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롱베이에서 지내는 밤

베트남의 대표적 관광지 하롱 베이(5)

등록 2010.11.25 20:13수정 2010.11.2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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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관광객을 유혹하는 하롱베이의 아름다운 모습

관광객을 유혹하는 하롱베이의 아름다운 모습 ⓒ 이강진


캇바 섬의 항구도시는 예쁘게 잘 꾸며져 있다. 태풍이 분다는 뉴스가 있어서인지 항구는 바다로 나가지 못한 고깃배가 차지하고 있다. 바닷가를 서성거리는 우리를 보고 조그만 나룻배가 와서 타라고 한다. 아마도 나룻배는 고깃배 사이를 다니며 관광을 시켜주고 돈을 받는 것 같다. 단체 일정이 있는 우리는 사양하고 잘 정돈된, 그리고 조그만 조각도 전시된 꽃밭이 있는 바닷가 길을 걷는다. 한가로운 길이 잘 정돈 되어 있어 좋다.

a  캇바 섬 항구의 모습

캇바 섬 항구의 모습 ⓒ 이강진


점심을 먹고 우리는 일행과 헤어져 다시 미니버스에 오른다. 다른 일행은 섬에서 하루를 더 머물지만 우리는 항구로 돌아가 하룻밤을 배에서 더 묵기 때문이다. 이번에 온 미니버스는 먼저 타고 온 버스보다 더 낡은 자동차다. 제대로 된 좌석은 하나도 없으며 출입문마저 닫지 못하는 버스다. 차가 흔들리는 대로 출입문은 관성의 법칙에 의해 큰 소리를 지르며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다시 한 번 생사를 하늘에 맡기고 태연하려고 애쓴다.


버스가 너무 오래되었다고 안내원에게 불평했더니 이 섬에서는 마피아 같은 단체가 버스를 운영하기 때문에 관광회사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한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거의 한 시간 가까이 터덜거리고 나서 우리가 도착했던 항구에 내려준다. 오면서 만난 음료수 파는 아가씨와 아줌마들이 달려든다. 이번에는 콜라 한 캔을 사서 마시며 우리가 내렸던 하루를 지낼 배에 오른다.

a  관광객을 상대로 음료수 파는 아가씨

관광객을 상대로 음료수 파는 아가씨 ⓒ 이강진


a  여행객은 쉽게 친구가 된다. 하롱베이에서 처음 만난 여행객이 서로의 여행담을 이야기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여행객은 쉽게 친구가 된다. 하롱베이에서 처음 만난 여행객이 서로의 여행담을 이야기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이강진


우리를 태운 배는 아름다운 하롱베이의 수많은 돌섬을 돌고 돌아 선상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많이 살고 있는 장소에 정박한다. 사방이 높은 바위섬으로 둘러싸인 경치가 좋은 곳이다. 배에서 내리니 고기를 양식하는 곳이다. 오징어와 이름 모를 큰 고기가 헤엄치고 있다.우리 배에서 일하는 직원이 큰 생선 한 마리를 건져 올린다. 익숙한 솜씨로 나무방망이로 생선 머리를 때리니 펄떡거리던 생선이 정신을 잃었는지 조용하다. 직원은 생선을 비닐 백에 담아 우리가 탄 배로 가져간다. 아마도 오늘 저녁상에 오를 생선일 것이다.

저녁 시간에 식탁으로 관광객이 모인다. 오늘 만나는 사람들은 새로운 그룹이다. 중국에서 왔는지 중국어로 떠들썩한 그룹이 있고 내 앞자리에는 호주 캔버라에서 왔다는 젊은 남녀가 앉아 있다. 시드니와 멜본 중간에 인공으로 만든 호주의 수도 캔버라에는 인구에 비례로 공무원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캔버라에서 왔다기에 너희도 공무원이냐고 물었더니 크게 웃으며 그렇다고 한다. 5년째 공무원을 하고 있는데 직장 동료 아가씨와 같이 두 달 계획으로 동남아 여행을 왔다고 한다.

두 달씩이나 휴가를 내면서 결혼하지도 않은 동료 직원이 같이 휴가를 내고 국외여행을 갈 수 있는 자유로운 호주 직장 문화가 부럽다. 앞좌석 조금 옆으로는 한국 사람과 베트남 젊은 총각이 함께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바로 옆 좌석에는 스위스에서 왔다는 젊은 남녀가 그들만의 언어로 떠들기에 정신이 없다.

저녁을 먹고 갑판에 오르니 저녁을 먹으며 인사를 나눈 한국에서 온 사람이 혼자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한국을 떠난 곳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 좋아하는 모습이다. 같이 하롱베이의 시원한 저녁 바람을 맞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마흔을 갓 넘은 총각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한 직장에서 일만 하다 보니 결혼도 못 했다고 한다. 사장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베트남 총각을 딸려 보내 베트남에서 색시를 구하는 중이라고 한다. 자연히 베트남 색시 이야기와 한국의 다문화 가정 이야기도 오간다. 내일은 같이 온 베트남 총각이 사는 동네에 가서 지낼 것이라 한다.


선하게 생긴, 열심히 일하면 사장이 알아서 잘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일하는 전형적인 한국식 직장 생활을 해 온 직장인이다. 저녁 시간에 만난 호주에서 온 공무원과 전혀 다른 직장 생활을 해온 사람이다. 좋은 베트남 아가씨를 만나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기 기원하며 하롱베이의 두 번째 밤을 배에서 지낸다.

a  하롱베이에서 관광객을 태우고 밤을 지내는 유람선

하롱베이에서 관광객을 태우고 밤을 지내는 유람선 ⓒ 이강진

덧붙이는 글 | 하롱베이 여행 5번째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하롱베이 여행 5번째 글입니다.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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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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