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원회의 위원들이 실험계획서를 보고 평가서를 작성한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동물실험윤리위원회 평가서 중
국립수의과학검역원
2009년 6월~8월, 동물실험이 가장 많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의대와 수의대가 있는 44개 대학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 단체 명의로 설문지를 보냈다. '귀 대학 학부생들의 교육용동물실습과목은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실시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3개의 대학을 제외하고 "승인받고 있다"는 답변서를 보내왔다.
그 답변이 솔직하지 않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기보다 동물단체의 질문에 그렇게밖에 답할 수 없었던 위원회의 입장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진실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게다가 조사과정에서 의대와 수의대뿐 아니라 생명공학 생물학, 치대, 약학과 등에서도 많은 학부실험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위원회 답변의 진정성을 알아야 했고 조사범위도 확대해야 했다. 2009년 11월부터 2010년 1월까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을 통해 파악한 71명의 외부위원들과 인터뷰를 했다.
'귀하가 속한 대학의 학부실습과목을 승인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외부위원들 중 18명은 "학부실습에 관한 승인서류를 본 적이 없다", 10명은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즉, 서류를 본 적 없다는 18명이 속한 대학은 아예 학부실습이 없거나 학부실습을 하면서도 승인계획서를 외부위원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잘 모른다는 10명은 자신이 본 서류가 전체적인 실험규모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각 기관은 자신의 실험기관에서 어떤 실험을 하는지 정보를 주지 않았고 외부위원 역시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습과목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고 인터뷰내용과 비교·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조사대상에 속한 대학의 과 홈페이지에 들어가 커리큘럼을 확인하고 실습을 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과목을 파악한 후 조교와 졸업생, 교수들의 연구실로 직접 전화해 사실여부를 확인했다. 4개월간 진행한 외부위원과의 인터뷰, 커리큘럼 조사내용을 가지고 내린 결론은 조사대상 76개 대학 중 총 22개의 대학에서 학부실습 중 상당수를 윤리위원회 승인 없이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왜 학부실습은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하고 있는 것일까? 대표적인 대학의 윤리위원회장과 위원들에게 질문했다. 여러 답변이 있었으나 공통적으로 "학부생들의 실습은 무언가 중요하지 않은 것" 혹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 굳이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실험"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무엇보다 위원장은 각 실험자에게 서류를 내라고 권고할 수 있을 뿐이지, 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는 실험에 대해 어떤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강제성을 갖고 있지 않았다. 말 그대로 위원회를 안 만들면 과태료를 물 수 있으니, 형식이라도 갖춰놓자고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윤리위 생긴 뒤 무분별한 동물 실험 줄어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