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체험을 통한 관광산업을 육성한다. 여기에 속하는 것이 템플 스테이와 양반체험이다. 만일 이런 식으로 정부가 특정종교를 지원할 수 있다면 기독교도 이와 같은 것을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사실 기독교는 이 땅에 여름성경학교, 크리스마스와 같은 새로운 문화를 도입했다. 종교를 떠나서 많은 사람들은 유년시절에 이런 것들을 경험하였다. 이런 것들을 일종의 무형문화재로 승화시켜서 새로운 시대에게 전승해 준다면 이것도 또한 새로운 문화체험이 될 것이다."
박명수 서울신대 교회사 교수이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소장은 66회 정기 세미나에서 '정부의 전통종교 문화정책 현황과 기독교의 대응방안'에 관한 발제를 하며 위와 같이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일부 기독교 학계에서는 이런 주장은 개인의 편협한 의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대구기독교총연합회가 후원하고 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가 주최하는 66회 정기 세미나가 지난 11월 23일 오후 1시, 서울신학대학교 성봉기념관 강당에서 학생 및 종교단체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는 '정부의 종교문화정책 현황과 기독교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서울기독대 백종구 교수와 서울신대 박명수 교수, 안양대 이은선 기독교문화학과 교수가 발제자로 참가했다.
기존의 향교와 사찰에 대한 특별법을 폐지하자
먼저 첫 발제자로 나온 백종구 서울기독대학교 역사신학과 교수는 '한국 현대 종교문화정책의 역사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회에서 정부가 정치 목적을 위해 종교를 어떻게 차별하고 규제하였는가에 대해 설명했다. 백 교수는 주요 내용으로 ▲일제 식민정부의 종교정책 ▲해방 후 한국 정부의 종교문화정책 ▲종교정책의 전망 ▲종교편향성의 문제와 개선 방향 등을 발표했다.
백 교수는 세미나에서 "종교편향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 기존의 종교정책에 관한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방법은 종교법인법을 제정하는 것이다"라고 한 뒤 "기존의 향교와 사찰에 대한 특별법을 폐지하고 종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것이다.(중략) 종교법인법은 종교의 자유와 규범이 조화될 수 있도록 규정해야 한다. 또 모든 종교단체에게 종교법인의 설립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단체가 법인 설립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백 교수는 또 다른 종교편향 개선 방안으로 종교관련 행정을 담당하는 종무실의 업무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종교편향의 문제와 관련하여 앞으로 종무실의 연구 조사 업무는 종교 전반으로 확대되어야 하며 또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종교관련 편향 실태를 포함해야 한다."며 "예를 들면 현재 대구시 불교계와 기독교계 간에 문제가 되고 있는 대구 팔공산 불교 테마파크에 대한 정부의 지원에 대한 조사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발제를 마치면서 "정부 차원의 국가적 토론회가 정기적으로 개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또 "종단 대표자들과 종교전문가들로 구성된 국가종교위원회 같은 민간 기구를 설치하여 종교편향에 관련된 문제를 제기하고 토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고병철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백 교수가 주장한 발제해 대해 조목조목 문제를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고 연구원은 ▲종교법인법을 제정한다고 했을 때 그 핵심적인 줄거리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종교단체의 자율성 침해 소지를 해소하고, 종교단체가 법인 설립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정교분리를 지향하는 근대국가에서 정보 조직에 과연 종무실이라는 별도의 조직이 존재해야 하는 지에 대한 선행 물음이 필요할 것 같다 등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고 연구원은 ▲국가적 토론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오히려 정교분리 원칙을 파기하는 것이 아닌가 ▲정교분리의 국가에서 종교계가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다른 주장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종교편향 개념과 종교차별 개념이 궁금하다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근대화를 위해 수고한 선교사도 국가유공자로 대우 받아야
이어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서울신대 박명수 교수는 '정부의 전통종교 문화정책 현황과 기독교의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자료를 통해 종교정책이 어떤 법률적ㆍ문화적ㆍ정치적 배경에서 이루어지는 가를 분석한다.
박 교수는 주로 ▲정부의 종교문화정책의 배경과 역사 ▲불교계에 관한 정부의 종교문화정책과 지원 ▲정부의 기독교계의 지원 현황 ▲한국사회의 변화와 정부의 관광정책 ▲정치구조와 정부의 종교문화 정책 ▲정부의 종교정책과 기독교의 대응 ▲기독교 문화와 관광자원 개발 등에 대해 피력했다.
박 교수는 "과거 한국 기독교는 반공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립하였고, 교육을 통해서 근대문화를 받아들였고, 부흥운동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라고 한 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섰고, 여기에서 나오는 자부심을 과도한 배타적인 민족주의로 흘렀다. 그 결과 전통문화, 민족종교에 대한 정부의 독점적인 지원이 이루어졌고, 이것을 상품으로 만들어서 관광자원화하였다. 현재의 정부의 종교문화정책은 바로 이런 기반 위에 존재하는 것이다"라며 한국 교회의 인식 변화를 주문했다.
