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낸 교통카드 추가요금 어디로 가나?

교통카드와 개인정보

등록 2010.12.05 15:48수정 2010.12.0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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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천의 시내버스는 버스를 내릴 때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대지 않으면 추가요금이 부과된다. 서울시의 경우는 깜박 잊고 그냥 내려도 상관없는데, 경기도 버스의 경우는 꼬박꼬박 추가요금이 부과된다.

서울시와 경기도간 요금제 산정방식이 다르기 때문. 서울시의 경우는 <구간요금제>로서 서울시내버스 노선을 구간별로 정비해 놓은 상태에서 '환승여부'만을 체크하므로, 1회만 이용하거나 이어서 환승하지 않을 경우 내릴 때 꼭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대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경기도 버스의 경우는 <거리비례제>로, 처음 10Km까지는 기본요금으로 900원(교통카드 사용시, 현금은 1000원)이, 이후에는 5Km 추가시마다 100원씩 늘어나는 구조로 되어있다. 그래서 최초 버스를 탈 때, 기본요금 900원이 찍히고, 내릴 때 거리에 따라 0원 또는 100원, 200원의 추가요금이 찍힌다. 여기까지는 서울시내 지하철 구간별 할증요금 부과방식과 비슷하다.

경기도 내 시내버스 최장 노선은 700원이 추가되는 1600원(교통카드 사용시)이라고 한다. 그래서 환승할인의 경우, 내릴 때 카드를 대지 않으면 최장거리 요금인 1600원이 적용되어 다음 승차시 기본요금으로 900원이 아니라 1600원이 찍히게 되어 있다고 한다.

물론 부천시의 경우 면적이 작다보니 아무리 노선이 길어도 시내버스의 경우 20Km를 넘지 못한다. 거리비례요금제에 따르더라도 최장요금은 교통카드 이용시 1100원을 넘을 수 없다. 그런데도 경기도 버스 전체의 최장요금을 무조건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

"버스를 내릴 때 교통카드 단말기에 대지 않고 내리면 다음 승차시 700원의 추가요금 부가된다"는 안내방송이 틈틈이 나오고, 교통카드 단말기에도 "하차시에도 카드를 대 주세요"라는 안내문구가 부착되어 있다. 지금은 습관이 돼서 자연스럽게 내릴 때도 교통카드를 대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끔씩은, 급해서거나 깜박해서 대지 않고 그냥 내리게 된다.

그런데 한 번은 버스를 타는데 기본요금이 1600원이 찍히는데, '아, 어제 저녁에 내리면서 또 깜박했나보다'하는 생각과 함께, 문득, '그 추가요금 700원은 어디로 가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깜박한 대가 치곤 추가요금이 너무 많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카드사에서 따로 추가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버스 승차시에 기본요금 1600원으로 찍힌다면, 그 추가요금이라는 것이 버스회사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얘기가 아닌가?


만일 추가요금이 규칙을 위반해서 페널티 성격으로 부과되는 것이라면, 공적인 기금으로 통합징수되어 교통서비스 개선 목적 등 공익목적에 쓰여져야 정당한 것 아닌가? 더구나 어제 저녁 그냥 내린 버스와 오늘 아침 새로 타는 버스가 다른 회사 소속일 경우, 오늘 아침 새로 타는 버스 회사는 아무런 노력도 없이 700원의 추가요금을 주머니로 가져가는 것 아닌가?

버스회사에 근무하는 친구를 두었다는 지인을 통해 사실 관계를 알아보았다. 역시 짐작한 대로였다. 700원의 추가요금을 분리해내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요금의 일부로 간주되어 수입으로 잡히게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어치피 어느 회사는 우연히 손해를 보기도 하고, 어느 때는 우연히 이익을 보기도 하니 길게 보면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제 내가 교통카드를 대지 않고 내린 버스회사가 손해를 보았다는 것은 전혀 증명되지 않는다. 추가요금으로 승객만 상당한 손해를 본다. 깜박하지 않고 알고 있는 상태였다면 누구나 내릴 때도 카드를 댔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니까 추가요금 700원은 어제 내릴 때 '덜 낸 것'이 아니라, 규칙을 위반한 데 대한 '벌금(페널티)' 성격의 '부과금'이다. 그런데 이 추가요금을 버스회사가 가져간다는 것은, 결국 버스회사들이 '운에 따라', '부당이득을 나누어갖는 구조'가 아닌가?

