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주사로 들어서는 일주문
최지혜
매표소에서 입장료 3000원을 내고 표를 끊은 후, 다시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일주문에 맞닿는다. 일주문 위에 붙어 있는 현판의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호서제일가람(湖西第一伽藍)'. 가람은 스님들이 수행하는 곳이란 뜻으로, 호서지방 즉 충청도지방의 제일가는 사찰이라는 뜻이다. 그 뒤쪽으로 전서체로 쓰인 다른 문구가 적힌 현판이 걸려 있다. '속리산대법주사(俗離山大法住寺)', 세속과의 이별을 하고 부처님과 머무는 사찰이라는 의미이다.
특별히 종교를 두고 있지는 않지만 절이라는 곳은 나에게 언제나 속세의 때를 씻어낼 수 있을 것 같은 편안함을 주는 곳이니 특별히 법주사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처음 찾은 이곳에서 나는 또 어떤 휴식 같은 시간을 얻어갈 수 있을까 기대를 하며 일주문을 들어선다.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늘어선 나무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은은한 햇살.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달아나려는 가을을 붙잡고 있는 노란 잎사귀들이 바닥에서 뒹구는 낙엽들과 대조적인 풍경을 보인다. 이미 가버린 줄 알았는데 붙잡아두었구나 생각하니 그것들이 더욱 예뻐 보인다.
사적 및 명승 제4호로 지정된 법주사에는 여느 사찰과 마찬가지로 국가적 재산으로 분류되는 것들이 여러 개 남아 있다. 그 중 정문을 들어서기 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것이 충북 유형문화재 제71호인 벽암대사비로서 법주사를 중창한 벽암대사를 기리기 위한 돌비석이다. 그 옆을 지키고 있는 속리산사실기비는 속리산이 명산이라는 것과 세조가 이곳에 다녀갔다는 사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충북 유형문화재 제167호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