장 이하 모든 교사들이 징계요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

이미 교육청 감사를 통하여 어느 정도 사실 관계가 규명되었고, 제출된 증거들이 구체적이어서 수사가 쉽게 끝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답보상태이다. 불법찬조금 모금 과정이 녹음된 파일까지 공개되었지만 학부모들이 집단적으로 경찰 소환에 불응하면서 수사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광진 경찰서 측은 학부모들의 계좌를 추적하여 찬조금 모금 과정과 규모를 확인했는데 4차례 계좌추적 압수수색 영장을 "참고인 자격인 학부모들의 계좌를 압수수색하는 건 과잉수사"라는 이유로 검찰이 모두 반려해 버렸다. 결국 경찰은 이례적으로 사건 '기소' 혹은 '불기소' 의견을 달지 말고 "무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였고, 검찰은 수사 보강을 공언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다. 그 사이 정직 징계를 받았던 교장 등도 모두 현직으로 복귀하였다.

대원학원을 직접 고발하였던 참교육학부모회 장은숙 회장은 "어이가 없다. 만약 일반 국민이 21억의 횡령 혐의를 받고 있고, 경찰 수사 요구에 불응하여도 대원외고처럼 봐줄 것인가? 이것이 MB 정부가 말하는 공정사회인가?"라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유죄 선고 받은 양천고, 대놓고 감사 불응

지난 5일 서울행정법원은 양천고에서 해직된 김형태 전 교사(현 서울시 교육위원)의 징계에 대해서 일부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파면, 해임은 징계 재량권을 넘어선 위법이라는 결정을 했다. 급식비 횡령, 불법 교사 채용 등의 불법 혐의 고발에 대한 보복징계로 보인다는 결정도 덧붙였다. 길고 길었던 김 교사의 해직 사태가 전환점을 맞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양천고 이사장은 불법 기간제 교사 채용으로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고, 또한 6억에 이르는 급식비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학교 운영과 관련하여 서울교육청으로부터 재감사를 받고 있는데 핵심 관련자들이 감사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이사회회의록 등 일부 자료는 보존 연한이 남아있음에도 폐기하고 자료가 없다고 한다.

서울교육청 감사 관련자에 의하면, "급식비 횡령 등 핵심의혹을 밝혀줄 이사, 급식관련자, 행정실 직원 등 당사자들이 출석이나 증언을 거부하는 등 감사에 협조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 계좌추적권이나 강제 구인권 등이 없어 한계가 있다. 교육자의 양심을 걸고 스스로 감사에 협조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이 이렇게 배짱을 부리며 버티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차피 징계권이나 이사 임면권을 재단 이사회가 가지고 있는 제도적 한계 때문에 교육청의 감사에 불응하여도 징계 받지 않거나, 징계를 받아도 경징계 정도로 하고 그냥 넘어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만약, 재단에 비판적인 전교조 교사가 서울교육청의 감사 요구에 불응하였다면 과연 사학법인이 어떻게 나왔을까?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국정감사에는 거짓 보고까지

민주당 교육상임위원인 안민석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상당수 사립학교들이 법이 개정되고 5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5년 사학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하여 학교예산과 결산서, 이사회 회의록, 임원(이사와 감사) 현황 등을 의무적으로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법이 개정되었다.

그런데 안민석 의원실의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자료 제출한 1194개교 가운데 초중고 중 임원의 인적 사항을 아예 공개하지 않은 곳이 71개교(5.9%), 2가지 이상 기재하지 않은 학교는 131개교(11.0%)나 되었다. 이사회 회의록은 더욱 심각하여 205개(17.2%) 학교가 이사회 회의록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는데, 특히 서울은 134개 학교 중 40개(29.9%), 전북은 108개 학교 중 28개(25.9%)나 됐다. 지금까지 교육당국은 이런 사학들에 대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공개하고 있다고 국회에 보고한 상당수 학교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사학들 중 1년에 최소 4차례 이상 이사회를 개최하면서 이를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한 학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실제로 최근 문제가 된 S여중, S고, D고 등은 안 의원실 자료에는 공개로 보고되어 있지만 이사회 회의록이나 임원 명단을 홈페이지에서는 찾을 수 없다. 법의 취지가 무색하게 구석에 다른 자료들과 함께, 또는 아예 화면에 보이지도 않거나 회원가입 후 로그인을 해야만 공개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한민국 사학들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까지 기만하고 있었다.

이런 현실에 대해서 안민석 의원실은 "사학법인 임원의 인적사항이나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사학경영진의 무책임한 면모와 폐쇄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분개했고, 특히 "공개하지 않으면서 허위로 자료를 보고한 학교들에 대해서는 관할청에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당국·검찰·국회까지 공권력을 비웃는 사학들

학생 입학 장사, 학교 공금 횡령이나 금품 수수 교원 채용, 학부모 불법 찬조금 모금 등은 사학법인들이 국민을 우습게 보고, 학생을 돈으로 보는 잘못된 시각의 산물이다. 그런데 이들이 국민만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공권력을 총체적으로 비웃고 있다.

양천고 등은 각종 의혹을 밝히려는 서울시교육청의 감사에 불응하며 참고인 출석이나 증언을 거부하면서 자료를 이미 파기했다고 하고, 서울의 일부 사립초 역시 입학 장사가 문제가 되자 아예 자료를 폐기해 버리는 어이없는 일을 저질러 교육당국을 비웃고 있다.

대원외고는 학부모들이 집단적으로 수사 협조를 거부하고, 학교 당국 역시 이들을 협조하도록 적극 설득하지 않으면서 최고의 공권력이라고 일컬어지는 수사권을 비웃고 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대해서도 허위 자료를 내놓으면서 입법부 또한 우습게 알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고 있는 사학비리에 대해서 국민들은 이미 신물이 났다. 또한 국민들은 국민을 우습게 알고 학생과 학교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는 일부 사학의 천박한 교육관에 분개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더욱 분개하는 것은 이들 사학들이 교육당국, 검찰 그리고 국회까지 무시하면서 국가 공권력 자체를 비웃고 있는 그들의 오만함일 것이다. 국민들은 일부 사학법인, 어쩌면 대부분의 사학법인들의 대오각성을 요구하고 있을 것이다.
#사학 #입학장사 #횡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2. 2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3. 3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4. 4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5. 5 6개 읍면 관통 345kV 송전선로, 근데 주민들은 모른다 6개 읍면 관통 345kV 송전선로, 근데 주민들은 모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