중간 다리를 놓았던 친구가 마침 컴퓨터 시스템 전문가라서 700원의 추가요금을 분리징수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지 의견을 구해보았다. 그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한 것이 아니라서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단말기와 교통카드 IC칩 간에 '금액정보'만을 교환처리하고, 카드사용자정보와 환승이력은 휘발되는(사라지는) 식으로 설계했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카드 소유자 개인정보보호 문제도 있고 시스템상으로도 그런 정보를 다 기록해서 부하를 가져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본요금 900원과 추가요금 700원에 대한 정보를 분리하기 곤란할 것이다'라는 것이 그의 견해였다. 그게 합리적일 것 같기도 했고, 정말 그렇다면 추가요금 처리가 부당하기는 해도 뾰족한 대안은 없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던 중 며칠 전, 지하철 성추행 동영상 사건이 터졌다. 서울지하철 2호선 막차에서 한 남자가 술에 취해 잠든 여자 승객의 허벅지를 더듬는 장면이 반대편 앞자리 승객에 의해 촬영되어 인터넷에 유포된 것이다. 경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고,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 인터넷 동영상을 본 그 남자가 자진출두하여 조사를 받게 되었다.

성추행이 피해자 고발이 있어야 되는 친고죄이다보니, 경찰은 피해자를 찾아야 했는데, 이 때, 지하철 2호선 10여개 역의 CCTV 영상을 확인해서 피해자가 내린 역을 알아냈다. 교통카드 사용기록을 보았더니 신용카드 후불제 교통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 신용카드 정보사의 협조로 피해자 신원을 확인, 전화를 걸어서 경찰에 출두하여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피해자 진술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지하철 성추행범이 잡혀서 처벌을 받게 되었다니 정말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자세한 수사과정을 읽으면서 깜짝 놀라게 되었다. 피해자의 경우 성추행 피해를 당한 것도 화가 났겠지만, 느닷없이 경찰서에서 전화가 와서는 '아무개씨, 어제 저녁 지하철 막차를 타고 귀가하실 때......'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황망하고 모골이 송연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그리고 내 전화번호까지!!......

곳곳에 설치된 CCTV와 현금인출기, 그리고 휴대폰 통화기록과 위치추적 등을 통해 수많은 범인을 검거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거대한 감시망이 될 수도 있다는 위험성 때문에 개인정보가 잘 관리되어야 한다는 우려가 함께 든다. 그런데 그런 추적망에 교통카드까지 활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와 동시에 교통카드는 금액정보만 처리하고 개인정보는 사라지게 되어 있을 거라던 '전문가'의 견해는 여지없이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교통카드 사용이력과 환승정보가 시간, 장소와 함께(그렇다면 이용단말기 정보도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기록이 남는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교통카드로도 '나는 지난 밤 네가 어딜 싸돌아다녔는지 알고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렇게 사실이 확인된 이상, 교통카드 사용기록과 개인정보가 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 문제들을 다시 정리해 보았다. 문제는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 추가요금 얼마가 적당한가. <거리비례제>인 경기도 버스는 내릴 때 카드를 대지 않으면 얼마나 더 갔는지 알 수 없으므로 최대거리 700원을 부과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면적이 좁은 부천의 경우, 만일 시내버스에서 내린 것이라면, 최대 200원 이상을 넘으면 안 된다. 사실 부천시내버스의 경우 부천시 전체에 단일구간 요금이 적용되어 사실상 추가요금은 없는 것이 정상이다. 만일 경기도 광역버스의 경우라도, 노선별 최대 구간요금이 정해져 있는 만큼, 노선별 단말기 정보를 통해, 서로 다른 추가요금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범칙금으로서 요금제 형태와 상관없이 적절한 수준(700원이 아니라 200원)에서 서울시 버스와 경기도 버스에 일괄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지하철은 단말기에 대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게 되어 있으니 예외).

이런 작업은 추가적인 시스템없이 프로그램 조정만으로도 가능하므로 추가 투자비용도 발생하지 않으며 곧바로 시행할 수 있다. 경기도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들께서 힘써 주시면 더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

둘째, 추가요금은 어디로 모아져서 어떻게 쓰여져야 하나. '부당이득' 형태로 다음 날 새로 타는 버스회사 주머니로 들어가는 방식은 개선되어야 한다. 노선별 단말기 정보를 이용하면 회사손실분 추가요금과 페널티 성격으로 부과되는 추가요금을 적절한 수준에서 분할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벌금 성격의 추가요금은 기금형태로 모아져서 대중교통서비스 개선 등의 공익목적에 쓰여야 한다.

셋째, 교통카드의 개인정보 취급에 대해 고지와 동의를 받아야 한다. 휴대폰을 사거나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때, 개인정보 이용에 대한 고지를 하고 이용동의를 받는다. 그런데 그동안 후불제 교통카드기능을 넣을 때나, 교통카드를 구입할 때는 아무 조치가 없었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에 후불교통카드 기능을 넣을 때, 혹은 T머니카드를 등록할 때 등 개인정보가 취급될 수 있는 경우에 이를 사용자에게 고지하고 이용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금융기관과 통신회사뿐만 아니라, 교통카드를 만들고 운영하는 스카트카드 회사와 지하철, 버스회사 등 교통카드 개인정보와 기록을 취급하는 곳에 대해서도 개인정보 취급에 대한 원칙이 확립되어야 한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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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 게재 http://jingookc.net
첨부파일 22-1-vert.jpg
#교통카드 #환승할인 #추가요금 #개인정보 #지하철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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