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선뜻 기부한 3살 아이에게 배우다

등록 2010.11.16 13:20수정 2010.11.1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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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은사 내 '이속찻집(http://cafe.naver.com/smilingsatan)'에서는 <오, 히말라야!>란 주제로 네팔화가 5인의 이색 전시회가 오는 11월 30일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히말라야의 정기가 듬뿍 담긴 네팔화가 121점의 그림이 지리산 중턱에서 전시되고 있는 셈이지요.


a  가난하지만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네팔의 어린이들(2010.10.9 네팔 칸첸중가 오지 마을에서)

가난하지만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네팔의 어린이들(2010.10.9 네팔 칸첸중가 오지 마을에서) ⓒ 최오균


a  네팔화가 부디 그룽의 히말라야 그림 중 '안나푸르나 '

네팔화가 부디 그룽의 히말라야 그림 중 '안나푸르나 ' ⓒ 최오균


장장 2400km에 걸쳐 있는 히말라야 산맥 중 8000m급 이상 봉우리가 8개나 있는 네팔은 340km에 걸쳐 있는 지리산과 규모면에서 비교할 수 없지만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히말라야 산간벽지에는 오지마을이 흩어져 있어 문화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지요. 가족아카데미아 주최로 한국의 오지마을을 찾아가며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히말라야와 지리산이 교감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이속찻집' 전시장 입구에는 네팔 어린이를 돕기 위한 작은 성금함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네팔에는 한 달에 단돈 1만원이 없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많습니다. 이 성금함은 그런 네팔 어린이의 학자금을 후원하기 위하여 수유리의 작은 암자인 '자비공덕회'에서 마련한 보시함입니다.

a  성금함에 선듯 1만웡을 기부한 4살짜리 시안이의 천진한 모습과 시안이네 가족

성금함에 선듯 1만웡을 기부한 4살짜리 시안이의 천진한 모습과 시안이네 가족 ⓒ 최오균

이속찻집은 천은사 입구에 있는 낡은 목조 건물로 주변의 호수와 풍경에 잘 어울리는 한적한 찻집입니다.

찾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지리산이 좋아 천은사에서 세를 내어 찻집을 하고 있는 정용문씨는 아내와 3살짜리 시안이라는 아들과 함께 이곳 지리산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에 이 찻집을 찾은 정용문씨의 친구가 시안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라고 1만원을 주었습니다. 시안이는 아이스크림을 무척 좋아 하는 아이입니다. 만원짜리 한 장을 들고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생각에 들떠있는 시안이에게 아빠가 말했습니다.


"시안아, 네팔에는 책이 없어 공부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대. 그런데 네가 그 돈을 저 성금함에 넣으면 네팔아이들이 책을 사서 공부를 할 수 있단다."

아빠의 말을 듣고 시안이는 돈과 성금함을 번갈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아빠 이 돈을 저기에 넣으면 정말 네팔아이들이 책을 사 볼 수 있어?"
"응, 그렇고 말고."
"좋아, 그럼 이 돈을 저기에 넣을래."
"그런데 그 돈을 저 함에 넣으면 네가 아이스크림을 사먹지 못하는데 그래도 괜찮아?"

그 말을 듣고 시안이는 다시 한 번 돈과 성금함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말했다.

"아빠, 이 돈을 반으로 찢어서 반만 넣으면 안 돼?"
"돈을 반으로 찢으면 그 돈 전부를 못 쓰게 되는데?"
"그럼 다 넣을래."

a  시안이가 1만원을 기부한 네팔 어린이 돕기 성금함

시안이가 1만원을 기부한 네팔 어린이 돕기 성금함 ⓒ 최오균

시안이는 주저 없이 1만원을 성금함에 넣었습니다. 어른들도 단돈 1천원을 기부하기를 주저하는데, 시안이가 그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것을 포기하고 선뜻 넣은 1만원은 액수로 환산할 수 없는 큰 가치가 있는 선행입니다. 어린 마음에 그렇게 큰 자비심을 낼 수 있는 시안이가 대견하게만 생각됩니다.

네팔 하고도 동부 칸첸중가(8586m) 부근 쩌퍼러마리 오지 마을에는 워낙 가난해서 학교에는 가고 싶으나 자신이 생계비를 직접 버느라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은 돌을 깨거나 잡일을 해서 하루에 500원 정도 벌어 생계를 유지합니다. 시안이가 기부한 돈 1만원은 한 명의 네팔 어린이이가 한 달 동안 생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네팔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네팔 어린이들은 물질적으로는 가난하지만 얼굴에 항상 미소를 지으며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우리들에게 큰 기쁨과 행복을 안겨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희들이 주는 것보다도 그 아이들의 맑은 영혼과 미소는 저희들에게 훨씬 더 많은 것을 주고 있습니다.

이제 곧 연말연시 세밑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금년 세밑은 주변의 불우한 이웃을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는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지난 10월 8일부터 19일까지 네팔 칸첸중가 오지마을 쩌머러마리 마을에 학자금 후원금과 컴퓨터를 전달하기 '자비공덕회' 회원들과 함게 위해 다녀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지난 10월 8일부터 19일까지 네팔 칸첸중가 오지마을 쩌머러마리 마을에 학자금 후원금과 컴퓨터를 전달하기 '자비공덕회' 회원들과 함게 위해 다녀왔습니다.
#네팔어린이 돕기 #지리산 네팔화가 전시회 #천은사 이속찻집 #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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