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치백(60)씨의 딸 영정(28)씨가 합동분향소를 찾은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의 손을 잡고 흐느꼈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김치백씨의 부인 강성애(58)씨도 진 장관의 손을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연평도 공사현장에서 숨진 고 김치백, 배복철(59)씨의 시신이 인천 가천의대 길병원에 안치된 지 나흘째인 28일. 유가족들은 지쳐가고 있었다. 현재 유가족들은 "의사자 인정을 해줄 때까지 장례를 치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이에 의사자 선정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 측은 "관련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문 후, 진수희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유가족 대표 전상철(69·고 배복철씨 매형)는 "전시 상황에서 군인이 죽는 건 심하게 말하면 어쩔 수 없는 건데도 군인은 특진시키고 훈장 주고 국립묘지에 안치하고 극진하게 대접하면서, 죽어서는 안 될 민간인이 죽었는데, 그 사람들보다 더 대우를 해줘야 할 텐데, 너무 하는 거 아닌가"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진 장관이 "의사자 선정은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최선을 다해 보겠다"라며 또 다시 미온적인 답변을 내놓자, 전씨는 흥분하며 말했다.
"장관님 이따 가시다 영안실에 가보세요. 이 죽음이 뭐 대충 해도 되는 건지, 의사자 지정을 해야 하는 건지, 장관님이 직접 보세요. 형체도 없어요. DNA 검사해서 이 사람이 누구다, 판단이 되는 상태예요. 가시는 길에 보세요. 만약에 장관님 가족이 그렇게 됐다면 어땠을까. 여기 오신 분들 많아요. 대통령님 빼놓고 다 오셨어요. 대충 와가지고 '협력하겠다', '연락하겠다' 그러고 가시는데 장관님은 주무부서 장관님이시니까 영안실에 가서 사체를 한 번 보시고 과연 이게 그냥 놔둬도 되는 건지 확인을 해보세요."
"꽃다발 갖다놓기 대회도 아니고... 보상금 7500만 원 말이 되나"
현재 정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민간인 사망자에 대한 보상방식은 사망자가 장래에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입액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결정하는 '호프만 방식'이다. 이에 대해 김치백씨의 남동생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호프만 식으로 하면 7500만 원 받는다, 요즘 교통사고로 갈비뼈 부러져도 보험료로 1억이 나오는데"라며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씨는 분향소 앞을 가득 메운 화환을 가리키며 "꽃 받고 절 받으려고 여기 있는 게 아니다, 의사자 선정 안 되면 이 꽃 다 버리고 시체 싣고 청와대로 가 버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포탄이 연평도가 아니라 인천시, 서울시에 1700발이 떨어졌어도 이렇게 했겠나"라며 "꽃다발 갖다놓기 대회도 아니고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나"라고 한숨을 쉬었다.
김씨와 배씨의 사진이 나란히 놓여있는 분향소 양 옆으로는 이명박 대통령, 김황식 국무총리, 박희태 국회의장 그리고 송영길 인천시장의 조화가 세워져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민간인 사망자 빈소를 찾기로 했던 일정을 돌연 취소한 바 있다.
현재까지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은 500여명. 유가족 20여명과 기자 10여명 그리고 인천시청 관계자들만이 빈소를 지키고 있다. 전상철 유가족 대표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요구하는 건 의사자 처리, 단 한 가지"라며 "의사자 처리만 해주면 장례라든가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그 기준에 맞춰서 협의를 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김치백씨의 사촌동생인 김치중씨와 함께 유가족 대표를 맡고 있는 전씨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때문에 협의가 늦어지면 질수록 이중으로 피해를 본다"며 "하루빨리 여기에서 나가서 일하고 싶다"고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
2010.11.28 21:29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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