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원유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만 3년을 한 달여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를 원망하는 피해주민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지지부진한 피해배상 때문. 이미 IOPC펀드의 사정을 마치고 마음 한켠에 켜켜이 쌓여 있던 무거운 짐을 조금은 덜어낸 피해주민들도 있지만, 사정만 완료되었을 뿐 실제로 주민들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온 배상금은 전무한 실정이다.
그나마 지난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영국 런던에 위치하고 있는 IMO(국제해사기구) 본부에서 열린 IOPC펀드 제48차, 49차 집행이사회에서 결정된 '조업제한 시기 한달 연장'과 무면허·무허가·무신고 지역에 대한 피해보상의 원칙적 거절을 고수하던 IOPC펀드로부터 '무면허 지역이었던 소근진만의 신두리 양식장에 대한 피해 보상 거절 원칙 철회' 등의 성과를 이끌어 낸 점이 피해주민들에게 위안을 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 태안 피해주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준다며 정부가 잇따라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 주민설명회와 토론회는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피해주민들의 관심 밖 주제로 일관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지난 3일 원유유출사고 이후 3년 동안 태안 원유유출사고 수습과 환경복원, 피해주민들의 피해배상 등을 위해 각종 사업을 추진해 온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 등 정부 3개 기관이 함께 사고 이후 처음으로 개최했던 합동주민설명회는 피해주민들의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내용으로 설명회를 진행해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또 이날 주민들의 질문도 설명회 내용과는 관련없는 피해배상과 관련한 주민들의 현실적인 문제가 주를 이뤄 설명회의 취지를 무색케한 바 있다.
피해주민 없는 밀실토론, 또 한번 비난
또한 정부 3개 기관 설명회가 끝난 지 불과 일주일 만인 지난 9일, 국토해양부 주최로 개최된 '피해배상 토론회'는 피해주민이 아닌 피해단체장과 어촌계장, 수협관계자 등 대표자격 위치에 있는 주민에게만 초청장이 보내진 것으로 알려져 이를 알고 토론회장에 참석한 일부 주민들로부터 '밀실토론'이라는 강한 비난과 원망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태안군 김달진 유류피해대책지원과장의 피해배상 추진상황 보고와 국토부가 원유유출 사고 3년 동안 추진했던 보상추진 현황과 향후 전망, 대부금 관리 방안, 국제기금 100% 지급방안 추진현황과 계획, '보상받지 못한 자'에 대한 지원방향, 삼성중공업 출연 지역발전기금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으며, 이후 참석한 피해주민들과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 관계자는 보상지연 이유를 ▲수산분야 2009년 7월 이후 집중청구(약 10만명) ▲피해 입증 증빙서류 부족 등으로 사정에 상당 시일 소요 ▲조업재개 시점에 대한 국제기금과의 이견 등을 꼽으면서 지난 6월 제48차 집행이사회에서 결정된 조업제한 인정기간에 대한 이견 해소로 본격적인 현장조사와 사정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보상받지 못한 자에 대해서는 업종별 지원기준과 절차, 규모 등을 정하기 위해 내년 7월까지 진행 예정인 2차 용역수행기간 중 공청회 등을 개최해 2012년 특별대책위 또는 조정위원회에 상정하겠다는 계획이며, 6개월 추가 상환연장과 분할상환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설명회에서 가장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삼성중공업 출연 1천억원의 지역발전기금에 대해서는 12월초에 잠정 추진예정인 국무총리 주재 유류오염사고 특별대책위 이후 협의체 구성 방안 논의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피해검증단 비용 80억원이 없어 조사를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
이 같은 국토부의 설명이 마무리되자 피해주민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국토부를 향한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그 중에서도 최한진 근흥면비수산대책위원장은 "서산지원에서 결정되는 사안은 정부에서 지원해줘야 한다"고 전제한 뒤 "피해배상에 대해 일괄 조사를 시행할 검증단이 구성 중에 있는데 비용이 없어서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학술단체에서 요청한 검증단 비용이 80억원인데 정부에 요청한 결과 부정적인 답변을 들었다고 서산지원장이 직접 밝혔다"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검증단에 대한) 비용발생이 40억으로 알고 있고, 이에 대해 정부에서 일부 비용지원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 검토중"이라고 간략하게 답했다.
조규종 손해사정사는 보상받지 못한 자를 거론하며 "국토부와 농림부에서 보상받지 못한 자에 대한 기준을 만드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인데 폐쇄적인 방법으로 만들려한다는 말이 들려오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보상받지 못한 자는 중요한 이슈로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보상받지 못한 자에 대해 주민과 용역사와 국토부의 시각이 있기 때문에 별도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기준과 방법 등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피해보상 금액 문제가 핵심으로 지금 사정된 금액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한데 조업제한 시기 길게 가는 문제 등 이제부터는 카테고리별로 협성, 손해사정사 등과의 토론 등 기회를 자주 만들어나겠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 난상토론하자" 주민 제의에 국토부 "그렇게 하겠다"
한편, 이 자리에서는 한 주민이 "피해주민들은 아직 피해보상 한 푼 받지 못하고 있는데 원유사고를 빌미로 방제비를 챙기고 표창을 받았다"며 "정부기관에서 방제비용 청구한 거 몇 %인지 밝히고 모두 피해민에게 되돌려주고, 누가 표창을 받았는지 밝혀라"라며 흥분해하자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기관에서 방제비 한푼도 받은 바 없으며, 표창을 받은 공무원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김달진 과장은 "국토부를 통해 표창을 받은 적은 없고, 농식품부를 통해서 표창을 받은 사람은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최근 서산수협 맨손어업자들의 사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IOPC펀드 사정이 시작되고 내년부터는 일부 배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주민설명회 등이 속속 개최되고 있다. 그러나 피해주민들과의 마찰을 의식한 듯 피해배상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하는 정부의 설명회는 더 이상 개최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피해배상 토론회를 마치면서 한 주민이 외친 목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맴돈다.
"(태안 원유유출사고가) 드라마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올해가 지나가기 전에 전체 피해주민 모아놓고 난상토론 해보자"
2010.11.16 16:06 | ⓒ 2010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공유하기
"피해조사 검증단 비용 80억 정부가 해결해야"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