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포격으로 모두 타버린 연평도 민가에 11월 25일 깨진 유리창 파편과 가재도구들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다.
남소연
사실, 북한은 연평도 포격이 남북간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애초에 이 겁쟁이 게임을 밀어붙인 것일 수도 있다. 즉, 비대칭적 한미동맹에 얽혀있는 남한은 자율적으로 강력한 대응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간파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건 당시 출격한 F-15K의 군사적 대응을 미국이 통제했다는 일각의 보도가 있기도 하였다.
미국으로서는 자신의 이익이 직접적으로 침해되지 않는 이상, 남북한 간 국지적 무력충돌이 확대되는 것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 그러한 상황은 원치 않는 분쟁에 연루되는 것을 의미하고 극단적으로 북한의 동맹국 중국과의 무력충돌 가능성을 증폭시킨다. 미국에게는 악몽일 수밖에 없다.
미국은 급속히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할 필요성도 있지만, 반대로 자국의 쇠퇴하는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역할분담이 매우 필요하다. 미국이 중국을 자신의 '이익상관자(stake holder)'로 규정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강대국 간의 전형적인 카르텔이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동맹 약소국인 남한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 보다 전략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다. 북진통일을 외치던 이승만 정권이나 핵개발을 추진하던 박정희 정권의 몰락에 미국이 연계되어 있다는 주장이 결코 허무맹랑한 소리라 할 수 없는 이유다. 사실, 2차대전 이후 자신의 세력권에 대한 확실한 통제를 추구하던 미국의 헤게모니 전략이 다 그렇지 않았던가.
북한이 합리적이라면, 이러한 비대칭적 한미관계를 모를 리 없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상황이 남한을 겁쟁이로 만드는 전략적 자산이 되고 있는 것이다. 즉, 북한의 긴장조성 전략은 남한을 곤혹스럽게 하되 미국에 대한 직접적 도발은 자제함으로써, 결국 확전을 우려하는 미국으로 하여금 남한을 자제시키는 상황을 역이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다면, 북한이 정작 두려워하는 것은 한미동맹이 아니라 미국이 통제할 수 없는 남한의 자율성이라 할 수 있다. 비대칭적 한미동맹의 견지를 주장하는 남한 보수세력의 논리는 결국 북한의 전략적 자산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미동맹의 역설이다.
연평도 포격은 이러한 논리 속에서 이루어진 매우 계산된 행동이다. 일각에서는 연평도 사건을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과 대비하고 있으나, 1976년 상황은 미군에 대한 도발이라는 측면에서 '우발적인' 측면이 있다. 사건 직후 김일성 정권의 즉각적 사과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속내를 반증하기도 한다.
결국, 향후 연평도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현재 이명박 정권은 "추가 도발 시 단호한 응징"을 공언하고 있다. 신임국방장관은 "항공기를 통한 폭격"까지도 단언한 상황이다. 이러한 확전불사 발언은 향후 게임에서는 남한이 더 이상 겁쟁이가 되지 않을 것임을 북한에 인지시키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북한이 체제붕괴를 원하지 않는다면, 결국 겁쟁이는 북한이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문제는 남한의 확전불사 의지가 과연 신뢰할 만한 것이냐의 문제이다. 특히, 북한이 그것을 그대로 믿는가의 문제가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대북 강경의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그 의지는 상술한 바와 같이 비대칭적 한미동맹이라는 구조적 제약을 뛰어넘을 수 없다. 전시작전권이 미국에게 있는 상황에서 과연 '자위권'을 남한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을까의 문제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이것은 북한이 추후에도 남북 간 확전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심화시키는 정도의 국지적 도발을 언제든지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물론, 북한의 어떠한 추후 도발에 대해서도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대응할 것임을 천명한다면 북한은 더 이상 남한과의 겁쟁이 게임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연평도 사건 직후 서해에서 대규모로 진행된 한미합동군사훈련에는 그러한 의도가 내재해 있다고 할 수 있다.