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이 곶감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지역경제 효자상품 상주감, 건조에 60일 걸려...곶감 색 좌우하는 것은 습도

등록 2010.11.23 10:58수정 2010.11.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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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화씨가 운영하는  '상주곶감명가' 의 곶감 건조장
박경화씨가 운영하는 '상주곶감명가' 의 곶감 건조장 오문수

전래 동화에 의하면 호랑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곶감이다. 전국 곶감의 60%가 경북 상주에서 생산된다고 하니 전래 동화를 아는 호랑이는 상주에 얼씬도 못할 것이다. 상주를 돌아보면 곶감을 만드는 현대식 곶감 건조장이 널려있다.

감 생산으로 유명한 지역을 들자면 상주, 산청, 함양, 광양이다. 곶감 1접이 100개이며 1000접을 보유하고 있으면 한 동이라고 부르는데 상주에만 200동을 보유하고 있으니 상주가 감을 얼마나 많이 생산하는 지 알 수 있다.

감을 따 곶감으로 완성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은 60일, 반건시는 40일정도 걸린다. 그 과정에서 사람 손이 20번 정도 가야하기 때문에 상주지역에서만 연인원 52만 명의 노동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상주지역의 노인들은 놀고 있는 사람이 없다. '상주곶감명가' 박경화대표의 설명이다.

"상주곶감의 연간 매출이 2천 억(7천톤)이고 재배부터 택배까지 모든 게 상주에서 이뤄지니 웬만한 대기업 들어온 것보다 낫죠. 더구나 환경오염이나 공해도 없는 친환경산업 아닙니까? 저희 상주곶감명가만해도 한창 바쁠 때는 상주는 물론이고 인근의 김천, 문경, 구미까지 가서 사람을 모시고 옵니다. 저만해도 1년 인건비가 1억이 넘어요."

상주가 곶감으로 유명하게 된 연유는 뭘까. 상주는 예부터 곶감의 본향으로 알려져 있다. 상주에는 750년이 된 국내 최고령의 감나무가 있다. 뿐만 아니라 상주시내에 가보면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가로수가 이색적이다.

곶감의 색을 좌우하는 것은 습도. 곶감 건조에 최적의 날씨는 낮에 따뜻하고 밤에 추워야 한다는 것. 상주 지역은 해발 50~300m로 낮에는 빛이 좋고 밤에는 춥다. 황해를 건너온 서북풍은 보은의 속리산을 넘어오면서 습도를 빼앗겨 건조한 바람이 되어 곶감명가를 탄생시키는 데 일조했다.

 곶감 속에 호두를 넣어 기능성 식품으로 만들어 백화점에 납품한다
곶감 속에 호두를 넣어 기능성 식품으로 만들어 백화점에 납품한다 오문수



 장식 소품으로 사용해도 될 정도로 예쁘게 만든 포장용 박스
장식 소품으로 사용해도 될 정도로 예쁘게 만든 포장용 박스오문수


<동의보감>에서 감은 '술독과 열독을 풀어주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해 얼굴의 주근깨를 없애며, 피부를 투명하게 하고 중풍예방에 좋다'고 한다. 또 <본초강목>에서는 '심장과 폐장을 윤택하게 하여 갈증을 그치게 하고 폐병과 심열증을 치료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아토피에도 효과가 있어 그 성분들을 검증 중인데 이미 동물실험을 마치고 국내 임상실험에 돌입했다고 한다. 그리고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과일도 감이다.

지역특색을 살린 차별화 고급화 전략

전자공학을 전공한 박대표는 학업을 마치고 전자제품 대리점을 차릴까 생각하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부모님이 가난 속에서도 자식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전답을 다 팔아 주겠다는 말에 대리점 차릴 계획을 접고 부모님의 가업을 이어받기로 했다.

 홍삼뿌린상주곶감. 백화점에서 비싸게 팔린다
홍삼뿌린상주곶감. 백화점에서 비싸게 팔린다오문수


 상주시내 가로수는 감나무다. 주렁주렁 매달린 가로수가 이채롭다
상주시내 가로수는 감나무다. 주렁주렁 매달린 가로수가 이채롭다오문수


큰 아이가 중학교 갈 때까지 단칸방에 살며 오이농사를 하던 중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복합영농의 바람이 불어 돼지를 키우기 시작했다. 돼지 6천두를 키우며 나오는 축분을 이용해 농사를 짓다 상주만의 경쟁력에 눈을 돌렸다. "성주는 참외! 상주는 곶감!' 지역특산품에서 경쟁력을 찾자!"는 게 박대표의 지론이다.

"청결과 고급화를 통해 곶감을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만들자"고 생각한 박대표는 건조장을 최신시설로 자동화시키고 풍향과 햇빛, 온도와 습도 조절, 박스 디자인, 포장, 카탈로그 제작 등을 통해 명품 만들기에 나섰다. 디자이너를 데리고 일본과 전국 각지를 돌며 벤치마킹에 나선 것도 그의 노력 중 하나다. 그의 혼이 들어간 곶감 포장상자는 집안의 작은 소품으로 두어도 될 정도로 멋지다.

그가 생산한 반건시 곶감은 겉은 곶감이고 안은 젤리상태로 생감대비 60%정도 건조된 곶감이다. 살짝 속살을 벌려 빨간 젤리를 빨아먹으면 입안에 감도는 감칠맛에 녹아날 정도. 곶감은 도착즉시 내용물만 영하 10도 이상의 냉동실에 보관하면 장기보관이 가능하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설날 선물로 주문받은 홍삼뿌린 선물세트는 한 세트에 20만 원을 받았다. 씨를 빼고 호두를 넣어 만든 곶감 선물세트는 한 상자에 8만 5천 원에 팔고 있다. 박대표와 대담 내용이다.

-죽어가는 농업, 떠나는 농업에 대한 대안은 있습니까?
"농사도 차별화하면 블루오션입니다. 농업인의 80%는 남이 하니까 나도 따라 한다는 생각에 젖어 있습니다. 남이 안보는 분야에 눈을 돌리고 맛, 품질, 기능성을 추가해 특화시켜야 성공합니다.

대한민국 공산품은 세계 최고수준에 도달했는데 농업은 구태를 답습하고 있어요. 공업만 발전하고 농업이 후진하면 대한민국은 기형적인 국가가 되죠. 안 된다 안 된다 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안 될 일이 어디 있습니까? 농업인도 성공하려면 세밀하고 디테일하며 소신과 장인정신을 갖춰야 합니다"

 '상주곶감명가'의 사장 부부. 남편 박경화씨와 부인 김영분씨가 노무현 대통령시절 청와대의  설날 선물로 '홍삼뿌린곶감'이 선택됐다는 기념표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상주곶감명가'의 사장 부부. 남편 박경화씨와 부인 김영분씨가 노무현 대통령시절 청와대의 설날 선물로 '홍삼뿌린곶감'이 선택됐다는 기념표장을 들어보이고 있다오문수

상주는 1억 원 이상의 농가소득을 올리는 가구가 5000명이나 되어 귀농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고 있다. 상주시청 담당자의 말에 의하면 2009년 귀농인구가 18가구인데 올 상반기에만 102가구가 귀농했다고 하니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의 특성을 살리고 특화하여 돌아오는 농촌의 토대를 만든 곶감사업은 타지역에서도 본보기로 삼을만하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네통'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희망제작소'와 '네통'에도 송고합니다
#상주곶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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