박 교수는 그러며 종교문화와 관광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기독교가 할 수 있고,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몇 가지 아이템을 소개한다. 그는 우선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아 근대기독교문화유산 자료조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이것은 기존의 연구를 검토하여 이것을 분석하고 발전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먼저 한국 기독교역사문화센터 건립(국가의 의무)을 제안하며, "의료ㆍ교육ㆍ절제운동ㆍ한글보급ㆍ민족운동ㆍ전도운동ㆍ세계선교ㆍ반공 등 한국 기독교가 우리 민족을 위해서 행한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문화센터를 건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기독교역사문화센터 건립을 제안한다. 박 교수는 이런 배경에 대해 "한국의 근대문화는 개항장을 통해서 들어왔고, 이런 개항장에서 제일 먼저 활동한 사람들이 바로 선교사들이다"라며 "이들을 통해서 각 지역에 학교가 세워지고, 병원이 세워졌으며, 근대문화가 소개되었다. 사실 근대한국의 도시 형성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현상이 교회의 설립이다. 따라서 이런 기독교센터는 한국의 각 지역이 어떻게 근대도시로 변화해 가는 가를 잘 보여 주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한국기독여성문화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는 "기독교가 이 땅에 들어와서 이루었던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여성의 권익을 증진시킨 것이다."라고 한 뒤 "한국의 전통문화가운데서 억눌렸던 여성들이 기독교의 복음과 함께 해방을 맛보게 되었다. 따라서 과거 한국 여성들의 모습이 어떠했으며, 기독교가 이것을 어떻게 바꾸었으며, 그 결과 어떻게 오늘의 한국여성이 되었는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박 교수는 마지막으로 한국기독교선각자기념관과 한국기독교선교사기념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며 그는 "우리는 이런 분들을 발굴하여 그 지역에 기념관을 만들어서 그 분들의 업적을 되새기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라며 "아울러서 독립운동과 한국전쟁, 그리고 민주화운동을 위해서 일한 사람만이 아니라 이 나라의 근대화를 위해서 수고한 사람들도 국가 유공자의 명단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에 스코필드와 손양원을 기리는 기념운동이 전개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발제를 마치며 "현재까지 정부의 종교문화정책은 지나치게 전통종교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고, 여기에 기독교가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온 것은 사실이다."라며 "이런 점에서 정부의 종교문화정책은 수정되어야 한다. 이 땅 종교인구의 반절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기독교도 이 땅의 종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독교는 이 땅의 문화로 대접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국가는 기독교의 이 권리를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의 관광자원의 정의를 제대로 인식해야
반면 박 교수의 발제를 들은 이경문 전 문화공보부 차관은 "종교단체에 대한 보호지원의 범위는 때때로 논란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 대상을 문화재와 관광자원에 두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전 차관은 "문화재의 정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화재 보호법 2조와 55조를 보면 문화재란 인위적ㆍ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가적ㆍ민족적ㆍ세계적 유산으로 역사적ㆍ예술적ㆍ학술적 경관 가치가 큰 유무형 문화재, 기념물, 민속자료를 말한다. 또한 나아가 시ㆍ도 지사는 보존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을 시ㆍ도 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역사적ㆍ지리적 특성 때문에 유무형의 문화재나 관광 자원을 소유하고 있는 불교와 유교에 대한 지원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결론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전 차관은 정부의 종교편향에 대한 기독교계의 대응 방안을 지적한다.
그는 "불교계는 불교 종단 협의회라는 중앙 조직이 활동하고 각종 행사를 통해 단합된 힘을 과시하고 있으며, 사찰이 국민 여가 생활과 관련된 공원이나 산중에 배치되어 있어 유사시에는 산문 폐쇄 등 물리적 제어 기능을 행할 수 있다."라고 한 뒤 "기독교는 어떠한가. 전술한 바대로 기독교의 특성상 개교회주의, 개교단 주의, 이로 인한 분열된 조직은 힘을 모아 겨냥하기가 어렵다. 박 교수의 논지대로 한기총과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통합하여 범 기독 단체를 구성하거나 한기총의 기능을 강화하여 회원 교단이 적극적으로 밀어주지 않으면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반문했다.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종교표현의 자유로 존중해 줘야
박명수 교수는 세미나를 마치며 마지막 제안으로 '종교 간의 평화를 위한 기독교계의 입장과 대안'을 발표한다. 그러며 그는 종교평화를 위해 상대방의 종교를 바로 이해해서 공정한 경쟁의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다종교사회인 한국에서 종교를 차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부는 민족문화의 이름으로 각종 지역축제와 무형문화재에 지원하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더불어 그는 선교의 자유와 종교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되어야 함을 재차 강조한다.
박 교수는 "정교분리의 사회에서 어떤 종교의 성패는 그 종교가 대중들의 마음을 얼마나 사로잡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여기에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선교, 혹은 포교의 자유이다"라며 "대한민국 헌법이 말하는 종교의 자유에는 선교의 자유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모든 종교는 자유롭게 자신이 믿는 종교를 전파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 만들어진 공직자 종교차별금지법은 종교차별의 범위를 넘어서 오히려 선교의 자유와 종교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박 교수는 또한 종교표현의 자유를 언급하며 "현재 한국사회는 기독교인들의 종교표현의 자유를 상당히 제한하고 있다"라고 한 뒤 "운동선수가 경기 후 자신의 신앙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한 사람의 자유시민으로서 경기가 끝났을 때, 자신의 신앙을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기독교단체에서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종교적인 표현을 했다고 공격을 받았다"라며 또 한 번 지적하기에 이른다.
그러며 그는 "예를 들면 불교신자는 '불국토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한다. 이것은 그 종교 내에서의 언어다. 이런 것을 문제 삼는다면 이것은 종교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되는 것이다. 기독교신자는 하나님께 감사하고, 불교신자는 부처님께 감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고 강변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했던 한 종교단체 관계자는 "애초부터 발제자로 나선 학자들이 정부의 불교유산 지원정책에 대한 문제제기를 작정하고 나선 세미나였다"며 "발제 자료를 발표하는데도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를 내세워 같은 기독교인으로서 당황했다. 주제문과는 사뭇 다른 논점의 내용이 또 다른 기독교 이기주의를 낫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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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편향 해소 방안이 기독교 지원 강화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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