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단결' 구호, 믿을 수가 없다

[取중眞담] "책임론은 뒤로 미루자"면서, '햇볕정책'은 맹성토

등록 2010.11.26 18:37수정 2010.11.2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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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a  24일 연평도를 방문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황진하 의원, 안형환 대변인이 전날 발생한 북한 포격으로 피해를 받은 모 부대를 방문해서 상황을 듣고 있다.

24일 연평도를 방문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황진하 의원, 안형환 대변인이 전날 발생한 북한 포격으로 피해를 받은 모 부대를 방문해서 상황을 듣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24일 연평도를 방문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황진하 의원, 안형환 대변인이 전날 발생한 북한 포격으로 피해를 받은 모 부대를 방문해서 상황을 듣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일치된 대응', '합치된 목소리'를 낼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전 정권으로 돌려 정치·사회 갈등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은 우리 내부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라 사태를 수습하고 국론을 통일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아직 비상사태인 이러한 상황에서 내부 분열과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오히려 야만적인 북한 정권이 바라는 바이므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도 25일 브리핑 중 "지금 정부의 책임을 논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라며 "북한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합치된 목소리를 내야한다, 혹여나 이런 책임공방을 벌이면서 북한에 대한 책임소재를 묻는 것이 흐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북한 포격 당시 대응이 미흡했느냐 여부 등에 대한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따지는 것은 일단 뒤로 미루고 모두 함께 단결해 북한 응징에 대한 목소리를 높일 때'라는 것이 내부 방침이며, 한나라당이 다른 정당과 국민에게 제안하는 바인 셈이다.

 

북한 포탄 주워와 "햇볕정책이 로켓포로 돌아왔다"

 

연평도가 지역구인 박상은 의원(인천 중·동·옹진)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연평도에 떨어져 폭발하고 남은 122mm 로켓포탄 몸체를 들고 와 회의탁자 위에 올렸다. 

 

포탄에 대한 설명으로 연평도 피폭지의 현장감을 한껏 돋운 박 의원은 "국민 여러분 햇볕정책은 실패했습니다"라는 말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비난을 시작했다.

 

박 의원은 "한쪽에서는 '쌀을 달라' '전기를 달라' '의약품을 달라'고 하면서 백성은 굶어 죽어 가는데 북한은 한발에 500~600만 원에 달하는 로켓포를 무려 해상과 연평도에 200여발이나 가릴 것 없이 공격했다"며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간 퍼준 약 40억 달러의 북한 지원금이 로켓포로 날아왔다"고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이번 연평도 포격 발발의 근본 원인이 전 정권의 햇볕정책에 있다고 강변한 것인데, 이는 자기 당 대표의 방침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행위다.

 

안 대표는 "내부 분열과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오히려 야만적인 북한 정권이 바라는 바이므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선응징 후책임론'을 강조했지만, 박 의원이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자존심인 햇볕정책을 연평도 포격의 원인이라고 강력 비난했으니, 야당에게 '싸우자'고 하는 것과 같다. 결국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행태다.

 

게다가 박 의원의 이런 발언 뒤 안 대표는 "이 포탄은 아직까지 어느 언론에도 공개된 적이 없는 가장 큰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의 발언을 자제시키기는커녕 추켜세운걸 보면 '책임론은 뒤로 하자'는 안 대표의 말도 빈말로 여겨진다.

 

송영길 인천시장 비난에 '올인', '내부의 적' 만들어 내나?

 

a  지난 5월 24일 오후 국회 천안함 침몰사건 진상조사 특위에서 한나라당 황진하 간사와 유승민, 박상은 의원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5월 24일 오후 국회 천안함 침몰사건 진상조사 특위에서 한나라당 황진하 간사와 유승민, 박상은 의원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지난 5월 24일 오후 국회 천안함 침몰사건 진상조사 특위에서 한나라당 황진하 간사와 유승민, 박상은 의원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박상은 의원은 이날 민주당 소속 송영길 인천시장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송 시장이 지난 23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측이 남측의 사격훈련에 자극받았다'고 언급한 부분을 집중 공격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송 시장은 도대체 어느 나라 시장이냐, 과연 대한민국의 인천시장인지, 아니면 우리 국민과 군 장병을 살해한 자들의 대변인인지 알 수 없다"며 송 시장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송 시장을 이적행위자에 가깝게 몰아붙인 것. 박 의원의 이같은 발언들은 이날 오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이어졌고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도 계속됐다.

 

박 의원이 문제 삼는 송 시장의 트위터 글은 "팀스피리트 훈련의 다른 명칭인 호국훈련을 우리 군이 연평도 일원에서 수행하는 도중 북측의 훈련중지 경고통지 등이 있었으나 우리 군에서 북측이 아닌 방향으로 포사격 훈련을 하자 이에 자극받은 북이 우리 군 포진지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한 것으로 보여집니다"라는 것.

 

송 시장이 북한을 옹호했다는 비난이 있지만, 사태 초기에는 호국훈련과 북한 도발의 연관성에 대한 언급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도 "북한이 연평도 쪽으로 포탄을 쏜 것 같다. 우리 해군이 호국훈련 중인데, 오늘 북한이 전통문을 보내 공격이 아니냐는 항의가 있었다"면서 "이 부분과 연계된 게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밝힌 바 있고, 이를 인용하면서 북한 포격과 호국훈련의 연관성을 단정짓는 보도도 많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현재까지 연평도 포격이 북한의 계획된 도발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목소리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박 의원이 송 시장을 '북한 옹호자'로 몰면서 강도 높게 비난하는 것은 없는 '내부의 적'을 만들어내기 위한 행보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철새의 '텃새변신'인가?

 

지역구민들이 북한의 포격을 당한 일에 박 의원이 감정적으로 격해지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그러나 주민대책 마련에 온 힘을 쏟아야할 현 시점에서 햇볕정책 폄하에 앞장서고 송 시장에 대한 비난에 몰두하는 이유는 뭘까? 박 의원의 지난 10여년 간의 행보를 보면 이해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박 의원은 1999년 인천 계양·강화갑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 후보 공천을 놓고 송영길 시장과 경쟁했지만 탈락한 바 있다. 박 의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인천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떨어졌다.  2004년 총선에선 인천 서·강화을에서 열린우리당 후보 공천에 도전했으나 경선에서 패배했다.

 

2008년 총선에서 박 의원은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바꿔 출마해 당선됐고, 지난 6·2 지방선거에선 인천시장 출마를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인천시당은 "김대중 정부시절 새천년민주당으로 인천 시장에 출마해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를 파렴치범으로 매도한 인물에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공천신청을 했으나 경선에서 패배한 인물인데, 대표적 철새정치인을 공천하면 인천 전체 총선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공천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2010.11.26 18:37ⓒ 2010 OhmyNews
#연평도 포격 #박상은 #햇볕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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